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윤범 기자 (yb2001choi@skkuw.com)

GLP-1 호르몬 계열 신약의 등장

가격 인하와 안전성 검증이 선행돼야

△메르세데스-벤츠 △아스트라제네카 △LVMH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제치고 유럽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는 기업은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다. 이는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빅토자와 이를 활용해 개발한 비만 치료제 삭센다, 위고비 덕분인데 이들은 모두 GLP-1을 활용한 약들이다. 대체 GLP-1이 무엇이길래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을까?

당뇨병에 걸리면 어떤 약을 처방할까
당뇨병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거나 기능이 저하돼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는 질병이다. 따라서 당뇨병의 치료는 인슐린에 대한 △기능 개선 △분비 촉진 △직접 투여 등의 약물 처방으로 이뤄져 왔다. 인슐린의 기능을 개선하는 약인 메트포르민은 간에서 포도당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혈당을 낮추는 동시에 체내의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을 개선해 인체가 인슐린에 잘 반응하도록 한다. 설포닐유레아와 같은 약으로 췌장의 랑게르한스섬 β세포(이하 β세포)에서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기도하며 인슐린 주사를 통해 인슐린을 직접 체내에 투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들은 혈당을 낮추는 정도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없어 저혈당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21세기의 발전, GLP-1 계열 신약의 등장
21세기에 들어 당뇨병 신약 개발의 목표는 당뇨병 환자가 체내에서 선택적으로 혈당을 내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하나인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ucagon-Like Peptide-1, 이하 GLP-1)을 활용한 신약이 개발돼 사용 중이다. 가천대 내분비대사내과 박이병 교수는 “탄수화물을 섭취해 혈당이 높아지고 섭취한 물질이 소장의 앞부분을 지나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 소장의 L세포가 GLP-1을 분비한다"며 "GLP-1은 췌장의 β세포를 자극해서 인슐린을 분비시키고 간의 포도당 흡수를 촉진하는 등 혈당 관리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GLP-1은 선택적인 혈당 조절 능력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는 열쇠로, 여러 신약에 활용됐다. 그러나 GLP-1은 *반감기가 2분이 안 될 정도로 매우 빠르게 분해돼 우리 몸에 작용하는 시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GLP-1을 분해하는 효소인 디펩티딜 펩티다아제-4(Dipeptidyl peptidase-4, 이하 DDP-4) 억제제를 활용한다. DDP-4 억제제를 사용하면 GLP-1의 분해를 억제해 우리 몸에 작용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이에 2006년부터 DDP-4 억제제인 시타글립틴이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아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DDP-4 억제제는 체내에 존재하는 GLP-1의 생성 자체를 증가시키지는 못한다. 따라서 GLP-1보다 오래 살아남는 GLP-1 유사체를 인위적으로 주입해 GLP-1의 양을 늘리는 약물인 △빅토자 △삭센다 △위고비 등이 2010년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고 사용 중에 있다.

빅토자 사진.
빅토자 사진.

 

아직 갈 길이 먼 당뇨병 치료
GLP-1 계열 신약은 정확한 발병 원인을 알 수 없어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당뇨병 치료의 실마리를 푸는 것 같았다. 하지만 GLP-1 계열 신약의 높은 가격이 넘어야 할 산으로 지목되고 있다. 박 교수는 “GLP-1 계열 신약은 기존 약에 비해 장점이 분명하지만 높은 금액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 신약 한 달 치를 구입하는 데 약 1,350$(한화 약 200만 원)의 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가톨릭대 내분비내과 김헌성 교수는 “GLP-1 계열 신약은 메트포르민 등 먹어서 섭취하는 기존의 약과 달리 주사 형태의 새로운 제제”라며 “아직 검증이 필요하기에 의사와의 상담 후 식습관의 개선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가격 개선과 신약의 효과 검증을 위해 학계의 활발한 연구와 더불어 실손보험의 급여 항목에 GLP-1 계열 신약을 추가 등록하는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반감기=어떤 양이 초깃값의 절반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