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의상 기자 (kimcloth1029@skkuw.com)

인터뷰 – 경찰대 치안대학원 박정선 교수

범죄학, 개인에서 사회로 탐구 대상을 확장해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제고돼야

듣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떨게 하는 강력 범죄.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범죄학자다. 범죄학을 둘러싼 여러 질문을 범죄학자로 활동 중인 경찰대 치안대학원 박정선 교수에게 물었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시카고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경찰대에서 범죄학을 가르치고 있다. 범죄 예방을 위해 시민사회를 어떻게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지가 주된 관심사다. △범죄 △범죄 예방 △청소년 비행 △치안 정책 등에 대해 연구하는 대한범죄학회 회장을 역임한 적도 있다.

범죄학의 역사가 궁금하다.
범죄학의 시초인 고전주의 범죄학에서는 개인에 초점을 뒀다. 범죄 위험이 높은 체형이나 인상을 파악하기 위해 실측이나 해부 등을 통한 생물학적·심리학적 분석을 주로 사용했다. 고전주의 범죄학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이고 지적이기 때문에 사형이나 공개처형처럼 가혹하고 확실한 처벌을 내리면 범죄가 예방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후 연구에서 사회가 개인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현대 범죄사회학자들은 사회와 사회 구성원의 책임을 논의하면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범죄학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나.
범죄라는 단어는 낯설고 두려워서 사람들이 관심을 잘 가지려 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이 범죄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범죄학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오늘날 무한경쟁과 축적된 불평등으로 인한 분노로 사람들의 일탈과 비행 가능성이 늘었기에 범죄학에 대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범죄학은 곧 안전학이고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지 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범죄의 대상이 불특정 다수로 바뀐 것 같다.
해당 현상은 개인주의와 연관이 깊다. 과거에는 학교와 지역사회, 종교단체 등 단체생활이 주를 이뤘다. 타인에게 의지하고 타인의 눈치를 봤던 이 시기에는 사소한 도둑질을 해도 금방 소문이 나 사람들이 범죄를 잘 저지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은 각자도생하려는 성향이 짙어졌다. 이에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갖게 돼 타인을 포용하지 않고 자기 기분이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고 본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사람들의 참을성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 범죄 양상을 바꾼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정신질환과 연관된 범죄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범죄학에서 주로 다루는 정신질환에는 무엇이 있는가.
△망상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조현병 등이 대표적이다. 망상과 조현병은 정신병리학적 용어에 가깝고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가 범죄학적 용어에 가깝다. 사이코패스는 정신이 병든 사람이라면 소시오패스는 사회적인 관계에서 병든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해당 유형의 환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충분한 판단을 거쳐 행동하기보다 느끼는 바를 그대로 표출하는 충동적인 사람이 많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지 않고 정당화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범죄를 저지를 경향성이 높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타인과 나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청년 세대의 날카로운 비판 의식으로 사회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불어 국가와 기성세대 역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할 때 비로소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박정선 교수 제공
ⓒ 박정선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