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원 (cjjjaewon@skkuw.com)

여러 원인으로 발생했던 한반도 지진
장기적인 지진 대비 위해 활성단층 지도 제작 중요해

지난달 29일, 충북 괴산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는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지진이다. 당시 충북에서는 건물 벽 일부에 금이 가거나 기와가 떨어지는 등 19건의 지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최근 몇 년간 굵직한 규모의 지진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진 안전지대’일까?


강한 지진, 대한민국을 위협하다
우리나라는 일본 등의 국가와 비교해 과거부터 지진에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2016년 경주 지진, 2017년 포항 지진에 이어 올해 괴산 지진까지 강도 높은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며 우리나라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중 규모 5.8의 경주 지진은 우리나라의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으며 당시 23명의 부상자와 11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포항 지진의 규모는 5.4로 경주 지진의 규모보다 작았지만, 92명의 부상자와 1,797명의 이재민, 551억 원의 재산 피해가 야기돼 전반적인 피해는 훨씬 컸다. 경주 지진의 경우 진원지의 깊이가 약 15km였으나, 포항 지진의 진원지 깊이는 약 7km로 더 얕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진 피해 정도는 지진의 규모뿐만 아니라 진원지의 깊이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한반도의 지진 발생 원인은
지진 발생 원인은 크게 △단층 지진 △맨틀 내부의 움직임에 의한 지진 △화산 지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단층 지진이 일어난다. 지층은 장기간에 걸쳐 주변에서 가해진 압력에 의해 서서히 변형된다. 지층에 더 이상 버틸수 없을 만큼 힘이 축적되면 지층이 끊어져 단층이 되고, 단층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단층 지진이 발생한다. 이번 괴산 지진 발생의 원인으로는 주향이동단층이 꼽혔다. 단층의 경우 끊어진 단층면을 기준으로 양쪽의 상대적인 움직임에 따라 그 종류가 나뉘는데, 이중 주향이동단층은 단층이 단층면을 따라 위아래가 아닌 수평으로 이동한 단층이다.

한편 2017년 일어난 포항 지진의 경우 지열 발전소가 그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정부 조사연구단의 발표에 따르면, 지열발전을 위해 고압으로 주입한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을 활성화한 것이 포항지진의 원인이 됐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지열 발전소는 물을 지표에 집어넣은 후 땅속을 통과하면서 데워진 물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며 “포항 지열 발전소에서 테스트를 위해 몇 차례 주입한 물이 암석 간 작용하는 마찰력을 약화해 암석이 더 쉽게 미끄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열 발전소만을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며 “물 주입이 이미 임박했던 단층의 지진을 촉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에서 안전하지만은 못한 이유, 활성단층
판의 경계에 위치한 일본이나 대만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강한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판의 내부에 위치해 판 간의 충돌로 인한 힘이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충돌의 힘은 지속해서 축적되고 있어,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홍 교수는 “한반도에도 힘의 누적이 계속되면 규모 7 정도의 지진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단층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수억 년 전부터 단층 활동이 활발히 진행돼 지질이 복잡하고 단층이 많다.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활성단층으로 1만 년 이내에 지진 활동을 했다는 증거가 있는 단층을 말한다. 단층 지진은 주로 활성단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지진 예방을 위한 단층 조사는활성단층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2012년 한국지질연구원의 활성단층 조사 과정에서 전국에 최대 450개의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됐으며, 현재까지 30여 개의 활성단층이 확인된 바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활성단층 조사는 지표에 드러난 단층 위주로 이뤄졌고, 앞으로는 지하에 숨겨진 단층 또한 조사될 필요가 있다. 홍 교수는 “지표에 있는 활성단층들은 수백만, 수천만 년 전 지각 운동으로 만들어진 단층들이기에 현재는 활동하지 않는 단층들이 대다수”라며 “지하에 숨어 있는 수많은 단층에 대한 조사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활성단층 중 하나인 울산단층은 경북 경주의 월성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울산단층은 규모 5.8에서 최대 8.3까지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앞선 지열 발전소와 달리 지진을 먼저 유발할 가능성은 적으나,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해 원자력 발전소가 영향을 받으면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소는 규모 6.5에서 7.0까지의 강한 지진에도 버틸 수 있게 설계되며 부지 선정과정에서도 충분한 지질조사가 이뤄진다. 홍 교수는 “과거에 지어진 발전소는 당시 조사하지 못했던 단층이 있을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에서현재 운용 중인 원자력 발전소 주변 지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대한민국, ‘지진 안전지대’ 되려면
지진에 대한 여러 대비책 중 내진설계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방지해 인명 피해를 예방한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매년 내진보강대책을 시행해 전국 공공시설물 내진율을 높여왔고, 그 결과 지난해 전국의 내진설계 대상시설 중 내진 성능 확보율은 70%에 달했다. 또한 정부는 2018년 건축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진설계 의무대상 건물을 2층 이상 또는 200제곱미터 이상 모든 주택으로 확대했다. 다만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에 대한 소급 적용을 별도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민간 건축물 내진율은 15.2%로, 일본의 2016년 민간 건축물 내진율이 82%였던 것을 고려하면 아직 낮은 수치다. 우리 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김진구 교수는 “최근 지어진 건물은 현행 건축물 설계기준을 충족하는 내진설계가 돼 있어 지진에 대한 적절한 안전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체 건물 중 큰 비율을 차지하는 비내진 민간건물에 대한 내진 보강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는 좀 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정부 차원에서 신속하게 이를 알리는 것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중요하다. 지난 경주 지진 당시 긴급재난문자는 12분 만에 발송됐다. 당시 이를 두고 ‘늦장 대처’라는 비판이 일자, 긴급재난문자시스템은 행안부를 통하지 않고 기상청이 직접 발송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 결과 지난 포항 지진과 이번 괴산 지진에서는 국민들이 지진 발생 약 30초 만에 긴급재난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장기적인 지진 대비를 위해선 꾸준한 연구를 통해 국가 활성단층 지도 또한 완성돼야 한다.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 이후, 2017년 행안부를 주관기관으로 한 ‘한반도 활성단층지도 제작’이 본격화됐다. 행안부는 육상표면, 해양수산부는 해저 표면, 기상청은 지하에 위치한 단층을 각각 조사 중이며, 이는2041년까지 5단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4년간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조사했으며, 현재 진행 중인 강원권 조사가 마무리되면 5년 후 충청권과 전라권의 조사로 넘어갈 예정이다. 홍 교수는 “조사가 끝나고 나면 지하에 숨겨진 활성단층들에 대한 정보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지역에서 무슨 단층이 어느 정도의 지진을 일으킬지 예상이 가능해진다”는 기대를 표했다. 이어 “지진이 예상되는 지역은 이전보다 철저한 지진 대비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포항 지진 당시 땅이 갈라진 모습.
ⓒ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지층이 압력에 의해 힘이 축적되고 끊어져 단층이 되는 과정.
ⓒ대한민국 기상청 유튜브 캡처
주향 이동 단층의 모습.
ⓒ대한민국 기상청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