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현 기자 (hyuny@skkuw.com)

보안성이 뛰어나 범죄에 악용되는 텔레그램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의 해결책을 모색할 때

지난 11일 인천 경찰청은 베트남서 20억 상당의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한 범죄단체 7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이들의 마약 유통 수단은 텔레그램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국내 마약 유통 △미디어 성범죄 △불법 도박 △저작권 위반 등 범죄들의 공통점은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라는 것이다. 실제로 텔레그램은 뛰어난 보안으로 인해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기도 했으나, 우리나라의 수많은 범죄에 악용되기도 하는 실정이다. 텔레그램이 어떻게 범죄에 이용되고 어떤 대책을 강구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왜 텔레그램인가
텔레그램은 Telegram Messenger LLP사(이하 텔레그램사)가 두바이에서 2013년 8월 23일에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메신저이며 월간 평균 활성 사용자가 7억 명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텔레그램이 이렇게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보안으로 인한 개인정보 보호다. 텔레그램사는 고객센터 Q&A에서 텔레그램은 개인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중요시하고 있다며 사용자의 정보가 유출되거나 제공된 규모는 0바이트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렇게 텔레그램이 높은 보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데이터의 전달 방법이 다른 채팅 서비스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서비스 회사 서버에 메시지를 잠시 저장한 후 기기에 기록을 보내주는 우리나라 메신저와 달리 텔레그램은 기기 간의 대화를 회사 서버를 거치지 않고 전달해 당사자가 아니면 그 내용을 볼 수 없다. 

이렇게 뛰어난 보안성을 가진 텔레그램은 러-우 전쟁에서 전쟁의 실상을 알리는 데에 쓰였다. 또한 이란에서는 여성 인권 신장 운동 중에 정부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서 텔레그램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텔레그램은 정보의 보안과 신속한 전달이 중요한 주식, 가상화폐의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텔레그램 주식 방을 사용하는 서울대 정우진 씨는 “주식 투자 정보를 공유할 때 속도가 빠르고 다른 SNS보다 많은 동시 이용자를 수용하는 텔레그램은 폭넓은 정보 공유가 가능해 유용하게 쓰인다”고 설명했다.

일러스트ㅣ홍윤지 외부기자 webmaster@​​

 

범죄의 온상지 텔레그램
하지만 이렇게 높은 보안성은 범죄자 특정을 어렵게 해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우선 텔레그램은 각종 미디어 성범죄의 본거지로 지목된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박사방 △엘 성 착취 △n번방 등과 같은 미디어 성범죄 사건은 대부분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이 이뤄졌다. 카카오톡의 경우 오픈 채팅에 한정해 자체적으로 음란물을 차단하는 등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텔레그램에는 음란물 유통과 관련된 내부 정책이 없어 음란물의 유포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또한 법인이 국내에 위치하지 않은 점이 수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법인이 해외에 있어 수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텔레그램 본사 위치와 같은 실체 파악에 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약 거래 역시 텔레그램의 주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의 마약 거래는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같은 SNS에서 판매 광고 글을 올려두고 텔레그램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자 역시 SNS에서 ‘캔디파는 곳’이라는 마약을 판매하는 텔레그램 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5월부터 4개월간 텔레그램에서 ‘마약방’을 운영해 필로폰 300g을 매도한 사례도 발생했다. 최근 쉽게 접근이 가능한 텔레그램을 통한 마약 유통이 많아지며 전북경찰청을 비롯한 지역 경찰서에서는 온라인 마약 전담반을 꾸려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텔레그램에서는 저작권 위반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글 △만화 △영상 등의 문화 콘텐츠 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험 △공인회계사 시험 △대학 입시 등의 자료가 불법적으로 공유되는 것이다. 그중 인터넷 검색으로도 쉽게 접속할 수 있는 대입 자료 공유방인 ‘텔레그램 입시평가연구소’에는 지난 11일 기준 약 5만 3천 명이 속해 있었다. 해당 방에서는 시중에서 유료로 판매되는 모의고사를 비롯한 입시 콘텐츠의 PDF가 무단으로 유포되고 있으며, 이는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행위다. 실제로 입시 당시 텔레그램 입시평가연구소를 이용한 건국대 신소재공학과 김민혁 씨는 “텔레그램 자료 공유방에 접속하는 과정이 너무 쉬웠다”며 “대화방에서 오가는 대화를 보면 참여자 대부분 이 상황이 불법이라는 인식조차 없는 듯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이 텔레그램 입시평가연구소에서는 누군가 악의적으로 경기도교육청 관할 27만 명의 학업 성적 및 개인정보를 여러 차례 유출하기도 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렇게 각종 범죄가 텔레그램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텔레그램 입시평가연구소 방 캡처. 사진| 강현 기자 hyuny@skkuw.com
텔레그램 입시평가연구소 방 캡처. 사진| 강현 기자 hyuny@skkuw.com

 

우리나라의 텔레그램에 대한 한계와 해결책
우리나라는 n번방 성 착취 사건 이후 제정된 ‘n번방 방지법’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겨냥한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n번방 방지법은 성 착취물 등의 온라인 유포를 막기 위해 플랫폼에 감시 의무를 둔 법이다. 하지만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국내 기업의 서비스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정작 n번방 사건이 일어난 플랫폼인 텔레그램에 대한 규제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수사당국의 텔레그램 범죄 수사에 한계가 있는 이유는 서버가 해외에 있어 협조를 강제하기 어렵고 회사가 정보 요청을 거절하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 당국은 텔레그램사에 대한 1만 회가 넘는 수사 요청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이 오는 경우는 1%도 채 안 됐다. 텔레그램사는 고객센터 Q&A에서 대테러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면 어떤 국가에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당사도 사용자들의 대화를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의 것만이 아니다. 타국 역시 텔레그램에 대한 법적인 제재가 마땅치 않고, 대부분 서비스 종료를 해결책으로 내놓는다. 실제로 지난해 브라질 대법원은 텔레그램이 가짜 뉴스를 막지 않는다는 이유로 텔레그램사가 대법원의 요구를 이행하기 전까지 브라질 내에서의 접속을 차단했다. 중국, 이란 역시 텔레그램의 사용을 막기 위해서 자국의 IP로는 텔레그램에 접속하지 못하게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차단 국가에서 이용자들은 VPN을 사용해 타 국가 IP로 텔레그램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차단이 범죄 차단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강수현 행정법 변호사는 “타국의 이런 실정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텔레그램에서 국가 전복 모의와 같은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서비스 종료를 명령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사법 당국이 텔레그램 이용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해 미리 범죄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 역시 하나의 해결책이다”라고 덧붙였다.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연출된 모습. 사진| 강현 기자 hyuny@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