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홍예원 기자 (nyaong127@skkuw.com)

외국인 노동자와 사업주,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갈등 겪어

양측의 입장을 고려한 제도 개선 필요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는 약 84만 명이다. 약 70만이던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온 수치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국가 △사업주 △외국인 노동자의 이익이 맞물려 이뤄진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와 사업주는 엇갈린 입장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인력난 해소
우리나라의 3D업종과 소규모 사업장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정동재 연구위원은 “심각한 저출산으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부족하다”며 “특히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3D업종과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상시 근로자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선호도가 낮아 인력난이 심하다”고 전했다. 이에 3D업종이나 소규모 사업장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인력난을 해소하고 있다. 실제로 결혼과 유학, 취업 등 다양한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노동력을 제공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이기중 외국인력지원실장은 “외국인 노동자는 자국에서 40~5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만 원 정도를 받는다”며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는 자국에서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바라며 우리나라에 입국한다”고 전했다.

‘2022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78%인 약 67만 명은 3D업종에 속하는 △광제조업(43%) △도소매·음식·숙박(18%) △건설업(12%) △농림어업(5%)에 종사하며, 69.4%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등을 실시해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주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정부와 인력송출 계약을 맺은 16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이는 3D업종에 속하는 △건설업 △농축산업 △서비스업 △어업 △제조업 분야에만 적용된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는 전체의 약 25%며 올해는 역대 최대치인 11만 명이 고용됐다.

자료: 고용노동부
자료: 고용노동부

 

가장 심각한 문제, 임금체불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고용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의 국적을 이유로 임금에 차등을 둘 수 없다. 또한 같은 노동에 대해 같은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 이에 대부분의 사업주는 내국인 노동자와 동일하게 최저시급을 기반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 역시 내국인 노동자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불법이다. 그러나 1차 산업 및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례로 2013~2020년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상담 결과, 고용허가제로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가 제기한 임금문제 중 임금체불이 31%로 1순위를 차지했다. 정 연구위원은 “외국인 노동자가 체불된 임금을 돌려받는 구제 절차는 내국인 노동자와 동일하다”며 “그러나 이들이 우리나라 언어와 제도에 미숙할 경우 실질적으로 구제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9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임금체불의 89%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 중인 A씨는 “많은 사업자가 재룟값과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재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
약 67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근무하는 3D업종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위험 사업장인 경우가 많다. 특히 고용허가제를 통해 유입되는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3D업종에서 근무 중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재해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2020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제5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중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은 2010년 7%에서 2019년 12.2%로 증가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2021년 산업재해 현황분석’에 따르면 산업별 재해자는 외국인 노동자의 55%가 종사하는 광제조업과 건설업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 발생률은 72.66%에 달한다. 또한 정 연구위원은 “한국어에 미숙한 외국인 노동자는 기계 사용법이나 안전 수칙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산업재해를 입은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산업재해보상 보험급여(이하 산재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를 산업재해보상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거나 *공상처리를 요구해 산재급여 신청을 제한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사업주가 산재급여 지급 시 규정에 따라야 하지만, 공상처리 시 임의로 치료비 등을 지급해 결과적으로 더 적은 비용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재급여 신청 기록이 있는 사업장은 이후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어려워져 사업주가 산재급여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 실장은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업장이 외국인 노동자 고용 우선권을 갖는다”며 “이때 산재급여 신청 기록이 사업장의 감점 요소 중 하나”라 설명했다.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한은 각종 문제 야기해
또한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는 원칙상 가장 처음에 고용된 사업장에서 의무 계약기간인 3년간 근무해야 한다. 사업장 변경은 외국인 노동자의 귀책 없이 사업주가 근로조건을 어기거나 폐업하는 등의 경우에 사업주의 승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가 근로조건이 더 좋은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 사업주의 인력 확보를 돕기 위함이다. 그러나 정 연구위원은 “현행 제도는 외국인 노동자도 사람으로서 더 좋은 근로조건을 선호한다는 것을 방기하며 사업장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위해 의도적으로 해고를 당하려는 경우도 있다”며 “이때 외국인 노동자가 불성실하게 근로하면 사업장의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불법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하면 미등록 신분에 놓일 수 있다.

양측 모두의 입장 고려 필요해
정 연구위원은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며 신속히 중재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외국인 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의 운영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와 사업주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자문기구며 이것의 실질적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이 고려된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재해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한국어 및 안전 교육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 연구위원은 “과도한 근로시간으로 센터에 방문해 교육받기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거나 강사가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 고려된다”며 “안전 교육에 관해서는 외국인 노동자와 국적이 같은 결혼이주여성 등을 강사로 육성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고 전했다. 또한 정 연구위원은 “고용허가제상 사업주가 산재급여 신청을 꺼리게 하는 요소를 없애고, 외국인 노동자가 산재급여를 충분히 받을 수 있게 제도가 수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한이 사업주의 인력 및 생산성 확보에 효과적인지 재고할 필요도 있다. 정 연구위원은 “사업주가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하려면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기보다 외국인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기존 사업장에서 근속하게 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때 외국인 노동자가 기존 사업장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근무하고 사업주가 계약연장을 원하는 경우 외국인 노동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식도 고려된다. 정 연구위원은 “성실하게 근로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면 사업주는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외국인 노동자는 원하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일할 수 있어 양측에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류지호 상담 팀장은 “현재의 산업 및 경제 구조가 유지되는 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 전했다. 이에 외국인 노동자와 사업주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양측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할 때다.

 

◆공상처리 =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재해보상 보험급여를 받는 대신 사업장 내부에서 치료비 등을 지급받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