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예진 기자 (newyejin@skkuw.com)

다양한 사회이론으로 스포츠를 파악

실생활에 밀접한 연구로 스포츠사회학 발전 가능해

지난 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아시안게임에 열광하는 국민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스포츠는 우리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이런 스포츠를 사회현상으로 바라보고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 바로 스포츠사회학이다. 사회과학적 연구를 통해 스포츠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이끄는 스포츠사회학을 알아보자.

스포츠와 사회 간 관계를 규명하는 스포츠사회학
스포츠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개인이나 단체가 운동 능력을 겨루거나 관람하는 형태로 참여하는 활동이다. 또한 신체적 기능을 향상하고 여가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 간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스포츠사회학은 사회학의 하위 학문으로, 스포츠를 사회현상으로 규정해 이를 사회학적 이론과 연구 방법으로 설명한다. 고려대 세종캠 국제스포츠학부 임승엽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인간에게 여가 시간이 보장되고 여가로서의 스포츠가 사회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으며 스포츠사회학이 사회현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사회학은 학문적으로 스포츠와 사회의 하위분야 간 상호 관계성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스포츠사회학은 △스포츠와 경제 △스포츠와 매스 미디어 △스포츠와 세계화 △스포츠와 여가 △스포츠와 일탈행동 등 스포츠와 관련한 사회 전반의 모든 하위분야를 연구한다.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남상우 교수는 “스포츠사회학은 굉장히 다양한 연구 영역을 두고 있어 그 깊이가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스포츠미디어사회학과 같이 분야별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방대하면서도 깊이 있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사회학은 다른 사회과학 학문과 마찬가지로 양적연구방법과 질적연구방법을 사용한다. 남 교수는 “양적연구방법은 ‘70대 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포츠는 무엇인가’와 같이 경향성을 파악할 때 주로 쓰인다”고 전했다. 한편 질적연구방법은 수치화하기 어려운 스포츠 문화 또는 개인의 삶을 참여 관찰 또는 인터뷰를 통해 연구할 때 이용한다. 남 교수는 “특정 성의 비율이 높은 스포츠 조직은 어떤 문화 차이가 있는지나 특정 스포츠를 오래 훈련한 선수의 삶에는 어떤 체화된 특징이 있을지 연구하는 것이 질적연구방법의 예시”라고 말했다.


사회이론으로 스포츠를 바라보다
스포츠사회학은 대표적인 사회학 이론인 △기능론 △갈등론 △비판이론의 관점으로 스포츠를 분석한다. 기능론은 사회의 모든 요소가 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며 사회가 유지된다고 본다. 기능론적 관점에서 스포츠는 사회의 통합과 질서유지에 기여하고 개인의 성취에 큰 도움을 준다. 스포츠와 사회통합, 스포츠 참여와 성취동기 강화 등이 흔히 연구되는 주제다. 특히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증대하는 세계화 속에서 스포츠는 국가 간 교류, 협력의 기능주의적 속성이 두드러진다. 일례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경기에 남북한 단일팀이 참가했던 것은 오랜 기간 경직돼 있던 남한과 북한 사이의 대화를 재개하는 통로가 됐다. 이후 남북한 간 교류가 증가했고 남북정상회담 및 미국과의 회담도 성사됐으며, 이는 한반도의 냉전 구조가 해체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임 교수는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유치는 외교적 효과로 연결된다”며 “한시적이지만 국내 정치 갈등을 완화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SPOTV 캡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SPOTV 캡처

한편 스포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계급의 권력과 부를 재생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보는 이론도 있다. 바로 사회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집단 간 대립과 경쟁으로 이뤄짐을 강조하는 마르크스 사상 기반의 갈등론이다. 갈등론은 특히 스포츠가 이윤을 추구하며 프로스포츠로 발전하고, 이 과정에서 스포츠의 목적과 형태가 변화한 것을 비판한다. 프로스포츠의 흥행을 위해 드래프트 제도가 도입된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드래프트 제도는 팀 간 전력을 평준화해 경기 결과의 불확실성을 높이고자 하는 제도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구단이 신인 선수를 선발할 때 직전 리그 최하위 팀부터 선수를 한 명씩 영입한다. 또한 갈등론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상업화된 점과 국민적 일체감을 강조해 국가주의 전파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외에도 운동선수의 신체가 운동을 위한 도구로 여겨지는 신체 소외, 계층에 따른 스포츠 등의 주제를 연구한다.

비판이론은 갈등론과 같이 마르크스 사상에 근거하지만, 비판적 시각을 자본주의뿐 아닌 문화의 영역까지 확대한다는 차이가 있다. 스포츠를 문화산업으로 보는 비판이론은 스포츠가 대중매체에 의해 문화콘텐츠로 소비되기 때문에 대중을 불평등 구조에 순응하게 한다는 점을 비판한다. 임 교수는 “비판이론은 대중매체에서 스포츠가 끊임없이 소비되며 불평등 구조를 재생산한다고 본다”며 “스포츠는 주로 남성이 경기하고, 흑인은 주로 육상 종목에 참여하고 코치나 감독으로는 백인이 많은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비판이론은 근대 스포츠에서 ‘도구적 이성’이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점 또한 비판한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승리라는 목적을 효율적으로 이루기 위해 포지션을 세분화하고 각 포지션에 따라 전문화된다. 프로야구에서 선수들은 보통 포지션을 하나로 정해 타자는 타자의 업무만을, 투수는 투수의 업무만을 담당한다.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경기에 참여하기보다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만을 수행하는 데 치중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스포츠의 놀이와 여가의 가치가 훼손된다.

2024 KBO 신인 드래프트 현장. ⓒ연합뉴스 캡처
2024 KBO 신인 드래프트 현장. ⓒ연합뉴스 캡처


스포츠사회학이 나아갈 방향은
스포츠사회학 연구는 현재 이론 중심 연구와 이를 실제 스포츠에 적용해 분석하는 연구 두 축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실제 스포츠에 이론 중심 연구를 적용해 분석하면 언론과 정책 입안자가 관심을 가지게 돼, 정책이나 법안 발의 등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스포츠사회학의 성과가 있다. 대표적으로 2011년에 제정된 학교체육진흥법이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스포츠계의 학생 운동 선수의 학습권 문제와 폭력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스포츠사회학계의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스포츠사회학자가 입법 과정의 당사자로서 참여해 입법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학교체육진흥법은 학생 운동 선수의 인권 및 학습권 보장, 일반 학생의 운동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아 우리나라 스포츠의 정상화에 기여했다. 이후에는 학습권 보장제, 여학생 법적 체육 활동 보장 등의 항목도 추가되며 점차 스포츠계의 사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임 교수는 “스포츠사회학자들이 공청회를 통해 직접적으로 입법 과정에 참여하며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언론에 스포츠사회학 연구와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하며 보다 나은 스포츠 환경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사회학은 궁극적으로 사회학적 통찰력을 갖고 운동하기 편한 사회를 만드는 것, 즉 스포츠계의 지속가능성을 지향한다. 남 교수는 “일례로 한국에서 자녀를 운동선수로 키우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것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은 스포츠사회학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경영학이나 스포츠역학 등은 모두 스포츠 자체나 선수 개인의 퍼포먼스만을 보는데 이 퍼포먼스가 발현되는 전체 구조를 보는 것은 스포츠사회학밖에 없다”고 전했다. 때문에 스포츠사회학은 지속해서 연구될 필요가 있다. 남 교수는 “스포츠사회학의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스포츠 자체가 대중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스포츠사회학 연구도 보다 더 실생활에 밀접하고 실용적인 연구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