기자명 최혜리 기자 (hyeeeeeli@skkuw.com)

인터뷰-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의 저자 곽재식 교수

관심 확대되는 기후변화, 적응할 방법을 생각해볼 때

정부와 개인, 각 주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북극곰의 터전이 없어진다’는 말은 기후변화 대응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심화된 홍수와 가뭄, 태풍 등을 겪으며 우리는 기후변화를 한층 더 실감하고 있다. 이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우리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지구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지식부터 구체적인 대응방식까지 제시하고 있는 책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의 저자 곽재식 교수를 만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알아봤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현재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는 곽재식이다. 15년 정도 화학회사의 환경 담당 부서에서 일했고, 2006년부터는 SF소설을 중심으로 작가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을 쓰게 된 이유는.
화학 회사의 환경 담당 부서는 주로 기업의 운영과 공장의 가동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을 관리한다. 해당 업무에 참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후변화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전까지는 역사나 과학을 재밌게 설명하는 책을 주로 쓰고자 했다면,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는 누가 읽더라도 기후변화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갈 수 있도록 쉽게 쓰는 데 초점을 뒀다.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책에서 ‘기후변화 적응’에 주목할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자세히 설명해달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이산화탄소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이 있다. 기후변화 적응이란 일차적으로 자연적·인위적인 시스템을 조절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점차 심화되는 자연재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대비책들을 보완하거나 대피기준을 섬세하게 조정하는 것이 하나의 예다.

기후변화 적응과 이산화탄소 감축을 함께 이뤄낼 수도 있다. 건축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이 생활하는 건물에서 연료나 전기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7%에 달한다. 건물을 지을 때부터 통풍에 신경 쓰고 고효율 단열재를 활용한다면, 여름과 겨울 간 높아진 기온 차에 적응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줄일 수 있다.

지금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환경오염의 원인이 산업이나 기업, 개인에 있다고 여겨져 정부가 이들을 단속하는 형태로 기후변화에 대응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과 기업들을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지 생각해볼 때다.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 기온이 심각하게 높아져 한 아스팔트 길에 변형이 일어났다고 해보자. 시민들이 불편을 겪거나 피해를 입으면 누가 배상해야 할까? 이런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큰 기업에 페널티를 부여하는 데 집중했다면, 정부가 기업에 기술 개발을 지원하거나 함께 대책을 세우는 등 도움을 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개인이 기후변화에 영향력 있게 대응할 방법이 있다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관심을 기업과 정부에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경제 체제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시민들의 변화에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인, 정부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친환경 제품이 실제로 어느 정도 친환경적인지에 대해 세심하게 따져볼 수 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대선과 같은 시기에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살피는 것도 방법이다. 관련 토론이 많이 이뤄지게 만들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제시할 우리나라만의 기후변화 대응 방향성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올해 학계로 왔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논문을 쓸 예정이다. 다양한 환경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기후변화 이외에 다른 환경 분야의 책도 집필하려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며 쓰레기 처리 과정까진 고려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어떻게 해야 최대한 유용하게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렇게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 재밌게 파헤치는 책을 쓰고 싶다.

 

사진ㅣ최혜리 기자 hyeeeee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