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예련 기자 (aerong@skkuw.com)

인터뷰 - 정성권 크리에이터

1인 가구의 자취방 방문하는 콘텐츠가 인기 끌어

자극적이지 않은 콘텐츠로 길게 지속하고 싶어

본인을 남의 집을 돌아다니며 서랍을 열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정성권. 그는 60만 구독자를 가진 자취남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로서 수많은 1인 가구의 자취방을 찾아가 그들의 집이 가진 이야기와 자취 팁들을 공유하는 영상을 제작한다.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공간에서 고유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크리에이터 자취남을 만나봤다. 

20대를 어떻게 보냈는가.
환경공학을 전공했지만 입학 직후 연구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이후 경영학과를 부전공 해 마케팅 수업을 주로 수강했죠. 마케팅 관련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하고 국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 나가기도 했어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 해외를 돌아다니며 승무원 면접을 보기도 했습니다. 저보다 능력이 뛰어난 분들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여러 방향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처음 들어간 회사는 소개팅 앱 회사였어요. 대부분의 취준생이 그러하듯 붙은 곳이 그곳이라 입사했죠. 그런데 한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소개팅 앱이라는 한 분야에 대해서만 전문성을 가질 수 있었어요. 이에 분야를 넓혀보고자 다양한 데이터를 접할 수 있는 마케팅 대행사로 이직했어요. 브랜드에서 제품의 금액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배달앱에서 쿠폰 최대 금액을 왜 5천 원으로 설정하는지 등을 항상 알고 싶어했는데, 여러 회사의 마케팅을 경험하며 이를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정성권 크리에이터의 모습. 사진ㅣ 허예련 기자 aerong@
정성권 크리에이터의 모습. 사진ㅣ 허예련 기자 aerong@

자취남의 첫 자취는. 
자취를 시작한 것은 6년 전, 회사에 취업했을 때였어요. 당시 출퇴근 시간이 왕복 3시간이었어요. 그 시간에 지하철에 있기보단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 돈으로 근처에서 자취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처음 독립해서 혼자 살 땐 세상에 내던져진 느낌이었어요. 인터넷을 3년 계약하는데 왜 나에게 50만 원을 주는지, 밥솥 없이 햇반만으로 버틸 수 있는지 등 다양한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러한 정보들을 쉽게 찾을 수 없어 어려웠죠.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회사를 다니면서도 자유롭게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꾸준히 부수적인 일을 해왔어요. 맨 처음 했던 것은 SNS 페이지 운영이었습니다. 기존에 운영되던 페이스북 페이지를 구매해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업로드했어요. 하지만 SNS에서 소비되는 콘텐츠는 자극적이어야하기 때문에 업로드되는 콘텐츠 각각은 생명력이 있지만 페이지 자체가 브랜딩 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깨달았죠.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그 다음엔 기존 제품을 직접 브랜딩해 판매했어요. 결과가 나쁘진 않았지만 브랜딩 자체를 개인이 하기에는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즈음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자취남 유튜브 프로필. ©자취남 유튜브 채널 캡처
자취남 유튜브 프로필. ©자취남 유튜브 채널 캡처


집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게 된 계기는.
채널의 큰 컨셉은 ‘30대 초반의 남자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이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했죠. 앱을 추천하거나 제품을 리뷰하는 등 다양한 영상을 업로드했어요. 그중 하나가 복층 오피스텔의 장단점을 소개한 영상이었는데 해당 영상이 큰 반응을 얻어 유튜브를 지속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 이후 1년 반 정도 채널 성장에 있어 정체를 겪었어요. 당시에는 아직도 유튜브를 하냐는 주위의 말들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죠. 하지만 꾸준히 영상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자취방을 구경하는 콘텐츠를 만들었고 반응이 좋아 지속하게 됐죠. 그러나 초기의 콘텐츠가 지금과 같은 형식을 갖추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콘텐츠가 처음 나온 후 방송국 작가분들께 어떻게 일반인이 사는 집을 섭외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시는 연락이 왔었어요. 당시에는 비어있는 모델하우스가 아닌 일반인이 실제로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해 촬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거든요. 자취남 채널 또한 초반부터 일반인이 사는 집을 소개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영상을 제작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연히 제작한 영상이 반응을 얻어 지속할 수 있었죠. 

자취남 유튜브 썸네일 캡처. ©자취남 유튜브 채널 캡처
자취남 유튜브 썸네일 캡처. ©자취남 유튜브 채널 캡처


출연자를 섭외하는 방식은.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신청을 받아 진행했어요. 콘텐츠가 언제까지 잘 될지 알 수 없어 큰 부담 없이 신청받았는데 현재까지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죠. 현재는 일주일에 서른 개 정도의 신청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신청이 꾸준히 들어오는 이유는 영상에서 출연자의 이미지를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영상을 계속 제작한다면 조회수는 높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자취남 채널을 통해 집을 소개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상 썸네일을 ‘4평 원룸에 살아요’처럼 진솔하게 만드는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예요. 

또한 자취남 채널은 특별한 집보다는 우리 주위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의 집을 주로 촬영해요. 특별한 집을 찍다 보면 점점 더 큰 집을 촬영하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 집은 저렇게 좋은 집이 아닌데 신청해도 될까’하는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 이런 것이 계속되다 보면 고급 아파트를 찍고 콘텐츠가 끝이 나겠죠. 하지만 자취남 채널은 끝없는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집 선정 과정 또한 랜덤으로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출연자들이 사적 공간인 집을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집을 소개하는 콘텐츠는 공유하고 싶은 마음과 보고 싶은 마음이 맞물려 생산된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집을 타인에게 소개하고 싶은 분들의 공급과 타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궁금해하는 분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져 콘텐츠가 지속되는 거죠. 하지만 조심스러운 분들도 많이 계세요. 이에 채널에서는 동영상의 초안이 나오면 이를 출연자분께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아 업로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굉장히 품이 많이 드는 일이고 이렇게 하는 채널이 많지 않지만 그것이 저희가 출연자분께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 해당 과정을 꼭 거치고 있습니다. 


촬영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채널 극초기에는 콘텐츠를 전부 혼자 제작했어요. 하지만 채널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난 후부터 PD님과 편집자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초반에는 근무하던 회사의 월급을 편집자분들께 드리며 함께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제가 담당하는 것은 촬영과 커뮤니케이션이에요. 모든 촬영은 휴대폰으로 이뤄져요. 제가 장비를 잘 다루지 못하기도 하지만 출연자의 대부분은 카메라 앞에 서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기에 카메라로 촬영하는 순간 어색해하세요. 이에 영상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고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 위해 휴대폰으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어요. 


방문했던 집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어디인가.
거실에 마작 테이블을 놓고 계신 출연자분의 집이 기억에 남아요. 본인의 동선을 계산해 집 곳곳에 필요한 것들을 배치하셨더라고요. 혹시 집에 추가로 구매할 물건이 있냐는 제 물음에 현재 집의 상태가 이미 완성형이라고 답하셨어요. 그 말은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아보는 시행착오를 모두 거쳤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2인 이상이 함께 살게 되면 집에 대한 선택을 할 때 협의와 양보가 필요해요. 하지만 1인 가구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죠. 온전히 본인의 선택들로 구성된 집을 완성형이라고 칭하셨던 것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마작 테이블을 거실에 둔 출연자. ©자취남 유튜브 채널 캡처
마작 테이블을 거실에 둔 출연자. ©자취남 유튜브 채널 캡처


채널 내에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지.
크리에이터의 가장 큰 수입원은 광고예요. 광고할 제품을 선정할 땐 호감도가 높고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의 인지도 높은 제품을 고르려고 합니다. 또 보시는 분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 내부적으로 광고는 한 달에 하나만 진행하고 있어요. 이렇게 제품 선정과 광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광고가 사용된 콘텐츠 자체의 질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이는 광고주뿐만 아니라 채널 자체와 보시는 시청자분들 모두에게 좋은 영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취백과사전이란. 
자취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자취남 채널이라고 생각해요. 이에 제 채널에서 자취에 대한 정보를 한데 모아 양질의 파일로 제작해 배포하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죠. 촬영하러 다니면서 몸으로 부딪히며 알게 된 것들이나 인터넷에 이미 존재하지만 정리돼있지 않은 것들을 하나로 아카이빙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와 같이 자취를 할 때 필요한 정보들을 한 권에 모아 PDF 파일을 배포했습니다. 그것이 ‘자취백과사전’이에요. 글을 쓰고 검수를 받고, 디자인하는 전 과정을 거치다 보니 완성되기까지 1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자취를 시작하는 친구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PDF 파일을 보내줄 수 있는 용도로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취백과사전 표지. ©정성권 크리에이터 제공
자취백과사전 표지. ©정성권 크리에이터 제공
©정성권 크리에이터 제공
©정성권 크리에이터 제공


그 외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자취남 굿즈로 옷을 제작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집들이 선물을 가장 많이 사 본 것 같다고 생각해요. 휴지도 참 실용적이긴 하지만 현재는 출연자분들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고가의 핸드워시나 핸드크림을 선물하고 있죠. 하지만 의미 있는 선물을 드리고 싶어 편하게 입으실 수 있는 옷을 제작하고 있어요. 집에서도 입을 수 있고 집 근처도 편하게 입고 갈 수 있는 옷이 됐으면 좋겠어요.

막연하게는 천하제일 방 꾸미기 대회를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요. 오피스텔 한 동을 빌려서 100명이 한 달 동안 똑같은 공간에서 얼마나 다양하게 살아가는지를 담아보고 싶기도 해요. 이 밖의 다양한 콘텐츠를 조금씩 시도하겠지만 집을 방문해 촬영하는 현재의 포맷과 방향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대의 자취란.
단언할 수는 없지만 20대에 하는 첫 자취의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에 있다고 생각해요. 곽티슈를 사고 싶더라도 좀 더 싼 두루마리를 구매하게 되는 것처럼 원하는 것을 구매하는 데에 제약이 생기죠. 이렇게 현실적인 문제들을 신경 쓰다 보니 본인의 취향을 갖기 힘들어질 수 있어요. 경험이 없기에 유행하는 가구를 사는 등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보죠. 그러다 30대가 되면 취향이 생기고 점점 확고해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20대에 빨리 자취를 해보는 것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처음 부모님과 떨어져 독립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힘든 점도 있겠지만 그것이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나이대가 그렇겠지만 20대라는 돌아오지 않는 시기의 자취를 통해 그 당시에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