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찬주 기자 (chanjupark7@gmail.com)

다양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 종로구를 찾는다. 서류 가방을 들고 출근하는 직장인,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학생, 들뜬 표정으로 문화를 즐기러 온 관광객이 있는가 하면 이들이 떠난 조용한 밤에 종로구에 남아 있는 거주민도 있다. 종로구에 애정을 지닌 세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종로구는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정지상(국문 21) 학우

스무 살에 우리 학교에 입학해 종로구에서 살기 시작했다. 내게 종로구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시험이 이틀도 채 남지 않은 날, 연극 ‘유리동물원’을 보러 대학로의 아트원씨어터로 무작정 향했던 적이 있다. 연극이 끝나고 늦은 저녁 창경궁 돌담길을 걸으며 새로운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때부터 ‘마우스피스’, ‘터칭 더 보이드’ 등 다양한 연극을 보며 연극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로구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눈 내리는 겨울날 작은 독립영화관인 에무시네마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봤던 기억도, 서점 위트앤시니컬과 동양서림에서 책을 샀던 순간도 모두 종로구에서의 낭만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종로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아림(47) 씨

내게 종로구는 제2의 고향이다. 태어나서 자란 곳은 서초구고 현재는 파주시에 살고 있지만, 22년 전부터 지금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일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종로구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중심에 있는 종로구에는 수많은 문화유산이 공존한다. 세종문화회관은 40여 년간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발전을 이끌어왔고 나는 긴 시간 동안 이곳에서 다양한 예술가의 무대를 지켜봐 왔다. 두 아이와 함께 종로구 곳곳에서 나들이한 추억도 정말 많다. 교보문고와 경복궁이 직장과 가까워 산책하기 좋다는 것도 큰 행운으로 느껴진다.


종로구에서 오랜 기간 거주해온 이준용(61) 씨

5살에 종로구로 이사 와서 57년간 거주했다. 종로구는 삶의 안식처이자 지난날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다. 어디를 돌아봐도 눈에 익은 정겨운 경치만이 보인다. 종로구는 모든 시간과 공간이 정체된 푸근하고 조용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찾던 단골 맛집들이 아직도 나와 가족을 반기고, 모교인 청운초등학교도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으며 갖은 추억을 상기시킨다. 매일 작은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데, 동네가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친구와 이웃은 대부분 떠났지만, 나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인생의 말뚝을 박은 평생의 고향이 바로 종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