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재경 기자 (yu2021ing@skkuw.com)

단기간에 발전한 세계 2위 수준의 응급의료체계

비응급환자에 남용되는 응급의료 시설의 제한이 필요해

급성 혈관질환, 기도 막힘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한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병원으로의 신속한 이동과 그 과정에서의 적절한 응급처치다. 긴급한 상황에 가장 먼저 적용되는 필수 의료 분야인 ‘응급의학’. 그것은 어떻게 성장해왔으며,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황무지였던 응급의학이 체계를 갖추기까지
응급의학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급성 질환이나 손상 치료를 연구하는 의학의 한 분야로, △독극물학 △소생의학 △외상학 등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응급의료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응급 지원을 위해 처음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응급의료를 규정하는 법률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대형사고들을 계기로 전문인력과 체계 정립에 대한 필요가 생겨 제정됐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료체계가 부재했던 당시의 응급실은 환자와 보호자가 뒤섞인 아수라장이었다”며 “적절한 응급의료가 제공되지 않아 치료의 기회도 없이 사망하는 환자도 많았다”고 전했다. 따라서 환자 중증도 분류체계나 재난·의료 지원체계 등을 갖춘 응급의료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오늘날의 △시민의 신고 응급조치 △신고접수 및 출동 △병원 전 응급처치 △병원 처치 △재활이라는 명확한 작동 기제가 탄생했다.


응급의료체계에 울린 적신호
이렇듯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는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의 응급의료 인프라는 현재 세계 2위 수준”이라며 “3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발전을 이뤄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응급의료체계가 당면한 문제들은 적지 않아 보인다.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응급의료를 총괄하는 독립된 지휘 기관이 없어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명목상 보건복지부 산하의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전국 응급의료기관들을 관리·감독하지만, 공공의 성격을 띠는 응급의료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 여러 정부 부처와 관련돼 충분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고 운영되기 힘들다”고 전했다. 또한 응급실 이용에 아무런 제한 조건이 없는 것 역시 문제다. 실제로 2021년 소방방재청의 통계에 따르면 구급 출동의 60%가 비응급환자에 대한 출동이었으며, 같은 해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경증 환자는 응급실 방문 환자의 40%를 차지했다. 이에 이 회장은 “본인의 중증도를 몰라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아니라 본인의 편의만을 위해 무분별하게 응급실을 이용하는 환자들을 차단할 수단이 없다”며 병원과 응급실의 높은 접근성이 불러올 수 있는 잘못된 이용 문화를 지적했다.


응급의료체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에 정부는 전국 어디서나 환자의 최종 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를 목표로 지난 2월 ‘응급의료 활성화 정책’을 제시했다. 해당 정책은 병원 간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별 상황을 반영한 응급이송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응급실 환경이나 환자 운송 수단 등의 응급 서비스 여건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이 회장은 “인프라의 확충과 더불어 상급병원에 환자들이 집중되는 문제와 잘못된 병원 이용 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의료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도모해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과 프랑스는 환자의 중증도와 응급 여부에 따라 응급실을 구분해 운영하면서 위급한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덧붙여 A교수는 “응급의료의 목표는 환자를 빠르게 분류한 후 적절한 처치와 치료를 담당하는 일차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거나 치료 절차를 매끄럽게 다듬어 환자들이 신속하게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