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홍예원 기자 (nyaong127@skkuw.com)

인터뷰 – 안산온마음센터 정해선 센터장

피해자의 개별성을 고려한 1:1 사례관리가 중요해

트라우마센터 인력 확충과 센터 간 연계 강화 필요

참사는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다. 국가가 피해자의 아픔을 위로하는 방법은 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진상 규명을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직접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이에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안산온마음센터 정해선 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산온마음센터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달라.
안산온마음센터는 2014년 5월에 설립돼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트라우마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주로 참사 희생자의 가족과 생존자에게 상담 등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가장 많은 희생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안산시 지역사회도 회복하고자 한다.

안산온마음센터 입구 모습. 사진ㅣ홍예원 기자 nyaong127@
안산온마음센터 입구 모습. 사진ㅣ홍예원 기자 nyaong127@

참사 피해자들이 겪는 트라우마 증상은 무엇인가.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참사를 경험한 직후 피해자들은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아 여러 증상을 보인다. 주로 나타나는 트라우마 증상으로는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대인기피 △분노와 우울 △식욕 저하와 불면 등이 있다. 이는 참사라는 비정상적 상황에 대한 정상 반응이다. 이런 증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회복될 수 있지만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심해질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트라우마는 완치되기 어렵고, 유사한 참사가 발생하거나 희생자의 생일 같은 기념일이 돌아오는 등 특정 계기가 있으면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참사 현장이 생생하게 담긴 영상을 보거나 관련 영상을 장기간 접한 사람도 트라우마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어떤 심리지원을 제공하고 있나.
사례관리를 중점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례관리는 정신건강전문요원 자격을 가진 전문가가 △가정방문 △병원 동행 △센터에서의 상담과 같은 심리지원을 1:1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때 피해자마다 트라우마 증상과 치유되는 속도가 다른 점을 고려해 개별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증상이 심한 피해자에게는 전문의의 진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개인 치유 프로그램에서 △공예 제작과 미술 △요가나 명상 △자격증 취득 등에 관한 교육을 제공하고, 집단 치유 프로그램에서는 합창이나 연극과 같은 단체활동의 기회와 관련 교육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합창단과 연극단은 전국적으로 초청받아 공연하고 있고 있다. 이처럼 피해자들이 새로운 활동을 하는 등 트라우마 발생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외상 후 성장’을 돕는다. 

치유 프로그램을 이수한 피해자의 그림. 사진ㅣ홍예원 기자 nyaong127@
치유 프로그램을 이수한 피해자의 그림. 사진ㅣ홍예원 기자 nyaong127@

참사 트라우마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차원에서 참사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지원 체계가 구축됐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심리지원 서비스를 총괄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라우마센터는 △공주 △나주 △부여 △춘천에 있는 국립정신병원에 위치한다. 그러나 현재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트라우마센터는 인력이 부족해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2017년 포항지진 등 참사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이 다수 발생했던 지역에 민간 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되기도 한다. 그러나 민간 센터들은 상호 연계가 부족하고 국가 지원체계와 분리돼 있다. 민간 센터가 국가 지원체계에 편입되거나 민간 센터들 간의 협력이 강화되면 더 효과적인 심리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참사 트라우마 회복에 필요한 사회적 노력은 무엇인가.
피해자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전문적 치료보다도 아픔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지지다. 피해자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는다고 느낄 때 치료받고자 마음을 열게 된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피해자 중 대부분은 안산온마음센터가 설립된 초기에 치료받기를 거부했다. 심리지원 전문가들이 피해자들의 진상 규명 요구시위에 동참하는 등 오랜 시간 그들과 함께해 신뢰를 얻은 후에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심리지원 과정에도 피해자의 의사와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참사를 기억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이해하는 태도는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