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홍예원 기자 (nyaong127@skkuw.com)

전쟁 상황에서 사법 절차의 신속성과 효율성 위한 군 사법체제

평시에는 지휘관 개입 등에 따른 불공정한 판결을 비롯한 폐단 있어 

군 사법체제는 사법부가 아닌 군이 속한 행정부 산하에 있다는 점에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지만, 전시의 급박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공정한 군 사건 처리를 위해 헌법상 예외적으로 그 체제를 보장받는다. 이는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운영되고 있으며, 군 지휘관 개입 등을 이유로 불공정한 판결을 낳기도 한다. 이에 평시에도 군 사법체제에 따라 군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평시에 군 사법체제가 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고 평시 군 사법체제 폐지는 불공정한 판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평시 군 사법체제는 신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필요해
군 사법체제는 군인이 저지른 범죄나 민간인이 행한 군의 질서를 방해하는 범죄 등에 대한 사법절차를 규율한다. 군 사법체제의 유래는 미국에서 전시에 해외 파병된 자국 군인에 대한 사법 활동을 파병국에서 군 자체적으로 수행해 신속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군정 시기와 6.25 전쟁 등을 겪으며 미국의 군 사법체제를 차용했으며, 휴전 상황을 이유로 평시인 지금까지 그것을 운영하고 있다. 

평시 군 사법체제 운영의 근거로는 △군사 범죄 판단 적합성 △군 임무와 병영 생활의 특성 고려 △전시 군 사법체제 활용 대비 등이 있다. 군만의 전문성을 요하는 군사기밀 유출이나 군용물 훼손죄 등의 군사 범죄를 다루기에 민간보다 군 사법체제가 전문성과 경험 등의 측면에서 적합하며, 전시에 군 사법체제가 원활히 운영되기 위해 평시부터 그것을 운영하며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군 임무는 항상 대기하는 등 계속성을 요하는 점과 부대에서 집단 거주하는 병영 생활의 특성도 평시 군 사법체제의 운영 근거로 제기된다. 민간에서 사법절차를 진행할 경우 해당 군인의 이동 과정에서와 그동안 훈련에 참여하지 못함에 따른 부대 차원 등에서 각종 비효율이 초래되는 반면, 군사법원에서는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범죄의 1심 재판을 담당하는 보통군사법원. ⓒ 연합뉴스 캡처
군 범죄의 1심 재판을 담당하는 보통군사법원. ⓒ 연합뉴스 캡처

전시에도 민간 사법체제 운영할 수 있어 군 사법체제 불필요
그러나 군 사법절차에 지휘명령 체제가 관여해 불공정한 판결이 선고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평시에는 민간에서 군 사건에 대한 사법절차를 진행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군 사법체제에서 다뤄지는 군 사건 중 군만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적다는 것은 평시 군 사법체제 폐지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2019년 보통군사법원에서 다룬 사건 중 군사 범죄는 8%에 그쳤으며 대부분은 교통사고나 절도 등 일반 범죄였다고 밝혔다. 평시에 민간 사법체제에 따라 군 사건을 처리하면 전시에도 훈련된 대로 민간 사법체제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법무법인 백상 강석민 변호사는 “민간 사법체제로 군 사건을 이전하는 초기에는 시스템 정비 과정에서 혼란을 겪겠지만 곧 민간 사법체제에서 군 사건을 다루는 시스템이 안정될 것”이라며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민간 사법체제는 건재하게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군 사법체제가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절차와 제도에 대한 논의와 개선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이에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전학선 교수는 “평시 군 사법체제를 폐지할 경우 전시 군 사법체제의 운영이나 해외 파병 군인에 대한 사법절차 운영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한 논의가 부가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경향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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