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재경 기자 (yu2021ing@skkuw.com)

필수 의료 인력 부족 문제, 의사 수 부족 아닌 쏠림 현상 때문

근무환경과 의료 수가 개선으로 인력 균형을 도모해야 해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의료 시스템에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던 필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2020년 지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다시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열악한 상황 속 필수 의료는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존재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을까? 필수 의료 인력 부족을 둘러싼 기존의 해결책과 보완돼야 할 부분에 대해 알아보자.

부족한 필수 의료 인력
필수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분야로서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다. 필수 의료의 정의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는 심뇌혈관질환과 외상 등의 분야가 필수 의료의 범위에 들어간다. 이러한 분야는 생사와 직결되며 대체로 고난도의 수술과 힘든 노동 환경의 이유로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날 주로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등에서 제공되는 필수 의료의 인력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건강보험심사원 요양기관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주요 필수 의료 과목 전문의 중 70대는 136.3% 증가했지만 30대 이하는 24.2% 감소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최근 10년간 지역·전공과목별 전공의 1년 차 확보 현황에 따르면 주요 필수과목의 1년 차 전문의의 약 73%인 400명이 수도권에 편중돼있었다. 이처럼 필수 의료 분야는 젊은 의사들이 이탈하고 기존 의사들은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이며, 대부분의 필수 의료 의사도 수도권 지역에 편중돼있어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필수 의료 인력(단위:%). ⓒ보건복지부
수도권에 집중된 필수 의료 인력(단위:%). ⓒ보건복지부


정부의 양적 확대 정책,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따라서 필수 의료를 둘러싼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정부는 2020년부터 의대 증원을 제시해왔다. 정부는 의대 증원이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필수 의료 분야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2020년 지난 정부는 의대 정원을 1년에 400명, 10년간 4,000명 증원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당시 의료계는 의사 과잉 공급이 의료 서비스 질 저하와 과도한 의료비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더불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문석균 부원장은 “의대 증원으로 확대된 인원이 수도권이나 인기과로 향하면 불균형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의대 증원은 필수 의료 공백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의사·환자 평균 거리와 국민 건강 수준 지표 등의 수준이 대부분 OECD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어 현재 인력으로도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진료과별 전공의 모집 결과. ⓒ청년의사
2023년 진료과별 전공의 모집 결과. ⓒ청년의사


한편 정부는 필수 의료를 둘러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의대 설립 역시 추진해왔다. 해당 정책은 각 지역에 공공의대와 공공의료 기관을 설립해 농어촌 및 산간 지역 등의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의대 졸업자가 의무적으로 10년 동안 공공의료 기관에서 복무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장기 의무복무에 대해 공공재 특성상 의사들의 충분한 진료 동기를 이끌어내기 힘들어져 의료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근무환경 조정 필요해
이처럼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양적 확대 정책이 필수 의료 분야의 핵심적인 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아니기에 체계상 보완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우리 학교 의과대학 신동욱 교수는 “필수 의료 의사들의 근무환경이 좋지 않아 필수 의료 진료의 원동력인 사명감을 충분히 가지기 힘든 상황”이라 전했다. 실제로 전공의 근로시간은 전공의 특별법에 따라 주 80시간으로 제한돼있지만, 초과근무를 하는 필수 의료 의사들의 비율은 상당히 높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 초과근무 중인 전공의의 비율은 △흉부외과(100%) △외과(82%) △신경외과(77.4%) 등 대체로 필수 의료를 다루는 전공에 편중돼있다. 나아가 A교수는 “필수 의료는 대체로 생명과 직결된 수술과 진료를 포함하고 있어 불가피한 의료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일례로 대한의사협회의 2022년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보고서 결과 우리나라 의사의 1인당 연간 기소 건수는 일본의 265배, 영국의 895배에 달했다. 또한 대체로 수술과 의료 기구 사용이 잦은 외과와 같은 필수 의료 계열에서 높게 나타났다.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르면 대부분의 의료분쟁 비용은 대부분 병원과 의사가 보상해야 하는 구조인데, 이에 위험 부담을 느껴 관련 과가 더욱 기피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문 부원장은 “필수 의료 분야는 과도한 업무 부담과 높은 수술 난이도에 비해 보상이 충분치 않기에 의료 인력에 대한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필수 의료 진료에서 의사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비용의 합인 의료 수가가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고위험·고난도 수술과 추가 근무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필수 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진행된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필수 의료 지원대책을 통해 제시된 보상은 의사들이 요구하는 보상의 10% 정도로 상당히 적었고 그 보상도 어린이 병원이나 중증 응급센터 등 일부 기관에만 집중돼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의대생들은 대체로 열악하고 수익성도 없는 필수 의료 계열 대신 비교적 쉬운 업무를 하며 수익성이 높은 다른 전공으로 진출한다. A교수는 “의대생들은 고된 필수 의료 전문의의 길보다 업무 강도도 낮고 돈도 많이 버는 미용·성형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가 생명을 살리기보다 자신을 가꾸는 의미를 갖는 방향으로 향하는 현 상황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필수 의료가 필수적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필수 의료를 둘러싼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문 부원장은 “의대 졸업 후 필수 의료 분야에서 진료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한 의대생들은 52.8%로 높지만, 수련 과정에서 열악한 현장을 목도한 이후 피부·미용 분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양질의 근무환경 마련의 일환으로 인기과로 불리는 피부·미용과에 집중된 의사들을 필수 의료 분야로 재분배해 절대적 인력을 확보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의사의 의료 소송 부담을 줄이는 것도 생사와 직결된 수술을 하는 필수 의료 인력의 근무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에 신 교수는 “의사의 과실이 없는 치료 결과에 대한 의사 개인의 법적 책임을 덜고 국가적 보상을 강화하면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회복해 의료체계상 선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보건의료시스템을 운영하는 독일과 일본은 의사의 의료배상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의료 배상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부담하며 필수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또한 의료 수가의 측면에서 필수 의료 분야 종사자들의 노력을 충분히 반영해 보상할 수 있도록 절차상의 충분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의료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 결정 주체의 충분한 고려와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문 부원장은 “현재 우리나라도 일부 진료과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의료 취약 지역에 대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그 규모와 내용을 더 다양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진정한 필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역 간 필수 의료 불균형 해소 역시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원활한 환자 이송 시스템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일본은 2010년부터 의료기관 병상과 환자 대기 현황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의료기관 정보지원시스템 등을 통해 효율적인 환자 이송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10년 동안 응급치료 과정에서 곤란함을 겪는 사례가 30% 넘게 감소한 바 있다. 이처럼 필수 의료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활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완돼야 할 부분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필수 의료가 필수적인 의료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충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