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원 (cjjjaewon@skkuw.com)

색채 지각 능력 저하부터 노인성 난청까지 폭넓은 노화의 세계

노인도 살기 편한 세상 위해서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

우리는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노인의 세계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그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하진 못한다. 느리게 걷는 할머니와 피부가 주름진 할아버지를 보며 어렴풋이 그들의 세계를 인지할 뿐이다. 고령자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세계는 우리와 얼마나 다를까? 또 노인을 위해서 세상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모두가 겪을 노화, 얼마나 알고 있나요

노화는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우리는 이러한 노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심재민(물리 22) 학우는 노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냐는 질문에 눈이 침침해지거나 허리가 굽는 게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말했다. 또 정유민(통계 22) 학우는 주위 어르신을 생각해봤을 때 움직임이 둔해지고 기억력이 감퇴하는 게 떠오른다고 전했다. 앞선 사례처럼 우리는 평소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모습을 통해 노화를 이해한다. 하지만 노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청각 영역에 더 깊은 노화의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력 저하에 그치지 않는 눈의 변화

대부분의 사람은 노화에 따른 시각의 변화로 시력 저하를 떠올린다. 실제로 안구가 노화되면 시야가 좁아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녹내장이 발생한다. 또한 눈 조절력이 저하돼 가까이 있는 물체가 보이지 않게 된다. 안구로 들어오는 빛을 망막까지 도달시키는 역할을 하는 수정체도 혼탁해져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게 된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망막까지 오는 빛의 양이 감소해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식별하는 게 힘들어진다. 이를 백내장이라 한다.

노화로 인한 시각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정체 황변화 현상으로 인한 색채 지각 능력의 저하도 시각 노화의 일종이다. 수정체 황변화 현상은 수정체가 황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프라임 요양병원의 최현석 병원장은 수정체는 주로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단백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성되기 때문에 수정체가 황색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정체 황변화 현상은 *단파장 투과율의 감소를 가져온다. 단파장은 청색의 빛인데, 이를 투과시키지 못하면 청색을 흑색으로 인식한다. 또 다른 색과 섞여 있다면 청색을 인식하지 못해 섞인 색으로만 인식한다. 즉 노인은 수정체 황변화 현상으로 인해 청색 계열인 남색 보라 파랑 등의 색을 인식하기 힘들어진다. 반대로 노랑 빨강 주황 등의 적·황색 계열의 식별력은 높아진다. 즉 수정체 황변화 현상을 겪는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장파장인 적·황색 계열의 색이 보기 편하다.

 

귀의 노화, 난청

청각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청각 노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노인성 난청이 있다. 국내 노인성 난청 환자의 비율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노인성 난청 환자의 비율은 약 16.4%였으며, 2년 뒤인 2025년에는 약 24.1%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노인성 난청은 전 세계 노인 인구의 약 30% 이상이 겪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성 난청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최 병원장은 소리는 달팽이관을 거쳐 인식되는데 이곳의 *유모세포와 *청신경이 퇴화하며 난청이 일어난다근본적 원인은 노화지만 소음, 흡연, 약의 부작용, 동맥 경화증, 가족력 등도 노인성 난청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노인성 난청이 생기면 고주파 영역부터 경도에서 중증도의 청력 감소가 시작된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범위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난청 초기에는 증상을 인식하기 어렵다. 증상이 진행되면 모음에 비해 고주파 영역인 자음 소리를 인식하지 못해 처럼 자음만 다른 비슷한 말을 헷갈리거나 , , , , 와 같은 고음을 듣지 못하게 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저주파 영역에 속하는 저음의 식별력도 떨어진다.

오늘날의 기술로는 유모세포와 청신경을 손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노인성 난청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 병원장은 현재 노인성 난청의 해결방안은 보청기가 유일하다보청기는 음파의 진동을 증폭시켜 음량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결국 증폭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심한 난청에는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공시설 이용에 불편함을 주는 노화

시청각 영역의 노화로 노인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중앙대 실내환경디자인과 이석현 교수는 노인은 시각의 노화로 인해 대중교통, 공공시설 등 공공 공간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야가 흐려지고 색채 구별 능력이 떨어지면 길을 걸을 때 표지판을 잘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하철 노선도를 알아보기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에는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에 서울시 지하철역의 길 안내 표지판에 적용된 색채 간 채도 대비가 약해 가독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컬러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컬러유니버설 디자인은 생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인처럼 시야가 흐리고 색을 식별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명확하게 구별 가능한 색채를 건축물이나 시설에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 교수는 색채는 색상, 명도, 채도로 나뉜다·황색 계통의 인지가 쉬운 노인의 특성을 고려해 색상 배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도 차이가 명확한 색을 사용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명도는 검은색인 0부터 흰색의 10까지 11단계로 나뉘는데, 이 교수는 최소 6단계 이상의 명도 대비를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각 노화 또한 노인의 삶의 질을 저하한다. 전남대 건축학부 류종관 교수는 고령자는 은행, 병원, 관공서 등에서 직원이 이름을 부르거나 대화를 나눌 때 언어정보 취득이 어렵다가정에서 세탁기 등 가전기기의 알람음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청각 노화의 대응책으로는 음 배리어프리가 제시된다. 음 배리어프리는 도시공간에서 음향과 음성정보를 취득할 때 존재하는 장벽을 없애 실현할 수 있다. 이는 도시 공간과 전자제품의 각종 신호음 안내음 유도음을 듣기 쉽게 구성하고 이들의 정보 전달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음 배리어프리의 실현을 위해서는 음량 음 제시 위치 주파수 범위 등을 평가한다. 류 교수는 고령자들이 공공 공간을 사용할 때 음성 및 음향 정보 취득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음 배리어프리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인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려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여전히 고령자를 위한 환경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했던 일본의 경우 지자체와 총무성에서 2003년부터 컬러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서울시, 광역시 등 큰 지자체에서 컬러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도서관, 노인센터, 주민센터, 병원 등에서 노인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표지판 등 사인의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는 음 배리어프리 또한 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정보 지원에 집중된 상황이다. 류 교수는 고령자를 위한 음 배리어프리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특히 고령자가 자주 사용하는 지하철역의 열차 도착 안내 방송에서는 고령자 청력손실을 고려한 음성안내음이 우선 제공돼야 하고 이후 다른 공공시설까지 더 확대 보급돼야 한다고 전했다. 노화는 노인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시청각 영역의 노화를 포함한 노화 현상 모두가 노인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환경의 변화가 필수적이며, 이는 결국 청년들의 훗날을 위한 일이 될 것이다.

 

단파장: 가시광선 영역에서 파장이 상대적으로 짧은 영역. 푸른빛을 내는 360nm~ 480nm 영역대의 파장.

유모세포: 달팽이관의 바닥에 펼쳐져 있는 얇은 막에 위치한 세포. 털이 달려 있으며 소리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

청신경: 유모세포에서 만들어진 전기적 신호가 거쳐가는 신경.

ⓒ공공시각매체의 컬러유니버셜 디자인 연구 논문 캡쳐.
코오롱 글로벌에서 공개한 컬러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한 지하주차장의 모습. 명확한 정보 위주의 그래칙과 명도 차를 이용했다. 
ⓒKCC 공식 블로그 홈페이지 캡쳐 

 

일러스트ㅣ 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