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다솔 기자 (sputnik@skkuw.com)

아이디어 표현의 창구로써 콘텐츠 시장 활성화에 기여해

창작 생태계의 동력을 위해 아마추어 창작자의 역할 중요

△마스크걸 △재벌집 막내아들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웹 콘텐츠의 미디어화가 세계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 콘텐츠들의 시작은 과연 어디일까?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창작자의 첫 순간을 함께한 주춧돌,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을 알아보자.


내 안의 창작 본능을 깨우다,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은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창작물을 올리는 데 특화된 플랫폼이다. 이는 △내용의 질 △분량 △형식의 제약 없이 누구나 손쉽게 창작물을 올릴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다. 더불어 창작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참신한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의 운영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분리형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이하 분리형 플랫폼)은 기성 콘텐츠 플랫폼이 2부 리그 격으로 운영한다. 웹툰과 웹소설 분야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국내 웹툰 시장을 선도해 온 네이버 웹툰은 그 산하에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인 ‘네이버 도전만화(이하 도전만화)’를 운영한다. 네이버 웹툰과 도전만화는 사이트를 분리함으로써 아마추어 창작자와 프로 창작자의 경계를 명확히 한다. 한편 하나의 플랫폼에 아마추어 창작자와 프로 창작자의 작품이 혼재하는 일체형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이하 일체형 플랫폼)도 있다. 비디오 플랫폼인 유튜브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사운드클라우드는 주로 아마추어 아티스트가 자작곡을 올리는 공간이지만 프로 아티스트가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지 않는 곡을 올리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그룹 BTS의 멤버 지민은 사운드클라우드에 미공개 자작곡 ‘약속’을 공개했다. 즉 일체형 플랫폼에서는 아마추어 창작자와 프로 창작자가 이용하는 기능에는 차이가 없다.

이처럼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은 개방적인 창작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웹소설창작전공 박세림 교수는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은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표현의 창구”라며 “아마추어 창작자는 다양한 목적과 의미를 가진 콘텐츠를 창작하고 이용자는 이를 소비하며 콘텐츠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전했다.

아마추어 웹툰 창작 플랫폼 '네이버 도전만화'에 업로드된 다양한 웹툰 목록 ⓒ 네이버베스트도전 화면 캡처
아마추어 웹툰 창작 플랫폼 '네이버 도전만화'에 업로드된 다양한 웹툰 목록 ⓒ 네이버베스트도전 화면 캡처

 

취미를 펼치는 캔버스이자 프로 데뷔의 등용문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의 자유로운 특성은 창작을 취미로만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발판이 된다.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웹소설창작전공 김선민 교수는 “콘텐츠 시장에서 아마추어 창작자와 프로 창작자를 가르는 기준은 지속력”이라며 “수익 창출이 가능한 양질의 창작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프로 창작자로 인정받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프로 창작자의 경우 수익 창출을 위해 일정한 △대중성 △분량 △업로드 주기 △완성도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아마추어 창작자는 이러한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실제로 생업과는 별개로 창작을 취미로 즐기는 창작자의 경우 내용과 형식의 의무감이 없는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을 선호한다. 아마추어 웹소설 창작 플랫폼 ‘조아라’ 이용자 A학우는 “작품 소개 글에 ‘출간 문의 받지 않는다’고 명시해 두고 취미로만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며 “취미로 쓰는 글임을 알기에 연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내용이 대중적이지 않아도 열린 마음으로 보게 된다”고 전했다. 박세림 교수는 “프로 데뷔가 목표가 아닌 창작자는 실험적인 형태의 창작물을 올리기도 한다”며 “이용자 또한 정형화되지 않은 창작물이 주는 신선함에 매료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은 프로 데뷔의 기회를 여는 등용문의 역할도 수행한다. 대표적으로 도전만화는 2006년부터 아마추어 창작자가 웹툰 작가로 데뷔하는 관문이 돼 왔다. 도전만화에서 인기를 얻어 ‘베스트 도전만화’로 승격된 작품 중 매니지먼트에게 선택받은 작품은 준비 기간을 거쳐 정식 연재 플랫폼으로 연재처를 옮겨 간다. 박세림 교수는 “데뷔를 목표로 하는 창작자는 대중성을 토대로 내용과 형식 면에서 정식 연재 작품들과 유사한 질의 작품을 선보여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등용문의 역할은 일체형 플랫폼에서도 나타난다. 유튜브는 이용자를 수익 창출이 가능한 계정과 그렇지 않은 계정으로 구분한다. 이 중 통상적으로 전자를 프로 창작자인 ‘유튜브 크리에이터’라 칭한다. 창작자는 구독자와 동영상 개수 및 조회수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수익 창출 승인을 받아 프로 창작자의 자격을 얻는다.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 '문피아', '조아라', '유튜브', '사운드클라우드' ⓒ 애플리케이션 섬네일 캡처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 '문피아', '조아라', '유튜브', '사운드클라우드' ⓒ 애플리케이션 섬네일 캡처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허물다
최근에는 프로 창작자와 아마추어 창작자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며 서로 공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 융합콘텐츠스쿨 권유선 교수는 “콘텐츠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이 기성화되며 프로 창작자와 아마추어 창작자가 공존하는 일체형 플랫폼이 주를 이루게 됐다”고 전했다. 웹소설 분야의 분리형 플랫폼이 일체형 플랫폼으로 점차 전환되고 있는 현상은 이를 뒷받침한다. 김 교수는 “웹소설 창작 플랫폼 문피아의 경우 모든 창작자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유료화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독자도 아마추어 창작자와 프로 창작자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프로 창작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수익화를 아마추어 창작자도 간단히 이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들이 콘텐츠 시장에 뛰어드는 원동력이 된다. 

일체형 플랫폼의 개방적인 특성 역시 창작 욕구를 자극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유튜브의 경우 영상 편집자를 고용해 만든 질 높은 영상이 아니더라도 알고리즘을 통해 얼마든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구독자 수를 늘릴 수 있다. 세종사이버대 유튜버학과 박성배 교수는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성공의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특성이 큰 역할을 한 것”이라며 “이처럼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은 누구나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콘텐츠의 다양성을 제고한다는 의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설 곳을 잃어가는 아마추어 창작자들,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프로 창작자와 아마추어 창작자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며 아마추어 창작자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박세림 교수는 “신인 작가를 대상으로 했던 공모전도 최근에는 신인과 경력 작가 모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이제 아마추어 창작자는 프로 창작자와 같은 선상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콘텐츠 시장이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위기의 이유로 제기된다. 현재까지 기업들이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을 운영해 온 이유는 부흥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실력 있는 아마추어 창작자들을 발굴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함이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급속도로 발달하며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한 투자도 증가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온라인 콘텐츠 이용률이 다시 감소해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신인 작가에게까지 자본을 투자할 여력이 없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카카오는 분리형 플랫폼 ‘웹툰 리그’ 서비스를 종료해 아마추어 웹툰 시장의 붕괴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아마추어 창작자를 발굴하는 것보다 이미 훈련된 프로 창작자들을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콘텐츠 시장에서 아마추어 창작자의 역할을 강조하며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조아라는 플랫폼 내 모든 창작자를 대상으로 조회수에 비례한 정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네이버 역시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에서 연재하는 창작자를 위해 다양한 수익화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김 교수는 “콘텐츠 시장이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신인을 지원해 창작자 유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업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성도 강조된다. 권 교수는 “기업들이 아마추어 창작자를 양성하고자 했던 이유는 근본적으로 참신함에 있다”며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이미 성공한 작품의 레퍼런스를 따라가기보다 독창적인 창작물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