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찬주·허예련 기자 (webmaster@skkuw.com)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다양성, 정책적 노력으로 보존해

도심 공동화와 젠트리피케이션 유의할 필요 있어

우리 학교는 종로구에 인사캠을 두고 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노인과 청년이 공존하는 종로구에는 경복궁과 창경궁 등의 고궁과 북촌과 인사동으로 대표되는 한옥촌이 있으면서도 세종로와 종로는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중심업무지구를 이룬다. 이에 성대신문 문화부는 종로구가 가진 다양한 특성을 톺아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쌓인 장소, 종로구

종로구는 서울시의 중·북부에 위치해 동·서·남·북으로 각각 △동대문구·성동구 △서대문구·은평구 △중구 △경기 고양시·성북구와 맞닿아 있는 자치구다. 종로라는 명칭은 조선 시대에 도성문의 개폐에 따라 통행금지 및 해제 시각을 알리는 종을 매달던 누각 ‘종루’에서 유래했다. 20세기에 행정제도가 개편돼 지역을 ‘구’로 구분 짓기 시작하며 ‘종루가 있는 거리’의 의미를 담은 종로구라는 명칭이 생겼다. 

종로구는 조선왕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정한 1394년 이후 600년 이상 나라의 중심지로서 기능해왔다. 조선 시대에 한양을 둘러싸고 △낙산 △남산 △북악산 △인왕산의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서울 한양도성도 대부분 종로구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학연구소 염복규 소장은 “종로구 일대는 조선 시대부터 일제강점기, 산업화시대, 민주화 시대의 역사적 지층이 켜켜이 쌓여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다채로운 종로구의 곳곳을 살펴보면

지금 종로구의 모습은 어떨까. 정치·경제·문화의 1번지로 통하는 종로에는 우리나라의 정치·경제·문화의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고 있다. 종로는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지로서 기능하며 광화문은 그 무대가 된다. 광화문광장에는 △검찰청 △외교부 △정부서울청사 등 정부 주요 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등 각종 집회가 열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공론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종로구의 경제적 특징 또한 주목할 만하다. 광화문의 동쪽에는 귀금속 거리와 아시아 최대 의류 시장으로 발전해 하루 약 30만 명의 손님을 맞는 동대문 시장이 있다. 

또한 종로는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 지역이기도 하다. 종로의 여러 문화 공간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향유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20·30세대가 주로 찾는 익선동과 북촌은 도심 속 보존된 한옥 지구다. 이곳은 전통을 상징하는 한옥과 젊은 층의 감성이 담긴 음식점이 만나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종로에는 중장년층의 문화 공간인 탑골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광화문광장 전경.
ⓒ광화문광장 아카이브 캡처

 

종로구의 다양성은 어떻게 형성됐나

종로구의 정치·경제·문화적 다양성은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종로구는 조선의 수도인 ‘한양’을 모태로 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조선왕조 600년 역사를 담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 ‘육조거리’에는 △삼군부 △육조 △의정부 등의 국가 중앙 관청이 늘어서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가 종로구 중심으로 도시를 개발해 식민 지배의 핵심 기관인 조선총독부와 경성부청이 들어서기도 했다. 청와대 또한 지난해 용산구로 이전하기 전까지 종로구에 위치하며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로 기능해왔다.

시장 또한 조선 시대부터 한양도성의 가장 넓은 거리인 종로변에 형성됐다. 이에 염 소장은 “시장은 통시적으로 도심의 필수 요소”라며 “조선 후기 군인들의 가족이 유통에 참여하며 조성된 ‘배오개 시장’은 현재 동대문 시장의 시초가 됐다”고 말했다. 도심에서 발전한 정치·경제적 공간이 현재까지도 꾸준히 변형되며 명맥을 이어온 것이다.

한편 시대와 함께 변형되는 종로구를 보존하려는 정책적 노력도 있었다. 종로구의 보존 정책은 파괴적인 지역 개발 이후 제기된 역사 도심으로서의 위상에 대한 인식이 재고되며 시작됐다.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홍성태 교수는 “종로구는 지역 전체를 보존해야 할 만큼의 문화·역사적 가치가 있었으나 일제강점과 전쟁, 독재 등에 의해 파괴적으로 개발돼왔다”고 밝혔다. 특히 1970년대 종로구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강남이 개발됐는데 이때 많은 건물이 강남으로 이전하며 주거지로서 종로구의 성격이 퇘색됐다. 그 예로 조선 시대 양반들의 주거지였던 북촌을 들 수 있다. 휘문고등학교와 창덕여자고등학교 등이 강남으로 이전됐다. 그 자리에 15층 규모의 현대그룹 사옥과 헌법재판소가 들어서며 그 일대의 한옥 경관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후 역사적 도심으로서의 위상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며 정책적 변화가 일어났다. 염 소장은 “1980년대에 들어 경제개발의 성과가 뚜렷해짐과 동시에 88올림픽 등의 국제행사를 준비하며 우리의 고유한 역사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됐다”며 “종로구 역사의 600주년 기념사업과 함께 서울의 역사 도심 보존 정책이 시작되고 다양한 제도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보존 정책을 위해 1977년부터는 경복궁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의 건물 높이를 15~20m 이하로 제한했다. 또한 2010년부터는 △돈화문로 △북촌 △서촌 △인사동을 한옥보존구역으로 지정해 일대 건물의 용도와 건축 기준을 특별히 규정하며 관리하고 있다. 일례로 한옥이 밀집된 지역에는 한옥만 건축할 수 있도록 하거나 그 주변 지역에는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있다.

 

북촌한옥마을 전경.
ⓒ광화문광장 아카이브 캡처

 

종로구의 과제, 도심 공동화와 젠트리피케이션

종로구가 당면한 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종로구는 거주하는 인구에 비해 낮 시간대에 존재하는 인구가 높은 대표적인 지역이다. *상주인구에 대한 *주간인구의 비율을 의미하는 주간인구 지수가 2020년에 245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연세대 도시공학과 김갑성 교수는 “세계적으로 도시들은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해 인구가 주간에는 집중되나 야간에는 빠져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도심 공동화 현상은 지대 상승 및 각종 공해로 인해 주택 지역이 도심 외곽에 위치하고 도심에는 업무지구가 형성돼 도심의 거주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런 특징은 상주인구에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김 교수는 “주간인구를 고려하지 않는 도시 계획으로 인해 쓰레기의 발생량이 상주인구 대비 증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행정학과 전희정 교수는 “이런 현상은 학생 수의 감소, 주거 지역의 쇠퇴, 치안 문제 등까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명소가 만들어지고 상권이 확대되며 익선동과 서촌을 포함한 종로구 전반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둥지 내몰림 현상으로,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돼 고급 주거·대형 상업 시설과 자본 등이 들어서고, 이에 따라 임대료·지대 상승 등이 이뤄지며 원주민이 떠나는 것을 뜻한다. 영산대 부동산학과 서정렬 교수는 “종로구는 관광지와 맛집이 모여 있고 교통이 편리하며 서울의 중심부에 있어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여건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구를 방문하는 인구가 △관광 △등교 △출근 등 다양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젠트리피케이션에 일조한다. 서 교수는 “다양한 목적의 유동인구가 많을수록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하면 상권이 표준화되고 장소의 다양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효과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타격을 입은 대학로 소극장에 임차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종로구는 관광지화와 젠트리피케이션을 합친 말인 투어리피케이션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특별관리지역 지정 및 관리계획 수립’ 연구를 시작해 주민 정주권을 보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대료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건물주와 임차인 간의 상생을 유도하는 ‘젠틀공인중개사사무소’도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은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는 용어가 아니며 낙후된 도심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 이진희 부연구위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은 쇠퇴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기도 하고 환경 개선과 범죄율 감소 등의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종로구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긍정적 효과를 활용해 상권 침체 문제를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으나 젠트리피케이션의 속도가 대응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이 부연구위원은 “젠트리피케이션에 적절히 대응하는 정책이 마련된 후 종로구의 상권 활성화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심업무지구=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상업, 업무 등의 시설이 모여 있는 핵심 지역.

◆상주인구=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주간인구=해당 지역에 낮에만 존재하는 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