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서진 기자 (seojinch@skkuw.com)

인터뷰-헤스티아여성의원 추성일 원장

자궁경부암과 음부사마귀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예방 가능

청년들의 건강한 성 응원해 


 

‘가다실’은 HPV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대표적인 성병 예방 주사로, 만 9~45세 여성 및 만 9~26세 남성을 접종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6개월 이상의 긴 접종 일정과 고가의 접종 비용은 일부 청년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어떤 주사인지, 애인이 함께 맞자고 하는데 꼭 접종해야 하는 건지... 막연히 궁금했지만 속시원히 묻지 못했던 의문을 풀기 위해 헤스티아여성의원 원장이자 유튜브 채널 ‘우리동네산부인과’의 추성일 산부인과 전문의를 만났다.



가다실은 어떤 주사이고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에는 △서바릭스 △가다실 4가 △가다실 9가로 총 3종류의 HPV 바이러스 예방주사가 있다. HPV 바이러스는 한국어로는 인유두종 바이러스라 불린다. 현재 100가지 이상의 유형이 발견됐으며 각 유형은 숫자를 붙여 구분한다. 이는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며, 감염자 대부분은 무증상이나 일부 바이러스 유형은 자궁경부암과 음부사마귀를 일으킬 수 있다.

주사 이름 뒤에 붙는 숫자는 예방이 가능한 HPV 유형 관련 질환의 개수이다. 4가는 4가지, 9가는 9가지 HPV 유형 관련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가다실 4가로는 음부사마귀의 원인이 되는 6번, 11번 바이러스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16번, 18번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 16번, 18번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의 ‘범인’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고위험군 바이러스다. 가다실 4가 접종을 통한 음부사마귀의 예방률은 90%, 자궁경부암의 예방률은 7~80% 가량이다. 31번, 33번, 45번, 52번, 58번 바이러스는 ‘용의자’로 표현할 수 있는 중위험군 바이러스다. 이들까지 예방할 수 있는 가다실 9가를 접종할 경우 자궁경부암 예방률이 90%까지 올라간다. 즉, 주요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가다실 4가로 예방이 가능하나 가다실 9가 접종시 5개 바이러스 유형에 대한 추가적 예방이 가능하므로 여력이 된다면 9가 접종을 권하고 싶다.

현 가격 상황과 국가의 접종 지원 현황은.
암 치료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접종 지원을 통해 발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HPV 예방접종을 지원한다. 호주의 경우 남녀 모두 접종을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만 13~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가다실 4가와 서바릭스 접종을 지원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재로서는 최선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다실 9가가 고가인 것은 현재 제약회사에서 특허상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되는 원가 자체가 높기 때문에 판매자 측에서는 가격을 더 낮추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추가 접종이 필요한가.
2016년까지는 가다실 출범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인 부스터 샷에 관해서는 추가적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때 가다실 9가가 새롭게 출시됐다. 이를 계기로 오늘날에는 쟁점이 부스터 샷의 접종 여부가 아닌 기존 가다실 4가를 접종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9가 접종이 필요한 지로 넘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번만 접종해도 맞지 않은 상태보다는 유의미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성관계 횟수나 파트너의 수가 줄기 때문에 추가 접종 없이도 감염 위험이 감소하는 편이다. 따라서 9가 접종이 필수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방률을 보다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만 14세 이하는 2회만 접종해도 성인의 3회와 같은 수준의 항체를 형성하기 때문에 2회 접종을 기본으로 한다. 이 경우 성장 후 추가적인 1회의 접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연인 동반 접종 혹은 남성 가다실 접종의 당위성은.
가다실 데이트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이성 연인의 동반 접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대중적인 인식과 달리 동반 접종 시 특별한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유병률과 감염률 통계를 확인해보면 두 사람 중 한 명만 접종해도 성병 전파 위험성은 낮아진다. 다만 동반 접종은 사회 전체 공익이나 신뢰도 향상 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여성과 남성 모두 각각의 측면에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암인 만큼 여성 접종의 이점은 크다. 한편 음부사마귀는 남성에게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구강 성교로 인해 음부사마귀가 후두 등으로 옮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남녀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남성의 접종 역시 권장한다.

현 청년들의 성생활에 대한 사견은.
확실히 예전에 비해 개인이 가진 지식이 늘었다.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지에서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다 보니 자신의 신체와 관련한 지식은 늘어난 듯하다. 대신 덩달아 우려나 공포도 증가했다. *헤르페스나 HPV 진단을 받으면 눈물을 보이는 환자가 많다. 실은 그만큼 증세가 심각하지 않은데 성병에 대한 사전 지식이 무지하던 시절과 비교해 불안을 크게 느낀다. 한편 정보의 양이 많은 만큼 정확한 정보의 유통 역시 중요하다. 인터넷에 산재한 잘못된 정보들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껴 ‘우리동네산부인과’ 유튜브 채널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옳은 정보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전한 성생활을 위해 청년들에게 조언하자면.
콘돔 사용이 첫 번째다. 일부 의사들이 ‘노콘노섹(no condom no sex)’을 강조할만큼 콘돔은 임신을 예방할 뿐 아니라 성병 전파율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중요한 피임기구다. 이에 더해 콘돔을 착용할 경우 질내사정이 방지돼 질내 유산균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며 질염 발병 확률도 낮아진다. 성관계 직후 소변을 보는 것도 방광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 콘돔은 지향하고, 신중하지 않은 관계는 지양하길 바란다.
 

◇헤르페스=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피부에 포진과 홍반이 일어나는 바이러스성 질환. 2형은 성기 주위에 포진을 일으킴.

 

사진ㅣ최서진 기자 seoji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