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예진 (newyejin@skkuw.com)

인공각막부터 이종이식까지 발전하는 각막이식

여전히 적극적인 각막 기증 필요

 

지난 1월 미국의 유튜버 미스터 비스트가 시각 장애인 실명 위기에 놓인 1,000명의 개안 수술을 후원해 화제가 됐다. 영상에는 선명한 시력을 갖게 된 환자들이 가족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시력을 찾게 해주는 수술인 개안 수술은 대부분 각막이식을 통해 이뤄진다. 각막이식은 무엇이고 어떤 과정으로 이뤄질까? 각막이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각막이식, 좀 아시나요?

각막이식은 회복 불가능한 기능적 손상이나 혼탁으로 시력 장애가 생긴 각막을 다른 각막으로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각막은 눈의 검은자위 표면에 덮인 투명한 막으로 외부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빛을 굴절시켜 사물을 볼 수 있게 한다. 선천적 시각 장애인만 각막이식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각막이 수포처럼 부어오르는 수포성각막증은 일반적인 노화현상 중 하나다. 또한 각막은 일상에서도 손상되기 쉽다. 한양대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강민호 교수는 일상 속에서 눈을 비비는 행동은 *원추각막을 유발하거나 악화한다콘택트렌즈 착용도 감염성 각막염을 일으킬 수 있고 이는 각막혼탁으로도 이어진다고 전했다. 각막혼탁이란 각막이 질병이나 손상에 의해 불투명해져 외관상 하얗게 되거나 뿌옇게 변한 상태를 말한다. 실제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서 발행한 ‘2021년도 장기 등 이식 및 인체조직 기증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에 이뤄진 370건의 각막이식 원인은 재각막이식 수포성각막증 각막혼탁 순으로 많았다.

 

 

 

손상 부위에 따라 다른 각막이식

각막이식은 각막이식 전문 의사의 진료를 통해 수술의 필요 여부 수술 종류 수술 후 기대시력의 정도를 논의한 후 사망자로부터 기증각막이 생기면 수술을 진행한다. 각막이식은 절개 부위에 따라 크게 전층각막이식과 부분층각막이식으로 나뉜다.

전층각막이식은 각막의 여러 층에 문제가 생겨 각막의 전체층을 이식하는 수술이다. 전층각막이식은 수여자의 각막을 약 7~8mm 크기의 원형으로 오려내 이식한다. 기증자의 각막을 이식하려는 크기보다 0.25~0.5mm 크게 절제하고 이를 수여자의 눈으로 옮긴 후 가느다란 나일론 실로 봉합한다. 봉합은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 세기와 길이로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막이 어그러져 필연적으로 난시가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각막 전체층을 이식하기 때문에 이식 거부반응 비율도 높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것이 부분층각막이식으로 각막의 병변이 있는 앞쪽 또는 뒤쪽의 일부 층만 이식한다. 각막은 두께가 0.53mm 정도로 얇은 조직이지만, 기능이 모두 다른 5개의 세포층으로 이뤄져 있다. 바깥쪽부터 각막상피 보우만막 각막실질 데스메막 각막내피 순이다. 부분층각막이식은 손상된 각막층에 따라 데스메막 각막내피 이식 데스메막박리 각막내피층판 이식 심부표층 각막이식을 한다. 데스메막 각막내피 이식과 데스메막박리 각막내피층판 이식은 수포성각막증처럼 각막내피에 병변이 생긴 경우에 시행한다. 우리 학교 의학과 임동희 교수는 병변의 크기에 따라 데스메막 각막내피 이식술은 각막내피만 이식하고, 데스메막박리 각막내피층판 이식은 각막실질 일부와 각막내피를 이식한다고 설명했다. 심부표층 각막이식은 각막상피부터 각막실질에 병변이 있어 시야가 혼탁해졌을 때 각막내피와 데스메막을 제외한 각막 전면 부위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부분층각막이식은 전층각막이식에 비해 회복이 빠르고 이식 거부 반응이 적으나, 수술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 학교 의학과 임동희 교수 제공

 

 

발전하는 수술, 인공각막이식과 이종각막이식

인공각막이식과 이종각막이식은 생체각막이식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임 교수는 각막이식은 재수술이 많고 이식을 여러 번 받을수록 거부반응도 심해져 위험도가 높아진다이런 경우 인공각막이식이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작년 1,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보스턴 인공각막이식의 안전성과 우수성에 대한 장기 경과 관찰 결과를 발표했다. 보스턴 인공각막은 기증받은 각막 중심에 3.0mm 구멍을 만들어 *PMMA 플라스틱 재질의 광학부를 끼운 인공각막 복합체를 말한다. 인공각막 복합체 중심부는 생체 재료가 아니어서 내피세포 감소와 상관없이 각막의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고 거부반응이 적다. 발표에 따르면 보스턴 인공각막 이식수술 후 0.01 이하의 시력이었던 환자들의 최대 교정시력은 평균 0.4로 상승했다. 임 교수는 각막이식 후 거부 반응이 심했던 환자처럼 생체각막으로 해결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 합병증에 대한 안정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보스턴 인공각막이식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보스턴 인공각막이식은 국내에서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해 개인이 직접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술비용이 전액 비보험 처리돼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보스턴 인공각막에도 기증각막이 필요하기 때문에 완전히 인간의 각막을 대체하기도 어렵다.

이에 사람의 각막이 필요 없는 이종이식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 이종이식이란 종이 다른 동물의 기관 세포 조직 등을 인체에 이식하는 방법을 말한다. 지난해 8월 스웨덴 린셰핑대 연구팀은 돼지의 피부에서 추출한 신형각막 임플란트를 개발했다. 또한 신형각막 임플란트를 덜 *침습적으로 원추각막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에 성공했다. 돼지 피부는 각막과 비슷한 콜라겐 성분이고 식품산업의 부산물로 얻기 쉬워 이종이식의 재료로 쓰인다. 인간의 각막은 기증 후 2주 내로 이식돼야 하지만 돼지 피부로 만든 임플란트는 2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각막이식은 환자의 손상된 각막을 제거한 뒤 기증각막을 꿰매 넣기 때문에 환자는 수술 후 1년 이상 면역억제성 점안제를 써야 하고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이종이식 방법은 환자의 각막을 유지하면서 작게 낸 절개 부위로 임플란트를 넣으면 돼 덜 침습적이며 감염 위험과 통증도 비교적 적다. 이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킬 우려가 없어 면역억제성 점안제 사용 기간도 8주로 단축된다. 실제 임상 실험에서 실명이거나 실명 직전인 환자 20명에게 이종이식을 한 결과 모두 실명에서 벗어났고 그중 3명은 1.0 수준으로 시력이 향상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삼성서울병원 블로그 캡처

 

그럼에도 중요한 각막 기증

각막이식은 각막에 문제가 생겨 시력을 잃은 사람들의 시력을 되찾아주는 고마운 수술이다. 그러나 각막이식자가 적고 인공각막이식과 이종이식도 아직 비용 및 기술적 이유로 상용화 단계가 아니다. 강 교수는 매년 2,000명 이상의 환자가 각막이식을 받고자 대기하고 있으나 국내 안구 기증을 통한 각막이식은 1년에 대략 200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에서는 누구나 온라인으로 각막 기증희망서약에 간단히 참여할 수 있다. 강 교수는 "다른 장기와 달리 안구는 사후기증이 가능하고 조직 적합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니, 각막 기증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 원추각막: 각막이 비정상적으로 얇아지면서 돌출돼 부정난시가 발생하는 안질환.

◇ PMMA 플라스틱: 빛을 가장 청량하게 투영해 유리의 대체재로 주로 사용된다.

◇ 침습적: 세균과 같은 미생물 혹은 검사용 장비의 일부가 체내 조직 안으로 들어가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