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우혁, 정유정 (webmaster@skkuw.com)

검증 요구하면 잠수, 교내로 잠입 시도하는 사이비 단체

사이비 피해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해결책 필요해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서 사이비 단체 JMS의 실체가 폭로돼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사이비 단체의 주요 포교 대상이 20대 대학생인 만큼, 대학 사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사이비 단체란 무엇이고 이들이 대학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사이비 단체란?
사이비 단체는 신도들로부터 노동착취나 금품, 성 상납을 강요하고 탈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등의 특징을 가진다. 사이비는 이단과도 구분되는 개념이다. 이단은 기독교계에서 주로 쓰는 표현으로 정통 교리와는 다른 교리를 주장하는 종교 단체를 일컫는다. 총신대 신학과 박재은 교수는 “사이비 단체의 겉모습은 기존 종교나 이단과 비슷해 보이지만, 신앙과 예배를 목적으로 한 종교 단체가 아닌 사기 집단이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사이비 단체로 지목되고 있는 신천지와 JMS 등은 자신만의 교리를 가지고 있지만, 금품을 요구하거나 성 착취를 조장하는 경향이 있어 사이비적 요소가 강하다”고 평했다.

'나는 신이다' 포스터.
'나는 신이다' 포스터.

 

대학 사회에 스며든 사이비 단체
사이비 단체는 대학 사회 내에도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성신여대에서 17년간 활동한 댄스 동아리가 JMS 소속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교내에서 제명됐다. 성균관대 기독학생 연합회(이하 성기연) 김성훈 간사는 “우리 학교에도 사이비로 의심되는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동아리 등록을 시도하고 있다”며 “검증을 위해 면담을 요청하니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조수빈(문정 19) 학우는 “사이비 단체 동아리가 사이비임을 밝히지 않고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학교 동아리들은 안전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러스트ㅣ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


대학생의 피해 심각해…‘청춘 반환 소송’ 제기되기도
20대 대학생은 사이비 단체의 포교 대상 또는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단 전문 상담소인 공감심리상담센터 유연철 대표는 “사회 경험이 적고 포교에 집중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대학생이 주 포교 대상”이라며 “대학 캠퍼스 또한 경계가 느슨하고 위장이 쉬워 사이비 단체의 주 활동 무대가 된다”고 전했다. 2020년 기준 신천지의 신도는 약 24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20대 신도가 절반에 이른다.
신도들은 사이비 단체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착취당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신도들이 금전을 착취당하는 경우가 있다. 신천지는 전도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경우, 신도 약 20만 명에게 개인마다 100만 원이 넘는 금전 납부를 강요했다. JMS 또한 ‘성전 건축 헌금’ 등의 명목으로 대학생 신도들에게 제2·3금융권 대출을 요구했다. 유 대표는 “포섭된 학생들은 교세 확장을 위한 종교행사에 투입되는데 이때부터 노동착취가 시작된다”고 전했다. 신도들은 일명 ‘섭리 기업’이라는 JMS 관련 기업에서 무임금 노동에 차출되는 등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사이비 단체의 자금줄이 된다. 또한 사이비 단체는 금전만 취하는 단순 사기와 달리 성적인 착취가 동반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JMS 정명석 교주는 젊고 키가 큰 여자 대학생을 모아 ‘신앙 스타’라는 단체를 만든 뒤 이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성범죄를 저질렀다.
한편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신천지를 상대로 ‘청춘 반환 소송’을 제기해 2018년 1·2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사이비 단체에 헌신하며 빼앗긴 청춘과 시간·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유 대표는 “청년기에 사이비 단체 신도로 활동하게 되면 취업의 시기를 놓치고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진다”며 “탈퇴 이후에도 배신감과 허탈감으로 인한 정신적 아픔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사이비 단체 포교, 어떻게 이뤄지나?
사이비 단체의 포교 방식은 다양하지만, 최근 가장 많이 보이는 방식은 ‘모략, 모사 포교(이하 모략 포교)’다. 모략 포교란 △동아리 △봉사 활동 △취미 △학회 등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로 흥미를 끈 뒤, 후에 사이비 종교를 권유하는 포교법이다. 종교 자체에 관한 관심이 떨어지고, 사이비 단체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자 종교와 전혀 관련 없는 단체로 위장해 접근하는 것이다. 전도자들은 포교 대상자의 생년월일,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부터 관심사나 가족관계 등 학생들의 사적인 영역을 공유하고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간 포교를 진행한다. 한 사람을 전도하기 위해 오랜 기간 여러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합리적 의심이나 객관적인 사고가 어렵다. 또한 사이비 단체임을 알아채고 연락을 끊으려 해도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이어진 인간관계에 휘둘려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실제 포교 피해를 전해온 A학우의 사례를 통해 모략 포교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2018년 새내기였던 A학우는, 에브리타임의 홍보 게시판에서 강연과 함께 무료 메이크업과 퍼스널컬러를 알려주는 행사를 보고 흥미를 느껴 참여했다. 강연자는 학창시절 굉장히 소심하고 용기도 없던 사람이었는데 ‘멘토님’을 만나 삶이 바뀌었다며 ‘멘토님’에 대해 계속 언급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이뤄진 퍼스널컬러 진단에서 A학우는 옆자리의 참가자가 우리 학교 선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학우는 “생소한 곳에서 학교 선배를 만났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급격히 친해졌고 번호를 교환했다”며 “당시엔 몰랐지만, JMS 측에서 같은 학교 출신이나 공통점을 가진 신도를 참가자 근처에 배치한 것 같다”고 전했다. 며칠 뒤, 행사에서 만났던 선배(이하 B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강연자가 말했던 ‘멘토님’이 지휘자로 참여한 음악회가 열린다며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행사장에 도착하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10대와 어린아이들이 가득했다. 음악과 춤 등 여러 공연이 끝난 후 한 사람이 하얀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JMS 정명석 교주였다. 그가 등장하자 B선배를 비롯한 모든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소리치며 정명석을 찬양했다. 사이비 단체임을 깨달은 A학우는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와 강연자와 B선배의 연락을 끊었다. 다행히 추가적인 연락이나 협박은 없었다. A학우는 “이후 학교에서 B선배를 같은 수업에서 마주쳤다”며 “사이비는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곳에도 존재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처벌뿐만 아니라 예방과 피해자 지원도 필요해
사이비 단체는 우리의 일상과 가까이 있다.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사이비 단체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우리 학교 인사캠 학생지원팀 노현종 직원은 “사이비 단체가 교내에서 포교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으면 즉시 보안근무자를 보내 제재를 한다”고 답했다. 성기연도 학교 내에서나 근처에서 포교하는 사이비 단체를 자체적으로 몰아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대부분의 사이비 단체는 정체를 숨기고 포교하기 때문에 이들을 정확히 판단하고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사이비 단체의 특성과 존재 여부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유 대표는 “학생들이 사이비 단체의 특징과 포교 방법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예방 교육이 철저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사이비 단체의 포교 및 범죄 활동을 규제할 법률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기 포교를 처벌한다는 내용의 유사종교피해방지 특별법은 발의를 앞두고 있다. 또한 유사종교피해대책범국민연대가 지난해부터 자체 홈페이지에서 ‘반사회적 사이비종교 규제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해당 법안의 초안을 작성한 법무법인 로고스 이흥락 변호사는 “재산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사기 포교 행위 자체가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때문에 이를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비 단체의 사기 포교와 활동은 엄연한 범죄다. 때문에 사이비 단체에 빠져 피해를 당하더라도 이는 본인의 잘못이 아님을 명확히 인지하고 자책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유 대표는 “사이비 단체의 피해로 인해 허탈과 우울 등 심리적인 아픔이 크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이비 단체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우는 우리 학교 카운슬링센터(인사캠 02-760-1290, 자과캠 031-290-5260)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유사종교피해대책범국민연대 홈페이지에서 실시 중인 서명란.

◇불법행위=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