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윤범 기자 (yb2001choi@skkuw.com)

당뇨병의 핵심, 인슐린

20~30대 역시 당뇨병에서 안전하지 않아

대한당뇨병학회가 공개한 『팩트 시트 2022 확장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605만 명으로 성인 6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대 당뇨병 환자 수는 2016년 대비 2020년에 47% 증가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찾아올 수 있는 당뇨병에 대해 알아보자.

인슐린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당뇨병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혈액 내 포도당의 농도인 혈당이 높아지는 질병이다. 식후 2시간이 지났을 때 혈당 수치가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분류한다. 탄수화물 섭취 등의 이유로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의 랑게르한스섬 β세포(이하 β세포) 안에 포도당이 유입되고 이에 대한 반응으로 β세포는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액 내 포도당을 △간 △근육 △지방조직 등의 세포로 유입시켜 저장에 용이한 상태인 글리코젠으로 바꾼다. 글리코젠은 혈액에 녹지 않기 때문에 포도당이 글리코젠으로 바뀌며 혈당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인슐린은 세포 내에 이미 존재하는 글리코젠을 다시 포도당으로 바꾼 후 태워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처럼 인슐린은 혈당이 높아지면 혈액 내 과도한 포도당을 세포로 보내 혈당을 낮춘다. 그러나 인슐린의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포도당의 세포 유입이 저하돼 혈당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편 췌장 질량의 1%를 차지할 정도로 작은 랑게르한스섬에는 랑게르한스섬 α세포(이하 α세포)와 β세포 등 다섯 종류의 세포가 뭉쳐있으며 그중 α세포와 β세포에서만 90% 이상의 호르몬이 분비된다. α세포에서는 글리코젠을 다시 포도당으로 바꾸지만 태우진 않아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이, β세포에서는 반대로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 분비된다. 글루카곤과 같이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은 췌장 외에 다른 장기들에서도 분비되지만, 직접적으로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은 인슐린이 유일하기 때문에 고혈당 문제는 인슐린의 장애에서 야기된다.


당뇨병에는 왜 걸리게 되는 것일까
당뇨병은 인슐린 생성 자체가 안되는 제1형 당뇨병과 인슐린의 기능이 저하되는 제2형 당뇨병으로 나뉜다. 제1형 당뇨병은 특정한 환경 때문에 발현한 면역반응의 선천적인 문제가 β세포를 망가뜨려 인슐린을 생성하지 못하는 경우다. 가천대 내분비대사내과 박이병 교수는 “제1형 당뇨병은 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유전적 돌연변이 등의 특정한 환경에 의해 발생하지만 아직 명확한 발병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만 작용 효과가 평소보다 줄어들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경우에 발생한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약 90%가 제2형 당뇨병에 속하기 때문에 성인 당뇨병이라고도 불린다. 제2형 당뇨병은 주로 △몸에 나쁜 식이 습관 △비만 △운동 부족 등의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박 교수는 “제2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가장 주요한 원인은 비만”이라고 전했다. 비만으로 인해 내장지방이 많아지면 지방 분해의 산물인 유리지방산의 양이 증가한다. 이때 유리지방산은 간 등에 유입돼 인슐린의 전달을 방해한다.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돼도 세포가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제2형 당뇨병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후천적인 요인 외에 유전과 같은 선천적인 요인 역시 존재한다. 박 교수는 “부모 중 한쪽이 제2형 당뇨병 환자일 경우 자식이 제2형 당뇨병 환자일 확률이 20~25%고 부모 모두 제2형 당뇨병 환자일 경우 자식이 제2형 당뇨병 환자일 확률이 40~45%”라며 “유전적 요인과 제2형 당뇨병 간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조사에 의해 유전과 당뇨병이 관련 있다고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유형별 모습. ⓒ네이버 지식백과 캡처​
당뇨병 유형별 모습. ⓒ네이버 지식백과 캡처​

 

당뇨병의 증상과 더 무서운 합병증
당뇨병에 걸리면 신장이 과도한 당분을 혈액 밖으로 걸러내려고 해 소변량 및 횟수가 증가한다. 그 밖에도 △가려움증 △갈증 △잦은 허기짐 등의 증상이 있다. 하지만 당뇨병의 무서움은 이런 일상에서의 증상들보다 오히려 합병증에 있다. 당뇨병 환자의 약 50%는 당뇨병 진단 후 10년~15년이 지나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합병증을 앓게 되기에 당뇨병 환자는 합병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톨릭대 내분비내과 김헌성 교수는 “당뇨병으로 인해 정상적이지 않은 혈액이 지속해 흐르면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고 손상이 생긴다”며 “미세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망막변병증과 같은 합병증이, 대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과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청년층도 안전하지 않다
당뇨병은 흔히 중장년층 이상의 질병으로 지금껏 인식됐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의하면 2022년 기준 20~30대 당뇨병 환자의 수는 전체의 약 3%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20~30대 당뇨병 환자, 즉 젊은 당뇨병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젊은 당뇨병 환자 수는 2018년에 비해 2022년에 24.9% 증가했다.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청년층의 비만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비만 유병률은 지난해에 비해 약 70% 증가하며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박 교수는 “당뇨병은 완치가 안 되는 만성질환”이라며 “젊은 나이에 당뇨병에 걸리면 환자가 병에 걸린 채 살아가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른 나이에 발생한 합병증은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이므로 철저한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3명 중 1명은 질환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일상적인 증상만 겪고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박 교수는 “당뇨병 예방을 위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혈당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설탕이 많이 함유된 단순당 음식과 고지방 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매일 30분 정도 운동을 하는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 역시 당뇨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20대 당뇨병 환자 수 증가 추이. 자료: 질병관리청
20대 당뇨병 환자 수 증가 추이. 자료: 질병관리청

 

하지만 당뇨병은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예방할 수 없다.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연간 의료비가 낮게 측정돼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연속 혈당측정기 등 고가의 치료기기를 구매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의료비가 아닌 요양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에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비의 60% 이상을 부담하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느낀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1형 당뇨병 환자의 70.4%가 치료비와 의료기기 구매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박 교수는 “당뇨병은 암과 같은 질환에 비해 경증이라고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데 완치가 불가능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며 “합병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에 대해서라도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지역 행정복지센터에서 건강 교육 프로그램이나 생활 운동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당뇨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좋은 생활 습관을 장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당뇨병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인과 국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연속 혈당측정기=혈당 수치와 혈당 추세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는 기기.
◆상급종합병원=중증질환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행하는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