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원 기자 (choijaewon02@naver.com)

다양하게 발전해 온 내진설계
적절한 구조의 사용과 올바른 시공이 동반돼야

지진이 일어났을 때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물이 지진에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내진설계 덕분이다. 내진설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건물에 적용돼 지진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내진설계의 원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지진으로부터 버티는 힘, 내진설계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 건물의 손상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 이때 내진설계가 잘 된 건물은 지진이 일어나도 건물에 심한 손상이 발생하지 않고 큰 지진에도 완전히 붕괴되지 않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한다. 우리 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이정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내진설계는 규모 6에서 7 정도의 지진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내진구조는 내진설계의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예를 들어 건물의 양 벽에 철근 콘크리트와 같은 부재를 설치하면, 지진 발생 시 건물이 좌우로 강하게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고 견딜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내진구조는 건물의 내구력을 높여 지진에 대한 건물의 저항 능력을 높인다.

점점 더 발전하는 내진설계
내진설계의 또 다른 방식으로는 면진구조와 제진구조가 있다. 면진구조는 건물과 지반을 분리해 땅에서 건물로 전달되는 지진의 힘 자체를 줄이고자 고안됐다. 면진구조를 활용해 건축할 시 일반적인 건물처럼 지면에 바로 기초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과 지반 사이에 얇은 고무판과 철판을 겹겹이 쌓은 면진장치를 끼워 넣게 된다. 면진장치가 일차적으로 진동을 흡수하면 건물에는 진동이 완화된 채 전달된다. 이렇게 구조를 만들면 건물 내부 수도관, 가스관 등의 설비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진다. 2013년 완공된 LG CNS 부산데이터센터에는 국내 데이터센터 중 면진설비가 처음으로 사용됐다. 이외에도 면진설계는 박물관이나 데이터센터, 원자력발전소처럼 내부 시설의 보호가 중요한 건물을 신축할 때 활용되고 있다.

제진구조는 건물의 내부나 외부에 감쇠장치 등을 설치해 구조물의 진동을 제어하는 방법이다. 감쇠장치로는 용수철이나 고무 등의 탄성체를 활용한 댐퍼가 주로 쓰인다. 감쇠장치는 진동이 가장 크게 발생하는 옥상 등 건물의 최상부에 설치되는데,지진이 발생했을 때 감쇠장치가 건물의 진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진동하며 건물의 흔들림을 완화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대만의 타이베이 101에 설치된 거대한 추 모양의 댐퍼가 있다. 앞선 면진구조의 경우 건물의 아래로부터 전달되는 진동 자체를 완화해 건물의 내부를 보호하지만 강풍 등 외부 요인에는 약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제진구조는 외부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고 견뎌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전한 내진설계로 나아가려면
현재 우리나라는 2층 이상 모든 건물에 내진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의 내진설계 기준에 맞춰 구조물을 설계한다면 대부분의 지진을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인명 피해는 건물이 붕괴하지 않아도 벽돌 등 건물 구조재의 일부가 낙하하거나, 전등과 같은 비구조재가 손상되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진이 멈춘 후에도 건물 내 전기 설비나 수도관, 가스관 등의 파손으로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면진구조, 제진구조 등의 내진설계 방식이 각 건물의 건축 환경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한편 우리 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김진구 교수 는 “건설 현장에서제대로 시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내진설계 기술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월 광주의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또한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규정대로 시공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됐다”며 관리 제도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진설계 원리.
일러스트 | 서여진 기자 duwls1999@
제진구조가 적용된 타이베이 101
ⓒAMUSINGPLANET 캡처.
제진구조가 적용된 타이베이 101
ⓒAMUSINGPLANET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