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우혁 기자 (wh776500@skkuw.com)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전략의 부동산 PF

단기적인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약점에 대한 방안 필요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금융업에서 이 전략을 사용할 때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전략이 얼마나 위험하고, 그 파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최근 우리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하 부동산 PF)에서 파생된 또 다른 심각한 금융 리스크 앞에 서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부동산 PF가 어떤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지 알아봤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부동산 PF
일반적으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는 해당 기업의 신용이나 담보를 토대로 대출을 받거나 주식 또는 채권을 발행한다. 그러나 부동산 PF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이나 현존하는 담보 없이 부동산 프로젝트로부터 미래에 발생할 수익, 즉 사업성을 담보로 돈을 대출받을 수 있는 금융기법이다. 이에 부동산 사업 계획을 가진 시행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과 적은 자본으로도 부동산 PF를 활용해 수조에 달하는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부동산 PF는 위험이 크지만 그만큼 수익도 많이 나 건설업계에서 ‘마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행사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큰돈을 벌 수 있고, 동시에 연 10% 이상의 고금리로 자금을 대출해 준 금융사,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사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석삼조의 마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금융경영연구소 황규완 연구원은 “원래 부동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토지 매입 등의 이유로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시행사가 전체 토지 매입금의 2~3%밖에 안 되는 적은 초기자본으로도 쉽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에 부동산 PF는 리스크가 높지만 사업을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고 전했다.

부동산 PF 참여 주체는 사업을 계획하고 토지를 매입한 후 사업 인허가를 받는 등 △기초 작업을 수행하는 시행사 △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사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사로 나뉜다. 우리나라 부동산 PF의 경우 브릿지론과 본PF의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먼저 시행사가 사업권을 따고 토지 매입을 하기 위해 금융사로부터 연 20%에 달하는 고금리로 1차 자금을 조달한다. 이를 브릿지론이라고 한다. 브릿지론을 활용해 토지 매입을 완료한 시행사는 시공사와 함께 착공 준비에 들어간다. 이때 시행사는 금융사로부터 2차 자금을 조달한다. 이를 본PF라고 하며, 본PF의 경우 시행사보다 신용도가 높은 시공사가 일정 부분 보증을 서기 때문에 브릿지론에 비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시행사는 본PF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일부 건설자금을 마련한다. 공사가 시작되고 부동산 분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시행사는 수분양자에게 받은 분양금으로 금융사에 본PF를 상환하고, 건설사에는 잔여 공사비를 지급한다. 남은 분양금은 시행사가 가져가며 부동산 PF가 마무리된다. 

 

부동산 PF,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
부동산 PF는 지난 2~3년간의 부동산 호황기를 맞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발행금액은 2020년 26조 8,962억에서 2021년 50조 8,872억으로 1년 사이에 약 2배 증가했다. 그러나 증가한 부동산 PF는 지난해 연속적으로 이어진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동산 불황이 닥치자, 부메랑이 돼 우리나라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됐다.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지자, 부동산 PF를 통해 건축한 부동산이 미분양이 나기 시작해 시행사가 돈을 갚지 못하게 됐고, 돈을 상환받지 못한 금융사와 일부 보증을 선 시공사도 도미노처럼 차례로 재무 리스크를 안게 됐다. 이는 거시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는 “우리나라에서 건설경기는 GDP 집계 시 건축 투자라는 항목으로 따로 구분할 만큼 중요한 요소”라며 “시공사의 재무 리스크 및 건설경기 악화는 소비지출 축소, 중공업 업종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행사가 갚지 못하고 있는 대출 잔액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금융권 누적 PF 대출 잔액은 133조 1천억 원으로 지난 3월 대비 1조 5천억 원 증가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심지어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이미 만기가 지나 연체 중인 부동산 PF 대출 비율이 증권사 기준 2021년 말 3.71%에서 지난 6월 말 17.28%까지 치솟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료: 금융당국
자료: 금융당국

 

부동산 시장 악순환,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부동산 PF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급격히 확산하는 불안감 속에 이미 브릿지론을 통해 초기 사업을 진행 중이던 시행사가 본PF를 구하지 못해 시공이 예정된 부지에 삽을 뜨지 못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부동산 호황기에 무리하게 진행된, 사업성이 충분하지 못한 사업장에 본PF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금융사가 없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이에 본PF를 구하지 못한 시행사는 브릿지론의 높은 이자로 인해 파산 위기에 놓이게 됐다. 금융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저축은행 브릿지론에서 본PF로 전환된 비율은 약 5%에 그친다. 시행사가 본PF 대출을 받지 못해 시공이 계속 연기되면 이는 원활한 주택 공급을 저해해 부동산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황 연구원은 “집값 안정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시장이 예상한 물량이 차질 없이 공급되고, 주택 공급이 꾸준히 이어진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며 “착공과 분양 일정이 미뤄지면 공급 부족으로 이후 부동산 수요가 늘어났을 때 집값 혹은 전셋값 상승의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지어라!’ 정부의 대책, 근본적인 해결책 될까?
정부도 해결책을 내놓았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본PF로 전환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를 대비해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가 부동산 PF 대출 보증을 설 수 있도록 보증제도를 마련해 뒀었는데, 그 보증 규모를 15조에서 25조로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높은 신용도를 가진 공기업이 보증을 서면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던 사업장도 금융사로부터 즉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 황 연구원은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보증을 섬으로써 브릿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가 공사가 시작될 수만 있다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고 교수는 “공공기관의 보증 확대 규모가 불안이 극도로 확대된 현재 시장을 안정화할 만큼 크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일은 금융권에서 키우고 책임은 국민의 세금으로 진다는 점에서 해당 정책이 책임 전가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황 연구원은 “리스크를 선택한 것은 시행사, 시공사, 금융산데 공기업에서 보증을 서면 후에 실제로 분양이 실패할 경우 국민의 혈세로 빚을 갚게 되는 것”이라 지적했다.


우리나라 부동산 PF의 근본적인 약점과 나아갈 방향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우리나라 부동산 PF의 근본적인 약점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부동산 PF의 근본적인 약점은 시행사가 매우 적은 초기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토지 매입금 대비 시행사의 초기자본 비율이 우리나라에 비해 넉넉하고, 브릿지론 외에도 다양한 투자자들과 함께 토지를 매입하는 구조”라며 “본PF 시작 전에 시행사의 기초자본 및 투자자금으로도 토지 매입금 상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본PF로 조달한 자금이 온전히 부동산 건설에만 투입될 수 있어 건설 사업 안전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시행사의 초기자본이 전체 토지 매입금의 2% 수준으로 낮고 브릿지론 외에 자금을 조달할 마땅한 방안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본PF 자금 대부분이 브릿지론을 상환하는 데 사용된다. 이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본PF로 브릿지론을 상환하는 부동산 PF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하지만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시행사 자본금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시행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을 확보하고 있어야 브릿지론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면 부동산 사업 안정성이 지금보다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진 않다. 황 연구원은 “시행사는 토지를 매입한 후 관청에 건물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허가가 날지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리스크가 매우 크다”며 “강화된 규제를 만족할 정도로 많은 자본을 가진 업체에서 이렇게 리스크가 높은 일을 수행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건설업 특성상 시행사의 자본금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부동산 PF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나라 부동산 PF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리스크를 정확히 인지한 채 장기적인 호흡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사건.

◆유동화증권=자산을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쳐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게 증권화시켜 유통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