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예진 기자 (newyejin@skkuw.com)

스포츠계 문제의 궁극적 원인인 엘리트스포츠 시스템

스포츠사회학 연구가 해결의 실마리 제공

“엄마는 정말 내가 맞아서라도 1등만 하면 좋겠어? 내가 1등만 하면 상관없어?” 영화 〈4등〉은 수영을 좋아하고 잘하지만, 대회에서는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초등학교 수영 선수 ‘준호’와 수영 코치 ‘광수’의 이야기를 다루며 스포츠계의 폭력과 승리지상주의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스포츠사회학의 관점으로 영화 〈4등〉을 분석해 봤다.

영화 '4등'의 한 장면. ⓒ씨네 21 캡처
영화 '4등'의 한 장면. ⓒ씨네 21 캡처

영화 〈4등〉은 제목에서부터 스포츠계의 승리지상주의를 드러낸다. 4등은 메달권의 경계에 놓여 있기에 더 가혹하게 느껴진다. 스포츠사회학에서는 스포츠가 개인의 성장과 즐거움 등의 가치가 아닌 메달만을 지향하게 된 것이 미디어가 스포츠를 다루는 방식과 관련된다고 본다. 고려대 세종캠 국제스포츠학부 임승엽 교수는 “미디어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금메달을 딴 승자와 최고 스코어만을 강조해 보도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는 스포츠계의 승리지상주의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준호의 엄마는 준호를 4등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 국가대표 출신의 수영 코치 광수를 소개받는다. 광수는 준호를 빗자루로 온몸에 멍이 들 때까지 때리는 등 폭력을 휘두르며 훈련을 시킨다. 이후 대회에서 준호는 만년 4등을 벗어나 1등과 근소한 차이로 2등을 차지했으나 계속되는 코치의 폭력으로 수영을 포기할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한양대 에리카 스포츠과학부 박재우 교수는 “스포츠사회학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최우선시하는 승리지상주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스포츠계의 폭력 행위가 발생한다고 본다”며 “승리를 위한 지도자의 폭력을 당연히 선수가 감내해야 한다는 스포츠계의 사회구조적 문제도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스포츠계가 그동안 지도자의 인권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었던 것은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스포츠계 문화와 시스템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사회학은 앞서 나온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우리나라의 엘리트스포츠 시스템으로 본다.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라는 엄마의 대사는 4등을 탈출해야만 준호의 미래가 보장되는 우리나라의 엘리트스포츠 시스템을 관통한다. 준호가 운동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결국 좋은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운동에 재능을 보이는 선수들을 소수로 선발하고 선수촌에 입소시켜 정책적으로 엘리트스포츠를 육성한다. 한편 선수촌 입소에 실패한 선수들의 경우 주로 학교 운동부의 비정규직 코치로 활동한다. 임 교수는 “비정규직 코치는 대개 1년마다 계약이 이뤄져 우수한 성적을 내야 하는 압박과 직면한다”며 “코치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코치는 과거 본인이 받았던 폭력적 행위를 답습하며 학생들에게 폭력을 저지르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학생 선수들은 코치의 지도하에 성적을 잘 내야 체육 특기생으로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에 폭력에 순응하게 되기도 한다. 

때문에 스포츠사회학은 무엇보다 한국의 엘리트스포츠 시스템을 연구해 개선하고자 노력한다. 엘리트스포츠 시스템 하에 있는 학교 운동부에서는 △일반 학생의 스포츠 진입 기회 제한 △체육 특기생의 학업 참여 제한 △폭력 등 반교육적 행위 등의 문제가 있다. 박 교수는 “특히 체육특기자 제도로 상급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학생 선수들이 학업을 등한시하고 훈련에만 몰두해 발생하는 학습권 박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이에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습권 보장 관련 담론 분석, 학생 선수들의 학교 운동부 및 학교생활 문화 탐색, 학습권 보장제 도입을 위한 정책적 제언과 같은 스포츠사회학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스포츠사회학은 인권침해와 같은 스포츠계의 문제를 거시적 차원에서 깊이 있게 분석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