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다솔 기자 (sputnik@skkuw.com)

인터뷰 -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 주동근 웹툰 작가

웹툰 산업 태동기에 불확실함 딛고 한국형 좀비물 개척해

독창적인 창작물 위해 아마추어 창작자들에게 지원 필요

웹툰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드라마화된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 공개 직후 3주간 글로벌 스트리밍 시간 1위에 빛나는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흥행작의 원작자에게도 좌절을 거듭하던 아마추어 시절이 존재했다. 생활고를 겪으며 그리기 시작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많은 노력을 거쳐 현재의 명성을 얻었다. 아마추어 창작자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주동근 작가를 만나봤다.


대표작인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해 소개해달라.
작품을 준비하던 2008년은 국내 좀비물이 거의 없던 시기라 독창적인 한국형 좀비물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많은 사람에게 친근하게 읽히길 바라며 독자들에게 익숙한 학교를 배경으로 선택했다. 특히 감정적으로 미숙해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재난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네이버 도전만화’ 시절을 거친 데뷔작인 만큼 애정이 깊은 작품이다.

ⓒ 네이버웹툰 캡처
ⓒ 네이버웹툰 캡처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인 네이버 도전만화를 연재처로 선택한 이유는.
처음 만화가를 지망하기 시작했던 학창 시절에는 인터넷보다 출판만화의 힘이 강했다. 출판사에 만화를 투고하거나 유명 만화가를 보조하는 어시스턴트로 오랜 기간 일해야만 데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군대를 전역한 이후에는 인터넷 만화의 영향력이 커져 웹툰 작가 또한 직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누구나 쉽게 만화를 올릴 수 있고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단기간에 인지도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을 선택했다.

아마추어 연재 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데뷔가 조금 특이하게 이뤄졌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베스트 도전만화’로 승격된 다른 만화들은 비교적 빠르게 정식 연재 플랫폼에 데뷔했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은 8개월 동안 제자리였다. 정식 연재까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하며 프로 데뷔를 포기하려고도 했었다. 그때 네이버에서 메일이 한 통 왔다. 정식 연재 제의를 기대하고 열어본 메일에는 작품이 잔인하다는 신고가 많으니 내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작품을 블라인드 처리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난 후 다시 네이버로부터 19금 카테고리가 신설됐다며 정식 연재를 제안하는 메일을 받았다. 일주일 사이에 희비 교차를 맛보고 2009년 데뷔에 성공했다.
 

아마추어 창작자와 프로 창작자의 차이가 무엇인가.
아마추어 창작자는 프로 창작자보다 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나 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작품 활동으로 얻는 수익이 극히 적다는 점에서 경제적 부담도 크다. 반면 프로 창작자는 아마추어 창작자보다 작업 환경과 인지도 면에서 여건이 나은 편이다. 웹툰의 경우 어시스턴트를 고용하거나 다른 창작자와 협업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이전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이미지가 각인되는 만큼 이후 어떻게 신선함을 어필할지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떠안게 된다.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아마추어 창작자들의 데뷔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아마추어 창작자가 어려운 작업 환경을 딛고 치열하게 데뷔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유튜브처럼 독자들의 반응과 직결된 수익화 모델을 만드는 등 여러 방면에서 아마추어 창작자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더 독창적인 창작물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아마추어 생태계가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프로 데뷔를 꿈꾸는 아마추어 창작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중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해 주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과 성공에 대한 불확실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가 창작한 이야기에 확신만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판권 판매부터 미디어화까지 7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요즘은 연재 초반에도 판권이 팔리거나 빠르면 1년 안에 미디어화까지 이뤄지기도 한다. 상황이 더 나아진 만큼 매력적인 이야기가 준비됐다면 망설이지 말고 시작하길 바란다.

ⓒ 주동근 작가 제공
ⓒ 주동근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