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우혁 (wh776500@skkuw.com)

인터뷰 - 사이비 단체 피해자

 

성폭행, 노동착취 등 사이비 단체의 커다란 범죄 행위는 뉴스에서 대서특필된다. 그러나 사이비 단체로 일상이 무너지고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가 파멸되는 등의 개인적 피해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 이에 과거 신천지 신도로 활동했던 세 명의 청년을 만나 그들이 겪은 고통을 들어봤다.

휴일도 없이 온종일 신천지를 위해 일하는 구조

가족관계 틀어져 가출하는 청년도 많아

 

사이비 단체가 신도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A(31): 신천지 신도는 일반신도와 ‘전일 사명자’라는 직책을 가진 신도로 구분된다. 일반신도의 경우 주로 예배에 참여한다. 그런데 청년회 교육이나 전도 모임과 같은 활동이 매일 있어 자기 계발을 하거나 여가를 즐길 시간이 거의 없다. 
전일 사명자는 월급 30만 원을 받고 휴일 없이 온종일 신천지를 위해 일한다. 새벽까지 신천지 교세 확장을 위해 의논하고 다음 날 전도를 하는 일상이 무한 반복된다. 자신의 인생을 신천지를 위해 바치게 되는 것이다. 

B(24): 일상생활로 복귀를 권하는 가족과의 관계도 차단해버린다. 신천지를 배척하는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죽어 구원받을 수 없다고 세뇌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되고, 관계가 틀어져 가출하는 청년들도 많다. 


탈퇴 과정이나 탈퇴 후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A(31): 사이비 단체는 탈퇴가 자유롭지 못하며 탈퇴한 신도들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이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실제로 신천지 탈퇴 후 얼마 동안 신도들에게 미행당하기도 했다.

B(24): 영화 <트루먼 쇼>처럼 신천지 신도로서 믿었던 것이 알고 보니 모두 거짓이었다. 진실을 깨달으면서 오는 상실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탈퇴 이후 친했던 신천지 신도들과의 관계가 하나둘씩 정리되면서 느끼는 사회적 고립감도 컸다.

C(26): 탈퇴 후에는 허탈감이 매우 컸다. 사람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좇으며 살아가는데 내가 좇던 신념과 사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신천지에서 보낸 4년은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와 같은 고민과 자책을 많이 했다. 


20대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31): 사이비 단체의 주 포교 대상은 20대이기 때문에 신촌이나 혜화와 같은 대학가 근처에서 포교가 많이 이뤄진다. 또한 에브리타임에서 위장모임을 홍보하기도 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C(26): 최근에는 ‘오픈전도시대’라고 지인 관계에서 본인이 신천지임을 밝히고 자연스럽게 포교하는 방법도 성행하고 있다. 먼저 포교 성공률이 높은 유형의 사람들을 ‘찾기 체크리스트’에 유형화했다. 체크리스트에 해당하는 사람이나 신천지와 관련된 말을 던졌을 때 거부감이 적은 상대방과 친분을 깊게 쌓은 후 신천지임을 밝히고 포교하는 것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 성경 내용과 관련된 강의나 상담을 권유한다면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신천지 내에서 선별한 포교 대상자 목록. 피해자A 제공
신천지 내에서 선별한 포교 대상자 목록. 피해자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