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현, 김채연, 신예진 기자 (webmaster@skkuw.com)

학교 주변의 배리어프리를 살펴보다

미흡한 배리어프리 확충돼야

 

모두가 안전하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하지만 휠체어 이용자나 시각장애인의 경우, 사회적 약자의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배리어프리 시설이 부족해 이동이나 가게 접근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이에 본지는 우리 학교 주변 상권과 교통 영역의 배리어프리 시설 설치 현황을 취재했다

휠체어 이용 학우의 하루를 따라가다

지난 11일 오후, 기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조성현(사학 21) 학우의 하루를 동행하기 위해 한 카페를 찾았다. 조 학우는 우리 학교 장애인권위원회 준비위원회 학술국장이자 장애인권동아리 Equal(이하 이퀄)의 회장이다. 미리 알아봐둔 카페에서 이퀄의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해당 카페가 임시 휴무인 관계로 급히 장소를 변경해야 했다. 조 학우는 성균관대 배리어프리맵(이하 배리어프리맵)’ 사이트를 보여주며 갑작스러운 휴무가 당황스럽지만, 이퀄에서 자체 제작한 배리어프리맵을 참고해 장소를 옮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안도했다.

기자는 부원들을 기다리며 조 학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조 학우는 오늘처럼 가게가 갑자기 문을 닫기도 하고 배리어프리맵에 등록돼 있어도 세부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입구에 단차가 있어 학우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학과 모임을 회상하며 배리어프리맵에 등록된 가게여서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조 학우는 도움이 고마웠지만 학우들을 번거롭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고 전했다.

가게 내부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도 있다. 탁자의 높이가 낮거나 의자가 바닥에 고정된 경우 이용에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은 배리어프리 카페를 방문한 덕에 쾌적한 환경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2시간에 걸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뒤 조 학우는 혜화역으로 향했다. 그는 혜화동의 보도가 고르지 않기도 하고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어 통학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오리엔테이션을 잘 마친 덕분인지 밝은 표정으로 귀가했다.

 

 

지난 11일 진행되고 있는 이퀄 오리엔테이션 현장.
사진 | 신예진 기자 newyejin@

 

 

공공시설물, 모두를 포용하고 있나

이동 불편은 비단 가게 입구의 단차나 균일하지 않은 보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에 본지는 시각장애인의 보행에 불편함은 없는지 살피고자 인사캠 근방의 혜화·이화동, 자과캠의 율천동에 설치된 배리어프리 시설을 조사했다. 공공시설물에 설치되는 배리어프리 시설로는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이하 음향신호기)와 점자 유도 블록이 대표적이다. 음향신호기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음향으로 신호 정보를 안내하며 점자 유도 블록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기 위해 설치된다. 음향신호기와 점자 유도 블록은 각각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과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 따라 설치가 권고된다. 조사 결과 혜화·이화동 횡단보도 11개 모두 음향신호기가 설치돼 있었으며 모두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율천동은 11개 중 1개의 횡단보도에만 음향신호기가 설치돼 비교적 미비한 상황이었다.

점자 유도 블록의 경우 양 지역 모두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 도중에 끊어지거나 장애물에 경로를 방해받는 점자 유도 블록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화동 서울대병원 근처에서는 일부 파손된 점자 유도 블록이 발견됐다. 종로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은 정기 점검과 민원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지만 인력이나 예산의 문제로 상시 확인이 힘들다고 전했다. 수원시청 장애인복지과 관계자 또한 정기 점검을 이행하고 있지만 유지와 보수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동 서울대병원 근처 파손된 점자 유도 블록.
사진 | 김채연 기자 chaeyeonkim@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율천동 횡단보도.
사진 | 강현 기자 hyuny22@

 

배리어프리 시설, 학교 주변 상권은

본지는 인사캠 정문에서 소나무길로 이어지는 상권과 자과캠 북문부터 성균관대역까지의 상권에 설치된 배리어프리 시설 현황을 취재했다. 배리어프리 시설이 설치됐다고 판단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가게 진입에 불편이 없도록 단차가 낮은 1층이거나 경사로가 설치된 곳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휠체어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경사로는 충분히 넓고 경사가 너무 급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충족하는 가게는 인사캠 주변 60곳 중 14, 자과캠 주변 35곳 중 7곳이었다. 또한 가게 내부 공간이 넓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높이의 탁자가 구비돼야 하며, 의자를 자유롭게 움직여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조사 결과 경사로가 설치돼 있던 가게 중 인사캠 주변 14곳 중 10, 자과캠 주변 7곳 중 6곳이 해당 기준을 충족했다. 이중 인사캠 인근 카페달달의 김성미 사장은 과거에 서울시의 경사로 설치 사업에 참여해 경사로를 설치했다휠체어와 유모차 이용 고객 모두 매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조사한 가게 중 자동문이 설치된 곳은 인사캠 2곳이 유일했고 장애인 화장실은 모두 운영하지 않았다.

 

 

경사로가 잘못 설치된 인사캠 주위 가게.
사진 | 신예진 기자 newyejin@

 

한편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오스크는 디지털 터치 방식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나 손이 불편한 뇌병변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렵다. 이를 개선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개발됐으나 현재 보급률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기존 키오스크에서 음성 안내 자동 센서 높이 조절 점자 디스플레이 조작 키패드 등의 기능이 추가돼 모든 이용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인사캠과 자과캠 주변 상권에서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박지연(심리 20) 학우는 시각장애가 있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야 할 때는 일행에게 부탁한다혼자 방문할 때는 키오스크 사용법을 외우거나 점원에게 부탁드리지만 아예 방문을 포기한 적도 많다고 전했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경우 화면을 가까이서 봐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키오스크가 너무 높게 설치돼 힘들었다높이 조절이 용이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개인 사업자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인사캠 주변에서 키오스크를 비치해 카페를 운영하는 김은희 사장은 비용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를 별도로 설치하기는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이동권 보장을 위한 배리어프리

장애인 이동권과 직결된 배리어프리 시설에는 장애인 콜택시 저상버스 점자 표시판 등이 있다. 장애인 콜택시는 공단이 지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장애인이 이용하는 이동 수단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수원시의 장애인 콜택시는 타 지역으로의 이동에 한계가 있어 사용에 불편함이 있다. 특히 장애인 콜택시의 수는 법적으로 중증장애인 150명당 1대씩 배치될 것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 기회조차 부족하다.

한편 수원시는 장애인 콜택시인 한아름 콜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아름 콜택시는 목적지를 서울이나 인천 등 다른 자치도로 설정하는 경우 이동사유를 요구할 뿐 아니라 2시간의 시간제한이 있어 도내 이동이 아니면 실질적으로 이용이 힘들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정책위원장은 인접한 생활권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요에 비해 콜택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운영을 광역 단위로 넓히고 공급 차량도 더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상버스는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버스에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경사판을 설치한 버스다. 일반버스의 경우 출입구가 비좁거나 계단식 형태이기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는 쉽게 승차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지난 119일부터 국토교통부는 전국의 시내버스를 모두 저상버스로 교체하는 내용의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인사캠에서 버스를 이용할 경우 대부분 창경궁.서울대학교병원 방면의 명륜3.성대입구()’, ‘혜화역.서울연극센터(장면총리가옥)’, 삼선교 방면의 혜화역.동성중·(장면총리가옥)’ 정류장을 이용한다. 우리 학교와 인접한 위 3개 정거장에는 공항버스를 제외한 총 26개 노선의 버스가 정차하며 이 중 23개 노선에서 저상버스를 운영한다. 그러나 모든 배차마다 저상버스가 운영되지는 않는다.

자과캠에서는 성균관대역 방면 성균관대학교’, 삼성아파트 방면 성균관대학교정류장을 경유하는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위의 두 정거장에는 총 6개 노선의 버스가 운영되며 모든 노선에서 저상버스가 운영된다. 그러나 자과캠 근처 버스 노선 또한 인사캠과 마찬가지로 매 배차마다 저상버스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특히 인사캠과 자과캠을 오가는 학우들이 대부분 이용하는 7800번 버스의 경우 저상버스의 배차가 적기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이 어려운 실정이다.

 

 

저상버스.
ⓒ한국농어촌공사 캡처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우리 학교는 지난 ‘2020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서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장애 학우에 대한 이동권과 교육권 보장을 위해 학교가 노력해 온 결실이다. 그러나 경사로가 부족하거나 균일하지 않은 보도블록이 존재하는 등 교외의 배리어프리 시설은 비교적 아쉬운 상황이었다. 이는 비단 우리 학교 주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21년 서울대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학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의 조사 결과, 서울대 인근 샤로수길 가게 250곳 중 약 20곳만이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었다. 이중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건물은 두 곳뿐이었다.

오늘날 배리어프리 사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배리어프리 시설 확충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한국환경건축연구원 UD센터 UD복지연구실 배융호 이사는 배리어프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보이지 않는 장벽을 제거하고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있다미흡한 배리어프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이동 편리성을 높이는 제도와 함께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제고돼야 한다고 전했다. 조 학우는 학교 주변을 다니다 보면 제약을 느낄 때도 많아 주위 시설이 개선되길 바란다며 배리어프리 사회에 대한 소망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