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가희 (gahee@skkuw.com)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 보조견 양성 환경

명확한 법 개정과 시민 인식 향상이 필수적

1993년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보조견(이하 보조견) 사업을 시작한 후 30년이 흘렀다. 그동안 약 800마리가 넘는 보조견이 분양됐지만, 전문가들은 보조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한다. 과연 보조견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일원으로 함께하고 있을까?

장애인보조기구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보조견
보조견은 장애인의 활동을 도와주기 위해 훈련된 특수목적견으로,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돕는 존재다. 익히 알려진 보조견은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이지만 그 외에도 △청각장애인 보조견 △지체장애인 보조견 △치료 도우미견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청각장애인 보조견은 앞발로 장애인의 몸을 쳐 초인종 소리와 아기 울음소리 등 생활 속에 필요한 소리를 알려주며, 지체장애인 도우미견은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을 위해 떨어진 물건을 가져오는 역할 등을 수행한다. 치료 도우미견은 상호작용을 통해 정신장애인이 사회화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난 2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뇌전증 도우미견 ‘릴리’가 분양되기도 했다. 뇌전증 도우미견은 환자가 발작을 일으킬 때 크게 짖어 주위에 알리고 환자의 몸 아래로 들어가 부상의 위험을 막아주는 등의 역할을 한다. 한편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지체장애인 보조견은 대형견인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대부분이다. 다만 대형견을 키우지 쉽지 않은 우리나라 애견 문화 특성상 청각장애인 보조견과 치료 도우미견 중에는 몰티즈나 푸들 등의 소형견도 있다. 보조견은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돕는 등 장애인의 생활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관계자 A씨는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을 하나의 팀으로 여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보조견, 얼마나 자주 보셨나요?
이러한 보조견의 필요성에도 우리나라는 보조견 양성 기관이 적어 그 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보조견 양성 기관은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두 곳뿐이다. 해외의 경우 일본은 29곳, 미국은 80곳의 보조견 양성 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모든 종류의 보조견을 양성하고 있지만,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시각장애인 안내견만 양성 중이다. 현재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서 활동 중인 보조견은 약 60마리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경우는 70여 마리다. 이들은 평균 1년 6개월에서 2년 동안의 훈련을 받은 후 분양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128명이 두 단체에 분양을 신청했지만, 그 중 22명만 최종 선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이이삭 사무국장은 “현재 분양되는 보조견이 연평균 30마리 이하로 적은 편이기에 신청 인원 중 보조견과 원만히 지낼 수 있는 생활환경과 경제적 여건 등의 조건을 충족한 소수의 인원만 선정된다”고 전했다.

정부 보조금만으로 운영되는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예산의 어려움도 겪고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삼성의 사회공헌 자금으로 예산을 전액 지원받지만,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보건복지부와 경기도로부터 받은 예산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총합 3억 원을 지원받았다. 보조견 한 마리를 양성하는 데는 그 종류에 따라 대략 2,000만 원에서 1억 원의 예산이 요구된다. 이 사무국장은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 금액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단체에 후원을 요청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열린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정용충 교수는 “보조견 훈련 및 보급을 위한 국가의 지원 자체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그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규정된 바 없어 정부 지원 예산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캡처
ⓒ서울신문 캡처

여전히 부족한 보조견에 대한 인식
보조견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의 공백은 보조견에 대한 인식의 부재로도 이어진다. 장애인복지법 40항 제3조는 보조견을 △공공장소 △숙박시설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일반적으로 보조견의 존재가 타인 또는 시설의 환경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 되는 경우를 정당한 사유의 범위로 본다”며 “그러나 현행법상 이것이 명확하게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기재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매장 내 손님의 불편함 등의 사유로 장애인과 보조견의 출입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장애인과 동행하는 보조견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훈련사와 훈련하는 보조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보조견은 훈련이 끝난 후 사람들 사이에서 생활해야 하는 만큼 사회화 훈련이 중요하다. 따라서 ‘훈련 중’이라는 표지를 붙이고 훈련사와 함께 마트 등 지정된 곳에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에 관한 인식이 부족해 비장애인 훈련사와 보조견이 함께 출입하는 것에 항의한 사례도 있었다. 2020년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훈련 중이던 예비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비장애인 훈련사의 출입을 막는 일이 발생해 송파구청이 대형마트에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특히 소형견인 청각장애인 보조견과 치료 도우미견은 보조견이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무국장은 “실제로 훈련 중인 소형견종의 보조견을 일반 반려견으로 많이들 오해한다”며 “보조견과의 동행에 시선과 부담을 느끼지 않기 위해 일부러 함께 외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보조견의 활성화가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자는 보조견 및 장애인보조기구 등을 통해 장애인의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과 같은 교육 기관에도 보조견이 동행할 수 있다. 우리 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에 대한 사항이 명시된 장애 인식 개선 책자 ‘이해 더하기’를 배포하는 등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종류의 보조견에 대한 안내는 없는 상태다. 우리 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김다빈 직원은 “현재 우리 학교에 보조견과 동행하는 학우는 없는 상황”이라며 “추후 보조견과 생활하는 학우가 생기면 인식 제고를 위해 아이캠퍼스를 통한 영상 교육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보조견을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 내에서 보조견의 활동을 확대하고 그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보조견에 관한 법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에 2020년 시각장애인 안내견 ‘조이’와 활동하고 있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외 10인이 ‘조이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조이법은 장애인복지법 40항 제3조의 출입을 거부하는 정당한 사유를 대통령령으로 명확히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령은 법률과 효력이 동일하기에 보조견 출입에 대한 정당성이 현재보다 뚜렷해질 수 있다. 또한 국가가 보조견 인식 개선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아직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있어 개정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 교수는 “미국의 장애인법은 출입 거부 사유를 ‘통제 불가능한 보조견에 대해 견주가 통제 노력을 하지 않거나, 보조견이 해당 장소에서 배변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 장애인의 사회참여 증진을 위한 참여강화법을 개정하면서 보조견에 관한 8개의 조문을 신설했다”며 우리나라 또한 보조견에 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정부 주도의 인식 개선 활동도 요구된다. 정 교수는 “장애인과 보조견의 공공장소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라며 “장애인복지법에 보조견 출입 거부 등의 인식 개선 교육에 관한 조항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시민 인식 수준의 향상도 동반돼야 한다. 지난달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소재로 한 청소년 장애이해 드라마 ‘갈채’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동휠체어나 보청기 등 장애인을 보조하는 도구는 점차 발전하고 있지만 보조견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기술로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조견이 사회의 진정한 일원으로 함께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개인을 포함한 다양한 주체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뇌전증=뇌 신경세포의 이상으로 반복적 발작과 의식 소실 등이 발생하는 뇌 질환.

◆상임위원회=국회 본회의에 앞서 의안을 심사하는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