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규빈 기자 (kyubin@skkuw.com)

인터뷰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소 김형준 연구소장

R&D 예산 삭감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연구 지속해야

국가 경쟁력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선제적인 투자 필요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이 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운영 재원을 정부 출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할 경우 크게 타격을 입을 곳이라 예측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이하 KIST)의 차세대반도체연구소 김형준 소장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본인이 총괄하고 있는 차세대반도체연구소를 소개해달라.
차세대반도체연구소는 반도체의 기초 연구부터 응용 연구까지 넓은 범위의 연구를 하는 곳이다. 최근 차세대반도체연구소는 인공지능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가 갖는 전력 소모가 크다는 한계를 극복해 사람 두뇌에 버금가는 효율의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양자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차별성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의 양자 분야 연구는 양자 정보시스템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의 숫자를 늘려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 왔다. 현재 차세대반도체연구소는 반도체의 오류를 정확하게 계산해 정정하는 신기술인 오류 정정 큐비트 기술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KIST는 어떤 곳인가.
KIST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될 연구를 기획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출연금을 받아 연구비 등 운영 재원의 일정 부분을 충당하는 곳을 말한다. KIST의 경우 운영 재원의 절반 정도를 정부 출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한 KIST는 종합연구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의 특화된 연구 분야가 있지 않고 △뇌과학 △반도체 △이차전지 △AI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다. 기업이나 대학에서도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지만 KIST는 다양한 분야에서 집단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개인 혹은 소수가 아닌 수십 명의 연구원이 공동으로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연구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것이 정부출연연구기관, 그리고 KIST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2024년 R&D 예산 삭감 발표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당황하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연구소에는 앞으로 해야 할 연구를 기획한 로드맵이 존재하는데 예산이 삭감될 경우 미래에 하려고 기획했던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 또한 R&D 예산의 삭감이 이뤄질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예산안이 나오지 않았기에 연구 계획을 세우기 난감하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여유롭지 않은 예산을 아끼며 기존의 인력을 최대한 유지한 채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연구비가 부족하면 계획한 모든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겠지만 주요한 연구를 우선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좋은 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정부의 출연금 외에 다른 기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예산 문제로 접어뒀던 연구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R&D에 있어서 정부의 투자는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
R&D는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과학기술의 경우 기술적인 우위에서 뒤처지면 다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는 수출 1등 분야일 정도로 높은 경쟁력을 갖는 분야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많은 투자를 하며 우리나라의 기술을 따라잡고 있다. 만일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우위를 놓친다면 국가 경제뿐 아니라 앞으로 국가의 기술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다른 산업 분야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뿐 아니라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기에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연구 결과가 불투명할지라도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를 빠르게 판단해 적기에 적절한 규모로 정부의 R&D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김규빈 기자 kyubin@
사진 |김규빈 기자 kyu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