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유민 기자 (yumin510@skkuw.com)

시청자의 선택으로 콘텐츠의 자유도와 몰입도를 높여

브랜드 이미지 각인을 위해 마케팅 분야에서도 활용돼

‘탭할 준비를 하세요! 이야기를 선택해야 하니까요.’ 넷플릭스는 지난 2018년 시청자가 콘텐츠 속 이야기 전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영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를 공개하며 인터랙티브(interactive) 콘텐츠를 국내 대중에게 알렸다. 영화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광고까지 그저 눈으로 보기만 했던 콘텐츠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준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매력 속으로 빠져보자.

장르를 넘나드는 서사,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콘텐츠의 내용에 대중이 직접 개입해 스토리나 결말을 바꿀 수 있는 참여형 미디어다. 해당 콘텐츠는 콘텐츠와 사용자가 상호작용하며 서사를 진행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라는 서사 전달 방식을 사용한다. 단국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전공 변민주 교수는 “선사시대부터 캠프파이어 주변에서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공유하며 반응했던 것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부터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연극, 만화책 등 서사가 존재하는 매체라면 어디든지 활용될 수 있었다. 1936년 연극 ‘1월 16일 밤’에서는 관객의 선택에 따라 연극의 결말 속 피고인의 유죄와 무죄가 결정됐다. 또한 1970년대에는 독자가 주인공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만화책인 게임북이 등장했다. 독자에게 여러 개의 선택지를 주고 ‘1번을 선택했다면, 81쪽으로 가시오’와 같은 안내 문구를 제시해 독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됐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미디어 속에서 콘텐츠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가톨릭대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이동은 교수는 “2000년대 들어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됐다”며 “미디어 속에서 화면의 터치나 클릭과 같은 상호작용성이 확대되며 발전해 왔다”고 전했다. 1970년대 만화책의 형식이었던 게임북은 2000년대에 컴퓨터 게임으로도 등장해 사용자가 직접 캐릭터를 선택하고 캐릭터의 행동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점차 사용자의 콘텐츠 개입 비중과 자유도를 높여온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현재 영화와 광고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내 이야기는 내가 결정해! 시청자, 이야기의 작가로 거듭나다
인터랙티브 영화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통해 창작에서 배제됐던 관객들에게 마치 작가가 된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최초의 인터랙티브 영화는 라두즈 킨세라 감독의 <키노오토맷>(1967)으로, 관객은 9개의 선택분기점에서 두 가지의 선택지 중 빨간색과 초록색 카드로 자신의 선택을 표현할 수 있었다. 2016년에 개봉한 토비아스 웨버 감독의 영화 <레이트 시프트>는 영화를 보는 도중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전개 방향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다수결에 따라 다수의 관객들이 고른 선택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가 존재했다. 이동은 교수는 “인터랙티브 영화가 영화관이라는 다중의 매체에서 상영될 경우 자신이 고르지 않은 선택지로 진행되면 자신의 선택이 무시당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OTT 서비스의 대중화로 시청자들은 온전한 개인의 선택으로 진행되는 인터랙티브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에서 시청자는 작품 속 주인공 스테판의 아침식사 메뉴나 출근길에 듣는 음악을 고르는 것에서 나아가 등장인물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건의 방향까지 결정할 수 있다. 한세진(사과계열 22) 학우는 “마치 작가가 된 듯 이야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이에 이동은 교수는 “이전의 관객들은 감독이 만든 영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OTT의 인터랙티브 영화는 시청자에게 콘텐츠의 서사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이들의 위상을 창작자의 위치까지 높인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시청자들은 인터랙티브 영화를 다회차로 감상하며 자신이 이전에 선택하지 않았던 선택분기점을 따라가 영화의 서사를 능동적으로 탐색하기도 한다. A(국문 21) 학우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를 볼 때 일반적인 영화와 다르게 내가 선택한 대로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 흥미롭다고 느껴 해당 작품에 존재하는 모든 결말을 봤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의 선택분기점.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캡처
넷플릭스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의 선택분기점.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캡처


브랜드의 가치관을 담아낸 인터랙티브 마케팅
마케팅 분야에서도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활용한다. 부산대 시각디자인전공 이지혜 교수는 “소비자들은 콘텐츠 자체에 흥미를 가져 참여하는 것에 더불어 자신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라면 일단 흥미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며 기업들이 인터랙티브 마케팅을 활용하는 이유를 전했다. 소비자들은 인터랙티브 마케팅이 광고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콘텐츠의 참여 방식과 다양한 결말에 호기심을 갖고 인터랙티브 광고 콘텐츠에 참여한다.

일례로 2019년 국내 주류 기업 카스는 유튜브와의 협업으로 ‘아오르비’라는 인터랙티브 광고를 공개했다. 젊은 세대들에게 자신의 선택을 즐기라는 의의를 담은 ‘당신의 순간을 응원한다, 야쓰(YAASS)’ 캠페인의 일부로 제작된 아오르비는 배우 최우식이 주연을 맡아 현재 누적 조회수 1,000만을 상회한다. 해당 콘텐츠에서 소비자들은 선택의 자유가 사라진 세계에서 주인공이 탈출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고르며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이에 인하대 인터랙티브콘텐츠전공 백승국 교수는 “주인공의 세계관에 개입해 그 서사를 따라가게 함으로써 소비자의 장기 기억에 브랜드를 각인시킨다”고 전했다. 이처럼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활용된 광고는 제품보다는 브랜드의 가치관을 담은 이야기를 강조해 소비자와 교감을 시도한다. 또한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박만수 박사는 “어떤 커피를 마실지 고르는 등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선택이 인터랙티브 마케팅에 적용되면 소비자들이 콘텐츠에 친근함을 느껴 브랜드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미국의 모바일 소프트웨어 기업 Mediafly에서 약 16만 개의 콘텐츠 참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조회수는 기존 콘텐츠의 조회수보다 94% 증가했으며, 기존 콘텐츠 대비 소비자의 참여도는 52.6% 더 높았다.

인터랙티브 광고 영상 ‘아오르비’의 선택분기점. ⓒ카스 유튜브 채널 캡처
인터랙티브 광고 영상 ‘아오르비’의 선택분기점. ⓒ카스 유튜브 채널 캡처


인터랙티브 콘텐츠, 모두에게 ‘인터랙티브’하려면
이처럼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개인의 개성과 주체적인 생각을 존중하는 시대적 흐름과 맞닿으며 발전했다. 그러나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콘텐츠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시기인 2018~2020년에 비해 최근에는 활발히 제작되지 않고 있다. 박 박사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여러 개의 결말이 존재하는 만큼 많은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며 “따라서 제작 과정에 몇 배나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해 제작자가 큰 부담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택에 따라 콘텐츠의 전개를 바꿀 수는 있지만 결국 제작자가 만들어낸 각본 안에서 선택한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몰입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한 학우는 “콘텐츠 속 선택분기점에서 골라야 하는 답이 정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몰입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AI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AI 기술과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접목으로 실시간 시나리오를 무한으로 새롭게 생성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개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에 생성형 AI 기술이 도입되면 제작비용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며 “시청자가 선택지를 고름과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들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개인맞춤형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선택지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VR 기술이나 AR 기술로 가상현실 세계를  구현해 활용하기도 한다. 이에 변 교수는 “사용자는 *HMD를 착용하고 해당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가상현실 세계 안에서 직접 스토리의 세계관 속에 들어갈 수 있다”며 “미각과 촉각, 후각 등의 오감을 이용해 콘텐츠를 향유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HMD=Head Mounted Display의 준말.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로 사용자의 눈 앞에 직접 영상을 보여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