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신혜 기자 (iriskim053@naver.com)

뇌 기능의 오작동이 PTSD 발병의 주원인
치료를 통해 충분히 회복 가능해

트라우마 발생 후 발병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이하 PTSD)는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질환이다. 그러나 PTSD는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뇌의 대처로 발병한다. 본능적으로 신체를 보호하는 방어막인 PTSD는 우리를 어떻게 트라우마로부터 보호하는 걸까?


PTSD 발병 원인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뇌의 오작동
뇌의 변연계, 뇌간, 신피질은 외부 위험에 대한 방어반응을 담당한다.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김대호 교수는 “기억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변연계는 스트레스 상황을 맞닥뜨리면 이전에 사용했던 대처 방법을 기억에서 찾아낸 후 현재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반응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변연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오히려 합리적인 대처 방법을 찾지 못해 의미 없는 자극에도 충동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편 뇌간은 반사 운동과 같은 여러 신체활동을 관리한다.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면 뇌간은 싸우거나 도망가는 등 신체 반응을 결정하는데, 뇌간이 과하게 활성화되면 사소한 상황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인간의 사고와 상상력을 총괄하는 신피질은 신체 감각 반응 및 운동 반응 조절 등 뇌의 다양한 정신작용을 관장한다. 신피질의 작용 효과가 떨어지면 어려운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김 교수는 “뇌 과학 영역에서 PTSD는 트라우마를 떠올렸을 때 변연계와반응의 강도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고, 신피질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트라우마로 위협을 느낀 뇌는 신체 보호를 위해 재빠르게 반응한다. PTSD는 트라우마를 겪은 뇌의 기능이 과하게 활성화되거나 급격히 감소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PTSD 증상을 불러일으키는 뇌간
PTSD 상태에서 신체는 지나치게 민감해지거나 무감각해진다. 정상범위를 벗어난 반응은 뇌의 여러 영역 중 뇌간의 영향이 가장 크다. 김 교수는 “뇌간은 △대뇌와 *척수 △소뇌와 대뇌 △소뇌와 척수 사이의 신호를 중계해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뇌간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사소한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특히 트라우마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면 정상적인 행동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반면 뇌간이 기능하지 않으면 무감각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 경우 트라우마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김 교수는 “PTSD 환자의 뇌간은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상태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PTSD 환자들은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PTSD 완치를 위한 한 걸음
PTSD 환자의 80%는 트라우마 이후 약 12개월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상태가 호전된다. 그러나 트라우마 이후 충분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심각한 고통을 겪는 환자들도 있다. 이 경우 약물치료 및 정신치료 등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아야 한다. 약물치료 시 우울증 치료제로 주로 쓰이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이하 SSRI)를 사용한다. SSRI란 항우울제의 일종으로 뇌 안에서 기능하는 세로토닌 운반체의 양을 늘려 행복한 감정을 증가시킨다. 뇌에서 생성된 세로토닌은 각성상태를 유지하고 혈압과 호흡 횟수를 늘린다. 이 과정을 거쳐 SSRI는 우리 몸에 활기를 줄 수 있으며, 이는 감정불균형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SSRI는 PTSD를 겪는 환자의 60% 정도에게만 효과가 있다”며 “PTSD 약물치료는 반드시 정신치료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PTSD 정신치료에서는 주로 노출 치료 방법이 사용된다. 노출 치료는 트라우마를 단계적으로 떠올려 사건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 받아드릴 수 있도록 한다. 노출 치료를 통해 PTSD 환자는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트라우마를 흘려보낼 수 있다. 노출 치료 초반에는 환자가 고통을 느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통에서 벗어나 안전한 상태임을 인식할 수 있어 치료가 완료되면 PTSD 증상이 완화된다. 김 교수는 “충격적인 경험 유무와 상관없이 뇌의 작동으로 인해 누구나 PTSD를 겪을 수 있다”며 “치료없이 주변의 도움만으로 회복하기는 어렵기에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 방문할 것”을 권했다.


◆척수=척추 내에 위치하는 중추신경의 일부분으로 감각, 운동신경들을 모두 포함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쓰이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행복감을 증가시킨다.
ⓒ이모작뉴스 홈페이지 사진 캡처
일러스트ㅣ서여진 기자 duwls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