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원 (cjjjaewon@skkuw.com)

80대 노인의 신체로 살아보는 노인생애체험센터

노인의 삶을 공감할 수 있게 돼

노화는 우리 모두가 당연하게 겪는 현상이다. 80대가 된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움직임은 어떻게 변할까? 여기 80대 노인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햇살이 따뜻했던 지난 16, 노인의 삶을 체험해 보고자 대한노인회 서울 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의 노인생애체험센터에 방문했다.

체험복을 입고 노인의 몸으로

본격적인 체험을 하기 전 노화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통해 노인은 만 65세 이상을 뜻하고, 노화가 시작되면 시각이 가장 먼저 퇴화한다는 사실을 배우며 노인에 대한 기본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간단한 설명이 끝난 후 노인의 몸을 경험하기 위해 환복을 시작했다. 손목과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착용했고, 팔꿈치와 무릎에는 관절의 구부림을 막는 억제대를 찼다. 이에 더해 허리를 굽어지게 하는 등 억제대와 시야를 좁히고 노란색으로 보이게 만드는 고글까지 꼈다. 마지막으로 촉각을 저하하는 장갑과 손가락 관절의 구부림을 막는 도구를 끼니 체험 준비가 끝났다.

잠시 걸어보니 허리가 아프고 관절을 구부리기 힘들어 빠르게 걸을 수 없었다. 또한 시야가 좁아져 옆에 있는 사람조차 인식하기 쉽지 않았다. 체험을 안내한 노인생애체험센터 정지한 사회복지사는 “80대 어르신의 신체를 반영해 만든 체험복은 모래주머니를 통해 근력저하, 무릎과 팔 억제대를 통해 관절 저하, 등 억제대를 통해 자세 변화, 고글을 통해서는 녹내장과 백내장, 수정체 황변화 현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노인의 일상생활을 체험하다

첫 번째 체험 공간은 주거 공간이었다. 체험복을 입고 느릿느릿 현관으로 들어섰다. 쪼그려 앉으려고 하면 허리가 아파 현관에서 신발을 벗기부터 쉽지 않았다. 벽에 붙어있는 지지대를 잡고서야 겨우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을 수 있었다. 무릎 억제대 때문에 무릎을 굽히기가 힘드니 현관 앞의 턱을 하나 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입구가 비탈길 형태로 이뤄져 있으면 들어서기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현관을 지나 부엌으로 이동했다. 냉장고 문을 여니 500mL 페트병에 담긴 물과 2L 페트병에 담긴 물이 있었다. 손목에 달린 모래주머니 때문에 무거운 페트병을 들기 힘들었다. 팔꿈치를 구부리기도 쉽지 않다 보니 큰 2L 페트병보다는 가벼운 500mL 페트병을 들고 물을 마시는 게 편했다. 물 옆에 있던 음료수를 마시기 전 유통기한을 확인하려고 했으나 고글 때문에 시야가 흐릿하고 색깔 구별이 어려워 인식이 쉽지 않았다. 인식 이후에도 유통기한을 표시한 숫자가 너무 작아 좁은 시야로 읽는 데 큰 노력이 필요했다.

부엌을 지나 옆에 있던 욕실로 들어갔다. 정 복지사는 욕실은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공간이라며 욕실 바닥에 있는 물기로 미끄러지거나 물소리만 들려도 실금이나 실변을 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욕실에서는 노인의 안전을 위한 여러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변기 옆과 욕실 벽 곳곳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 사고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또 욕조에는 문이 달려 있어 욕조에 들어갈 때 다리를 높이 들지 않아도 편하게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마지막 체험 장소는 침실이었다. 침실로 들어가기 전 원통형 문손잡이와 레버형 문손잡이가 달린 두 개의 문을 각각 열어봤다. 장갑을 낀 탓에 손가락 관절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들어 레버형 문손잡이를 이용해 문을 여는 게 훨씬 편했다.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누우려 했으나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하기 힘들었다. 침대에서 내려오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시야가 좁아 조심조심 내려와야 했기 때문이다. 정 복지사는 침대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도 노인분들께 흔히 일어나는 사고라고 설명했다.

 

나에게는 너무 높은 계단

주거 공간 체험을 끝내니 눈앞에 계단이 펼쳐졌다. 평지를 걷기도 힘든데 계단을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니 거대한 산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혹여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계단을 내려올 때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계단 경계가 잘 보이지 않아 몇 번이나 발을 헛디딜 뻔했다. 계단을 오를 때보다 더 위험하게 느껴졌을뿐더러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복지사는 계단을 내려올 때는 몸무게의 몇 배가 되는 충격이 무릎에 가해진다노인들은 연골, 무릎 주변 근육이 약해져 있고 퇴행성 관절염을 겪는 경우도 많아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고 전했다.

 

체험을 마무리하며

모든 체험이 끝난 뒤에는 설문지를 작성했다. 노인생애체험이 노인의 신체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느냐는 설문지 문항에 매우 그렇다고 답하며 체험의 효과를 상기했다. 체험을 함께한 엄선우 기자는 체험이 끝난 후 버스에서 내리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버스 하차할 때 손잡이가 양쪽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 복지사는 누구나 나이가 들며 노인이 된다노인생애체험을 통해 노인의 신체적 노화를 체험해 보고, 노인의 사회적 심리적 태도 변화에 공감하게 되면 세대 간 통합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체험복을 입은 채 욕조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
사진ㅣ박찬주 기자 chanjupark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