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홍예원 기자 (nyaong127@skkuw.com)

초광역 협력, 수도권 과밀화의 해결책으로 떠올라

광역 교통망 확보와 지자체 간 불균형 완화가 관건

국토 균형발전 정책은 모든 국민이 어디에 거주하든 비슷한 수준의 교육과 문화, 일자리 등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국가를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과밀화에 대응해 개별 지역자치단체(이하 지자체) 단위로 국토 균형발전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비수도권의 여러 지자체가 힘을 합치면 국토 균형발전을 달성할 수 있을까?

수도권 과밀화로 경쟁력 잃은 비수도권
우리나라의 수도권은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로, 인구와 자원이 집중돼 경제·문화·사회 등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강한 경쟁력을 갖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인구의 50.7%가 수도권에 주민등록을 해둔 상태다. 또한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2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분포 현황’에 따르면 상위 1,000개 기업 중 749개가 수도권에 위치한다. 목원대 도시공학과 최봉문 교수는 “수도권 과밀화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비수도권에서 20~35세의 청년 인구가 질 좋은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라 전했다. 이에 수도권은 풍부한 인력과 자원을 이용해 높은 생산성을 내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은 수도권으로 인구와 자원이 유출돼 산업 발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 교수는 “수도권은 우수한 인력 확보가 용이해 정보통신기술과 같은 첨단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며 “인력이 부족한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전망이 좋지 않은 철강과 섬유 등 제조업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비수도권 지역에서 인구가 줄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 *세수가 감소해 충분한 정주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때 정주기반은 도로나 교통, 문화, 의료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반시설을 말한다. 실제로 환경부가 발표한 ‘2013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 상수도 누수량 중 80%가 비수도권 중소 지자체에서 발생했다. 이에 경남연구원 김진근 선임연구위원은 “비수도권에 정주기반이 부족하면 인구가 수도권으로 이동하게 되며 지방소멸이 심화된다”고 전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지방 소멸위험지역의 최근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비수도권에 위치한 7개의 도 모두 70% 이상이 소멸위험지역이다. 이러한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은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경남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부울경 메가시티 Series 1) 왜 지역균형성장인가?’에 따르면, 수도권 과밀화를 겪고 있는 영국은 2001년~2019년 1인당 GDP 성장률이 감소 추세인 반면 국토 균형발전을 이룬 독일은 완만히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1960년대에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1980년대부터 국토 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수도권의 인구와 자원을 비수도권으로 옮기려 노력해 왔다.

 

개별 지자체 단위로는 발전 어려워
비수도권으로 인구가 이동하려면 비수도권에도 경쟁력 있는 일자리와 문화·의료시설 등의 정주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금까지 개별 지자체 단위로 개발을 시도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비수도권은 수도권보다 인구와 자원의 규모가 작아 개별 지자체 단위로 투자를 분산하면 수도권에 맞먹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한 결과 전국 산업단지는 2008년 742개에서 2022년 1,274개로 증가했지만, 전국 산업단지 미분양 면적 또한 2011년 126㎢에서 2016년 306㎢로 증가했다. 전라북도에 위치한 남원일반산업단지는 2021년 완공 이후 현재 미분양률이 80%에 달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지자체들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대효과에만 집중해 산업단지에 유치되려는 기업의 수요를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현재 많은 지자체가 미분양에 따른 산업단지 관리비를 부담하고 있다. 또한 공주대 지리학과 진종헌 교수는 “고속철도나 도로 같은 정주기반은 여러 지자체를 가로지르기에 개별 지자체 단위로 건설하기 어렵다”며 “행정구역 단위로 정책을 시행하면 성과 도출이 어렵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초광역 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이에 여러 지자체가 연합하는 초광역권 단위에서 개발을 진행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때 초광역권은 여러 지자체에 걸쳐 생활과 경제활동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적 범위로, 메가시티라 불리기도 한다. 초광역권의 범위는 제한돼 있지 않으며 초광역 협력에 참여하는 지자체에 따라 달라진다. 초광역권 내 지자체들은 각자의 행정체제를 유지한 채 교통 인프라 유치나 산업 육성과 같은 공동의 사무를 함께 수행하며 초광역 협력한다. 대표적으로 광주시와 대구시는 2013년부터 ‘달빛동맹’이란 이름으로 교류협력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다. 두 지역은 2030년까지 고속철도인 ‘달빛고속철도’를 건설해 두 지역 간 이동시간을 1시간으로 단축하고, 고속철도 인근에 대규모 첨단산업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렇게 초광역권 단위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 초광역권 내 여러 지자체가 유사한 서비스에 중복으로 투자하지 않아 비용 효율성이 증대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주민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초광역권 내 다른 지자체의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전했다.

여러 지자체가 연합한 초광역권은 개별 지자체보다 인구와 지역내총생산 등의 규모가 커 각종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유리하다. 서울대 지리학과 손정렬 교수는 “초광역권에서는 집적경제효과를 통해 여러 지자체의 규모를 단순히 합한 것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집적경제효과는 여러 기업이 밀집할 때 생산비용은 감소하고 생산성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초광역권에서 여러 제조업체가 연계되면 생산규모가 증가해 원료 및 중간재의 구입 단가와 단위운송비 등이 절감된다. 또한 초광역권에서 생산량이 늘면 고용량이 증가해 인구가 모이게 된다. 이에 인력 확보 여건이 좋아지고 정보의 교류가 활발해져 첨단산업 육성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 바덴과 뷔르템베르크주가 연합한 슈투트가르트지역은 실업률이 1992년 4%에서 1996년 9%로 급증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지역연합 결성 이후 연평균성장률이 2001년~2007년 약 1.32%에서 2012년~2018년 약 1.96%로 증가했다.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비수도권에 위치한 초광역권에서 경쟁력 있는 일자리와 정주기반이 확보되면 인구 유출은 감소하고 인구 유입은 증가해 지방소멸과 수도권 과밀화가 완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광주시와 대구시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노선도.
광주시와 대구시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노선도.

 

초광역 협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초광역 협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초광역권을 관통하는 광역 교통망이 전제돼야 한다. 우리 학교 경제학과 김호연 교수는 “초광역권에서 집적경제효과를 누리려면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한 광역 교통망 확충이 필수적”이라 전했다. 이를 위해 현재 국토교통부는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2021~2025)’을 통해 광역 대중교통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5개 대도시권인 △수도권 △부산·울산권 △대구권 △대전권 △광주권의 개별적 여건을 고려해 각 대도시권 내 광역 교통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에 진 교수는 “광역 교통망이 특정 지역 내를 순환하는 형태일 경우 해당 지역에 기능이 집중될 것”이라며 “여러 지역을 연결하는 형태로 조성해야 초광역권 내 여러 지자체가 활발히 교류하고 기능을 분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초광역권 내 지자체 간 격차가 심하지 않을수록 초광역 협력이 용이하다. 차 교수는 “초광역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지자체는 규모가 큰 지자체로 인구나 자원이 유출돼 도시 경쟁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빨대효과 때문에 소규모 지자체가 초광역 협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지난해 4월 △부산시 △울산시 △경상남도가 결성한 ‘부울경 특별연합’이 무산된 이유로 경상남도와 울산시가 부산시에 대한 빨대효과를 우려해 협력을 거부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초광역 협력에 참여하는 지자체 간 격차가 심한 경우에도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손 교수는 “초광역권 내 지자체들이 서로의 필요를 충족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으면 초광역 협력에 유리하다”며 “이를 위해 각 지자체가 고유한 자산을 활용하거나 차별적 역량을 발휘하는 등 지역성을 키우면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격차를 조정하고 힘을 합쳤을 때 국토 균형발전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수=정부가 조세를 징수해 얻는 수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