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주민정 기자 (0316jmj@skkuw.com)

실질적인 도움 위한 성교육, 제도적 기반 필요해

포괄적 성교육 기반으로 한 성교육 위해

 

“일주일에 자위를 두 번 하는데… 못 참겠어요. 더 해도 될까요?” “브라에 와이어가 있으면 가슴 성장에 방해가 될까요?” “콘돔 어떻게 끼우나요? 중간에 빠지는 경우도 있나요?” 민간 성교육 단체의 성 상담 게시판에 올라온 청소년들의 질문이다. 이 게시판에는 학교 성교육을 통해 해결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가득하다. 오늘날의 학교 성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디지털 시대, 바람직한 성교육 시급해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성교육 수요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중학생 4,065명 중 51.1%가 성에 대한 정보를 학교 성교육이 아닌 SNS, 유튜브, 친구 등의 경로에서 얻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 성교육은 청소년의 성 정보 습득 속도와 성 관련 경험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청소년이 왜곡된 성 인식을 형성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디어를 통해 성과 관련된 정보를 편향적으로 습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푸른아우성 이충민 교육팀장은 “청소년이 연령에 맞는 적절한 방식으로 성교육을 받아, 다양하고 넓은 성의 영역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성교육, 학교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학생의 37.5%가 ‘학교 성교육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현재 학교 성교육은 △성교 △성기 △자위 등의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성폭력 예방 교육 등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3학년 A씨는 “학교 성교육은 성에대해 궁금하거나 잘 모르는 부분을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성교육 시간은 놀아도 되는 시간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고려대 가정교육과 유난숙 교수는 “성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보건 및 가정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으나 성에 대한 구체적인 시연 교육은 학부모의 우려로 시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한 구체적인 성교육으로 인해 청소년이 성을 쾌락의 대상으로만 여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바른인권여성연구소 세움의 현숙경 소장은 “구체적인 성교육이 시행되려면 성 윤리와 도덕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5년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따라 초·중·고등학교는 연간 15시간 이상의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권고사항에 그쳐, 성교육은 학교 재량에 따라 생략되기도 한다. 이 팀장은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은 연속적이고 지속적인 성교육이 자리 잡기 힘든 구조”라며 “제도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성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돼
성교육 범위에 성소수자를 포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성소수자에 대한 성교육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 류한솔 팀장은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에게 섹슈얼리티 탐색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주어져야 한다”며 “공교육이 성소수자의 존재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모든 청소년을 성적 주체로 인정하는 포괄적 성교육
유네스코는 2018년 ‘국제 성교육 가이드’를 발표해 ‘포괄적 성교육’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포괄적 성교육이란 일부 사회문화적 맥락에서는 다루기 어려울수 있는 주제까지도, 학습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이라면 모두 망라해 교육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매개감염병 △임신 중단 치료 △피임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섹슈얼리티,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실질적인 토론을 진행하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류 팀장은 “포괄적 성교육은 모든 청소년이 자율적인 성적 주체로서 욕망과 쾌락, 행복을 경험할 권리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또한 포괄적 성교육은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교육을 지향한다. 학교 이외의 청소년 시설에서는 다양한 참여형 성교육이 시도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의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는 △양육자 성교육 △연령별 성교육 △장애인 성교육 등을 진행한다. 일방적인 강의식 성교육이 아닌 교구를 활용하거나 퀴즈, 토의, 역할극 등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의 성교육이다. 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이유정 사무국장은 “성교육은 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성 규범에 대한 의문 등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청소년이 성 관련 이야기를 당당히 꺼낼 수 있도록 하는 성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은 성교육을 위해
구체적인 성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민간 성교육 시장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민간 성교육 기업인 푸른아우성은 소그룹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팀장은 “소그룹 단위의 수업은 청소년들이 성 고민을 조금 더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민간 성교육 시장의 확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현 소장은 “성교육 강사는 민간자격증을 기반으로 활동한다”며 “강사의 자질과 교육내용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소년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성교육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청소년이 자신의 성적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양질의 성교육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푸른아우성에서 소규모 맞춤형 성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푸른아우성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