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규빈 기자 (kyubin@skkuw.com)

뇌 속 독성 단백질의 축적으로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병

올바른 생활 습관으로 예방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중요

우리는 매 순간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내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언제 즐거웠으며 슬펐는지 말이다. 그러나 사소한 기억부터 시작해 사랑하는 가족, 더 나아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잊게 하는 병이 있다.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근본적인 원인과 치료법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아 더 무섭게 다가오는 알츠하이머병은 최근 발병하는 연령대가 낮아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알츠하이머병, 어떤 병일까?
알츠하이머병이란 독성을 가진 특정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신경 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신경 인지 기능이 점진적으로 퇴행해 일상생활 전반의 수행 능력에 장애가 생긴다. 아주대 의학과 문소영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다가 중기에 접어들면 기억력 및 인지 기능이 극도로 저하되며 망상 증상과 공격성이 나타난다”며 “후기에 이르면 뇌가 전반적으로 손상돼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또한 알츠하이머병은 단순히 일상에 장애를 유발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학교 생명물리학과 박종찬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이 신경계 퇴행을 일으키는 질환인 만큼 모든 질병의 시작”이라며 “신체 활동이 저하되고 면역력이 약해지며 합병증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치매는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학습 능력 등 정신 기능이 서서히 쇠퇴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치매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 발병 원인의 6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다. 매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연세대 의학과 백민석 교수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 유병률은 2006년 3.17명에서 2015년 15.75명으로 약 5배가 상승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65세 이전에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초로기 치매 환자 수가 10년 사이에 4배 이상 증가하며 치매가 더 이상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초로기 치매 역시 알츠하이머병이 주요한 원인이다. 박종찬 교수는 “과거에 비해 청년층이 받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지 못하는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초로기 치매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 나이의 경우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단백질의 응집 속도가 빨라 노년층보다 훨씬 위험하다. 


알츠하이머 발병의 핵심 원인은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Amyloid Beta Protein, 이하 Aß)의 축적이 유력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Aß가 가공되지 않은 상태인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Amyloid Precursor Protein, 이하 APP)은 일반적으로 절단 효소인 α-세크리테이즈에 의해 절단돼 세포 밖 구역으로 방출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APP가 α-세크리테이즈가 아닌 β-세크리테이즈에 의해 절단돼 Aβ가 형성된다. 박종찬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APP가 α-세크리테이즈가 아닌 β-세크리테이즈에 의해 절단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며 “단백질이나 절단 효소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등의 원인이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APP는 β-세크리테이즈에 의해 36~43개의 아미노산으로 절단된다. 그중 42개의 아미노산으로 절단된 Aβ42는 중심부의 *소수성 영역이 외부로 드러나게 된다. 이에 Aβ42는 물 분자를 피하고자 빠르게 응집해 뇌 속 신경세포 사이에 축적된다. Aβ42는 다른 Aβ와 달리 응집력이 강할 뿐 아니라 강한 독성을 갖기 때문에 기억력 손상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β-세크리테이즈에 의해 APP가 잘려 Aβ가 형성되는 모습. ©조선일보 기사 캡처
β-세크리테이즈에 의해 APP가 잘려 Aβ가 형성되는 모습. ©조선일보 기사 캡처

 

또 다른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으로 타우 단백질이 주목받고 있다. 신경세포 내부에는 신경 전달 물질을 수송하는 통로인 미세소관이 존재한다. 신경 전달 물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미세소관에 힘이 가해지고 이 힘이 특정 정도를 넘어서면 미세소관 구조가 변형된다. 이때 타우 단백질이 미세소관의 변형을 감소시켜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박혜진 교수는 “타우 단백질의 *인산화가 덜 이뤄져야 타우 단백질이 미세소관에 붙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며 “타우 단백질이 과도하게 인산화될 경우 미세소관에서 떨어져 나가며 기능을 상실해 독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성을 갖게 된 타우 단백질이 응집해 신경 섬유 다발이 만들어지고 이는 신경세포 손실을 유발해 기억력이 감소하며 알츠하이머가 발병하는 것이다. 박혜진 교수는 “타우 단백질이 과인산화되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Aβ42 형성의 결과로 발병한다는 가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독성을 가진 Aβ42에 의한 뇌신경 세포의 사멸을 막고자 타우 단백질이 과인산화되며 알츠하이머가 발병하는 것이다. 

타우 단백질이 미세소관에서 분리돼 응집되는 모습.
타우 단백질이 미세소관에서 분리돼 응집되는 모습.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
알츠하이머병이 발견된 후 지금까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효과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단순 증상 완화에 그쳤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발병의 유력 원인이 Aβ42의 축적과 타우 단백질의 응집이라고 밝혀진 후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6일 미국 식품 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이하 FDA)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를 최종 승인했다. 박종찬 교수는 “레켐비는 Aβ42 응집체가 나타나는 속도를 완화해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약물”이라며 “이전 치료제에 비해 치료 효과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레켐비는 미세혈관을 터지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FDA는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에게만 레켐비 사용을 제한적으로 승인해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한편 미국 세인트 워싱턴대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이 Aβ42와 타우 단백질의 복합적인 작용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두 단백질을 동시에 겨냥하는 치료제인 ‘타우 넥스젠’을 개발 중이다. 타우 넥스젠은 이르면 2027년 이후 첫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알츠하이머병, 예방할 수는 없을까?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 개발과 더불어 백신 개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스위스 제약회사인 AC이뮨은 Aβ42 표적 백신인 ‘ACI-42’를 개발했다. 이 물질은 체내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Aβ42를 파괴하는 항체를 생성한다. 이에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면서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또한 아일랜드 생명공학기업 프로테나는 타우 단백질 표적 백신인 ‘PRX005’와, Aβ42와 타우 단백질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면역원 백신’을 개발 중이다.

한편 뇌는 인체 가운데 가장 유연한 기관이기 때문에 올바른 생활 습관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균형 잡힌 식단 △절주 △하루 30분 이상 운동 등 평소에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노력으로 독성 단백질의 축적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문 교수는 “독성 단백질이 축적되더라도 10~20대 시절에 높은 언어 능력이 형성돼 있다면 인지 기능 저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어려서부터 꾸준히 언어 능력을 키워 뇌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성 단백질의 축적은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약 20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므로 청년 세대 역시 알츠하이머병에 관심을 두고 균형 잡힌 생활을 통해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소수성=친수성에 대한 반대말로 물과 화합되지 않는 성질.

◆인산화=분자에 인과 산소로 이뤄진 원자 집단인 인산기가 첨가되는 과정. 단백질이 인산화되면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이 조절돼 전반적인 세포 생리 활동에 영향을 미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