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유민 기자 (yumin510@skkuw.com)

인터뷰 - AI 인터랙티브 전시 '영원한 증언' 김주섭 감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보존하기 위해 기획해

인터랙티브 콘텐츠 창작은 사람의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 필요

지난 2021년 6월부터 11월까지 약 6개월간 서울시와 대구시에서 AI 인터랙티브 전시 ‘영원한 증언’이 진행됐다. 관람객들은 100인치의 대형 스크린 속에 앉아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해당 프로젝트의 감독인 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전공 김주섭 교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AI 기술을 도입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그의 연구실에서 '영원한 증언'의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원한 증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8년 1월 초에 미국의 서던 캘리포니아대(이하 USC)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을 담은 인터랙티브 영상인  NDT(New Dimensions in Testimony) 프로젝트 시연을 관람하게 됐다. 사람들이 영상 속 생존자에게 실시간으로 질문하고 답을 들으면서 소통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영상으로 기록해 후대에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2018학년도 1학기부터 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전공 대학원 수업으로 '영원한 증언'의 시범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이후 NDT를 만들었던 USC의 ICT 연구소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연구하며 2019학년도 2학기부터 서강대에서 본격적으로 '영원한 증언'의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영원한 증언'의 관람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특별하게 정해진 관람 방식은 없다. 관람객이 영상을 일방적으로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 속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경험을 주는 데 중점을 뒀다. 홀로그램과 유사하게 연출된 사람의 모습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관람객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영상 앞 의자에 앉아 원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피해자들의 인생이 시기별로 정리된 질문지가 제공되긴 하지만, 그 외에 본인이 하고 싶은 질문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영원한 증언’의 관람객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소통하는 모습. ⓒCreative Computing 홈페이지 캡처
‘영원한 증언’의 관람객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소통하는 모습. ⓒCreative Computing 홈페이지 캡처


인터랙티브 전시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영상에 있는 사람을 그저 보기만 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들과 직접 소통한 관람객들은 피해자들과 실제로 대화한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과 정서적인 친밀감이 생기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스쳐 지나갔던 일이 여전히 우리 곁에서 계속되는 역사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관람객의 몰입감을 위해 노력한 점이 있다면.
몰입감이 깨지지 않도록 피해자의 영상에서 정확한 대답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질문했을 때 엉뚱한 대답이 나오거나 대답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상호작용한다는 느낌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피해자와 대면해서 소통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대화를 담당한 팀이 매일 수만 건의 대화를 AI에 학습시켰다. 아직까지도 대화의 상호작용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화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추후에 다시 전시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는지.
당시 코로나가 유행이었고 날씨도 좋지 않아 촬영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촬영이 끝나고 할머니께서 그동안 마음 속에만 묻어뒀던 말들을 다 할 수 있어서 후련하다고 말씀하셨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또한 1시간씩 긴 대화를 하거나 대화 중에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이렇게 콘텐츠와 관람객 사이에서 진정한 교감이 이뤄졌던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NDT 프로젝트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적 증언을 영원히 보존하고자 했던 목표를 실현하게 돼 뜻깊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 창작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콘텐츠와 향유자가 쌍방향으로 소통한다는 장점이 있다. 가까운 미래에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면 오감으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에 발맞춰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깊고 세밀한 관찰 능력을 키워 모두가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김주섭 교수.
김주섭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