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가희 기자 (gahee@skkuw.com)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인증제 논의돼

정부 예산 삭감 후 자생력을 위한 간접 지원이 중요

최근 ESG가 대두되며 여러 기업이 사회적 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사회적기업은 이윤 창출보다 사회적 가치를 기업의 주요 목표로 삼는 기업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기업은 어떤 역할을 할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 실천과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으로, 비영리기관과 일반 기업 사이의 형태를 띤다. 이들은 기업 경영을 위해 이윤을 내고자 하지만 그 수익을 각 기업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를 위해 투자한다. 대표적으로 시민의 기부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시 판매해 자원의 재순환을 돕는 ‘아름다운 가게’가 있다. 이들은 가게의 수익과 후원금을 통해 국내외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긴급 구호 활동 등을 한다. 2007년에는 사회적기업이 55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해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며 사회적기업은 지난 6월까지 총 3,597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을 위해
사회적기업은 목적에 따라 △일자리 제공형 △지역사회 공헌형 △사회서비스 제공형 △혼합형 △기타(창의‧혁신)형으로 나뉜다. 그중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의 비율은 66.2%(2,383개)였다.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취약계층 수는 올해 3월 기준 약 4만 명으로 이는 전체 사회적기업 근로자의 60.3%에 해당한다.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의 예시로 ‘행복도시락’은 전국에 급식 센터를 설립해 지역의 결식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미지원 저소득층 등이 해당 센터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 일자리 제공형 외에도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부설연구소 김기태 소장은 “사회서비스 제공형 사회적기업은 주로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사회 공헌형 사회적기업은 농산물 같은 지역 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며 지역을 활성화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회적기업은 정부 정책에 비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용이하다. 김 소장은 “취약계층은 구직의 어려움이나 쾌적하지 못한 주거환경 등 주로 복합적인 문제를 갖지만 정부 행정기관은 기능에 따라 나뉘고 관련 예산도 2년 전부터 계획돼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비해 사회적기업은 시장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변화에 민감하다. 때문에 사회의 변화에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사회적기업, 인증제에서 등록제로
지난해 12월 정부는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등록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등록제를 통해 보다 많은 기업이 사회적기업에 진입하길 기대하고 있다.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이은선 교수는 “과거에는 인증제가 지원금 부당 수급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라 △사회적 목적 실현 △이윤의 사회적 목적 사용 △정규직 근로자 고용 등의 요건을 만족해 세부 심사 기준을 갖춘 후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교수는 “취약계층을 위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어도 이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면 판매 대상이 전국이기 때문에 지역사회 공헌형 사회적기업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온라인 구매자가 취약계층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사회서비스 제공형 사회적기업도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등록제로 전환하면 해당 사례처럼 사회적기업이 될 수 없던 기업이 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할 수 있다.

현재는 인증제로 인한 행정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등록제 전환은 불가피하다. 다만 현재는 사회적기업이라면 모두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등록제가 시행되면 지원 기업을 선별하는 과정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선별 기준으로는 사회적가치지표(이하 SVI)가 가장 유력하다. SVI는 고용노동부가 2018년 발표한 지표로,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정도를 평가한다. △고용성과 △매출성과 △사업 활동의 사회적 가치 지향성 등 총 14개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교수는 “SVI를 선별 기준으로 활용하려면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을 평가할 때는 고용성과 비중을 확대하는 등 각 사회적기업의 인증 종류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평가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을 마주한 사회적기업
한편 사회적기업이 증가하고 지원이 활성화되며 사회적기업의 지원 의존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이윤을 추구하지만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안정적인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전까지는 정부가 설립 초기 5년 동안 사회적기업의 재정을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 9월 1일 정부는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23~’27)’을 발표하며 내년에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전체 예산을 약 2,021억 원에서 785억 원으로 축소할 것이라 발표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펼쳐온 인건비 지원 등의 직접 지원 중심 정책이 사회적기업의 정부 지원 의존도를 높이고 자생력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적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당장 인건비 지원을 줄이는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예산 축소 시 기업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현재는 사회적기업의 실적에 따라 30%나 50% 수준으로 인건비가 주어지고 있다”며 “무조건적으로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에 기반해 신규 고용 등의 계획을 세운 기업은 예산 삭감에 대비할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 전했다. 한남대 사회경제적기업학과 박임수 교수 또한 “정부가 사회적기업 당사자들과 합의 후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사회적기업의 활동이 위축되면 취약계층의 사회 참여 수단이 차단돼 그 피해는 다시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고용노동부
자료: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의 지속을 위해서는
정부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줄이는 대신 컨설팅 등의 간접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간접 지원 방법으로는 사회적기업에게 기업 경영에 필요한 여러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사회적기업이 가장 원하는 간접 지원은 무엇일까.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시행한 ‘2022 사회적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사회적기업 689개의 간접 지원 관련 요구사항 1순위는 판로지원(32.5%)이다. 판로지원은 제품과 서비스의 공급자인 사회적기업과 수요자인 공공기관을 연결하는 서비스다. 스웨덴은 공공기관이 구매 물품 중 30~50%를 사회적기업으로부터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12조 제1항에서 공공기관의 장은 사회적기업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우선 구매를 촉진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강제는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실적’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율은 총구매액 약 65조 원의 2.77%인 약 1조 8천억 원에 그쳤다. 이에 공공기관이 사회적기업의 물품을 일정 비율 이상 우선 구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다만 이 경우 사회적기업이 우선 구매에만 의지하지 않도록 공공기관이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면 해당 기업 또한 스스로 생산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건 등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사회적기업 스스로도 사회적기업 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관련 정책 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와 적극적인 협상을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