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규빈 기자 (kyubin@skkuw.com)

인터뷰 - 장기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츠하이머의 원인은 뇌의 과부하

삶에 여백을 만드는 의식적인 노력 필요해

최근 젊은 나이임에도 알츠하이머병의 증상과 비슷하게 자꾸 깜빡하는 증상을 심하게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20~30대 사이에서 ‘영츠하이머’라는 말이 등장했다. 장기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영츠하이머가 무엇인지, 영츠하이머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영츠하이머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영츠하이머는 ‘젊은(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가 결합한 용어로 20~30대의 젊은 나이에 △건망증 △기억력 감퇴 △집중력 부족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설정한 비밀번호 또는 일정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영츠하이머 증상의 대표적인 예시다. 사실 영츠하이머는 의학적으로 정의된 질병이 아니다. 젊은 세대의 기억력 감퇴 문제가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기억력 감퇴로 진료실을 찾는 젊은 사람이 늘었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영츠하이머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영츠하이머의 원인은 무엇인가.
영츠하이머는 뇌세포의 파괴로 인해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뇌의 과부하로 인해 발생한다.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 △우울증 △음주로 인한 블랙아웃 등이 뇌를 과부하 시키는 대표적인 예시다. 특히 현대에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다. 디지털 기기의 빠른 화면 전환에 적응하기 위해 후두엽과 같은 뇌의 시각 처리 영역만 발달하고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 부위는 축소한다. 이에 전두엽이 위치한 대뇌 피질의 두께가 얇아져 인지 기능에 문제가 발생한다. 더불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등장하며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에 빠지게 됐다. 방대하고 획일적인 정보가 쏟아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뇌는 정보에 압도당하지 않고 제 기능를 유지하고자 집중력을 높이려 한다. 그러나 이는 뇌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으로 뇌의 과부하를 초래한다.


뇌의 과부하가 기억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뇌가 과부하 되면 작업 기억에 문제가 발생한다. 단기간의 기억을 저장하는 작업 기억은 뇌가 동시에 여러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한다. 작업 기억은 뇌에서 고차원적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에서 이뤄진다. 미주리대의 넬슨 코완 박사에 의하면 작업 기억이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은 평균 4가지 정도다. 전전두엽의 처리 속도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일이 주어져 뇌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이 요구되면 뇌가 지쳐 과부하 되는 것이다. 실제로 영츠하이머에 걸린 20~30대의 뇌파를 측정했을 때 작업 기억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부분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의 경우 새로운 장기 기억을 만드는 해마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의 등록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영츠하이머는 작업 기억 기능이 저하되며 단기 기억의 저장에 어려움이 생겨 최근의 일을 깜빡하게 되는 것이다.


영츠하이머의 예방법은 무엇인가.
의식적으로 삶에 여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일상을 단순화해서 루틴을 만드는 것은 뇌의 과부하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일주일에 세 번, 최소 1시간 이상 약간의 땀이 흐를 정도의 강도로 운동하면 뇌세포 생성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감정 일기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 뇌는 자면서 감정을 처리하는데 자기 전에 의식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면 작업 기억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청년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여유를 주지 않고 많은 자극에 노출되게 한다. 뇌가 과부하 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보다 자신만의 속도를 가졌으면 한다.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에 낙담하고 불안할 때가 많을 것이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의 속도에 맞춰 소화해야 결국 내 것이 되고, 이런 경험이 쌓여 나를 빛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또한 평소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몰입하는 경험을 해보길 권장한다. 몰입은 집중력이 극도로 올라간 상태를 말한다. 큰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몰입을 경험하면 작업 기억 능력이 강화된다. 이는 집중력이 저하되거나 기억력이 감소하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 순간을 잘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면역력이 될 것이다.

장기중 전문의. 사진ㅣ김규빈 기자 kyubin@
장기중 전문의. 사진ㅣ김규빈 기자 kyu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