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경수 기자 (nwjns@skkuw.com)

인력과 직결되는 순찰근무와 책임범위가 모호한 현장 대응 업무로 어려움 겪어

인력 확충과 협의된 대응 매뉴얼 필요해

지난 1월 19일, 혜화역 4번 출구 근처에 한 여성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단순 취객으로 보이는 여성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유추하고 가해자를 찾은 것은 다름 아닌 명륜 파출소 소속 지역경찰이었다. 이처럼 우리의 생활 반경 내에서 지역의 치안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경찰,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그들이 처한 근무 환경은 과연 안전할까?


지금의 지역경찰이 탄생하기까지
우리나라는 2003년 지역경찰제를 도입해 지역별로 파출소, 지구대 등의 경찰기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경찰의 시민 친화적 활동을 통한 범죄대응력 향상을 목적으로 과거 획일적으로 운영되던 파출소 인력과 장비를 국내 치안 수요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재편한 제도다. 이에 기존 3~4개의 파출소가 통합된 지구대가 탄생해 지금의 지역경찰관서가 구성됐다. 지역경찰관서는 시도 경찰청에 속한 경찰서의 관할구역을 더욱 작은 단위로 나눠 설치된다. 일례로 수원 중부 경찰서 하에는 율천 파출소, 화서문 지구대 등 총 7개의 지구대와 파출소가 운영되고 있다. 한편 지역경찰은 이러한 지역경찰관서에 배치돼 시민과 가장 가까이서 지역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지역 치안 활동의 핵심 주체로서 △112 출동 △교통정리 △지역 주민의 어려움 청취 등 넓은 범위의 치안 서비스를 맡는다. 


보호받지 못하는 근무자, 지역경찰
이처럼 전국의 모든 지역경찰관서의 지역경찰은 빈틈없는 지역 치안을 위해 24시간 상시·교대 순찰근무를 수행한다. 과거 지역경찰은 24시간 근무제나 다름없는 형태의 전일제나, 휴무일 보장 등의 근무여건이 열악한 3조 2교대제의 순찰근무를 수행했다. 2006년에 이르러서는 주 40시간 근로제의 시행과 함께 *주야휴비 패턴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4조 2교대제(이하 4교대) 순찰근무가 도심의 일부 지역경찰관서에 한해 도입됐다. 그러나 지역경찰의 인력이 부족한 경우 4교대 순찰근무는 3조 2교대제나 24시간 근무형태인 3조 1교대로 대체된다. 2014년 경찰청 브리핑에 따르면 실제로 4교대 순찰근무로 운영되는 전국의 지역경찰관서는 약 29%에 불과했고, 3조 2교대제를 수행하는 지역경찰관서는 전국의 55%를 차지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최응렬 교수는 “3조 2교대제는 주로 변형 3조 2교대제로 운용되는데, 이는 주간과 야간 근무가 불규칙한 패턴으로 반복된다”며 “근무자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원을 더 늘려 지역경찰의 3조 2교대 근무 체계를 4조 2교대제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경찰청은 마약범죄·흉기난동과 같은 대형 범죄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경찰 인력을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경찰 인력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찰 전체 인력은 1만 2,656명 증가했다. 하지만 이중 지역경찰 인원은 전체 증가 인원의 2%도 되지 않은 237명에 불과했다.
 

'오늘근무' 앱의 경찰 3조 2교대제 일정. ⓒ'오늘근무' 앱 캡처
'오늘근무' 앱의 경찰 3조 2교대제 일정. ⓒ'오늘근무' 앱 캡처

 

마찬가지로 4교대 순찰근무 지역경찰이라고 해도 상황은 좋지 않다. 4교대 순찰근무를 수행 중인 A경찰관은 “예전보다 교대근무 환경이 크게 개선되긴 했지만, 하루 한 명이라도 휴가를 쓰면 일이 빠듯하게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또한 교대 순찰근무 자체에서 오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우리 학교 심리학과 박형인 교수는 “계속해서 바뀌는 근무시간에 대한 신체적 적응을 요구하는 순환형 교대근무는 인간의 생리 기능을 유지하는 24시간 순환의 일주기 리듬을 망가뜨린다”며 “파괴된 일주기 리듬은 곧 질병 가능성을 높여 집중력에 영향을 주고, 근무 중 사고나 상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직무수행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책임과 비난 가운데 놓인 지역경찰의 재량행위
또한 지역경찰은 112 출동업무에서도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지역경찰은 특수한 상황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 한해 자유롭게 일을 처리하도록 인정한다는 의미의 재량행위가 가능하다. 그러나 재량행위 행사 조건의 모호성으로 인해 지역경찰의 현장 대응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가해지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공무집행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된 외국인 남성은 테이저건을 이용해 자신을 실신에 이르게 한 경찰의 물리력 행사가 과잉 제압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해당 경찰 측은 자신을 밀쳐 넘어뜨린 남성의 ‘적극적 저항’에 대한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했으나 온라인에서는 도구를 사용한 경찰의 대응 정당성 여부를 두고 논쟁이 불거졌다.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2조는 대상자가 경찰을 밀치고 물리적 도주를 시도하는 등의 적극적 저항을 행할 시, 경찰은 대상자를 향해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는 재량권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재량권의 조건인 적극적 저항의 정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경찰은 주관에 따라 물리력 사용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세종사이버대 경찰학과 김재운 교수는 “1990년대 총기의 대안으로 등장한 테이저건은 경찰의 과잉 제압 문제를 크게 감소시켰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경찰의 도구 사용을 위협적으로 인식한다”며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과 도구 사용 조건의 불분명성은 경찰의 도구 사용에 부담을 줘 대응력을 약화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경찰의 재량행위에는 대응 매뉴얼의 모호함으로 인해 법적 책임이 요구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소재 지역경찰들이 집 앞 야외계단까지 귀가 조치한 주취자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해당 경찰관들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500만 원 가량의 벌금형을 선고받자, 주취자 대응 매뉴얼과 경찰의 책임범위에 대한 현장 지역경찰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한편 사건 발생 9개월 전 경찰은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을 위한 조직을 임시 편성해 경찰의 의무사항을 대폭 축소한 주취자 대응 최종 매뉴얼을 마련해 지난해 8월 전국의 지역경찰관서에 전파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지역경찰의 주취자 업무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20여 년 현장 경력의 B경찰관는 “주취자 본인이 귀가를 거부하는 경우에 발생한 사고의 책임도 경찰에게 있다”며 “대응 가이드라인이 설정되지 않거나 모호한 부분이 있어 주취자 조치는 가장 두려운 업무”라고 말했다. 


지역경찰의 고질적 문제, 실질적 해결책은?
그렇다면 지역경찰의 고충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국내 지역경찰은 절도와 같은 형사사건부터 소음 문제와 같은 지역 단위의 문제까지 폭넓은 상황과 마주한다”며 “보편적으로 마주치는 상황에 대한 원활한 대처를 위해 현장 지역경찰 간 협의를 거쳐 구체화한 상황 처리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지역경찰들이 가장 빈번하게 마주치는 상황은 바로 주취자 문제다. B경찰관은 “빈번히 마주하는 분풀이 민원만큼이나 힘든 건 말이 통하지 않는 주취자들”이라고 전했다. 경찰청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접수된 주취자 신고 건수는 94만 5,000여 건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경찰이 마련한 주취자 대응 최종 매뉴얼에는 ‘위험성이 해소될 때까지 최소 한도로 보호한다’는 조항이 여전히 남아있다. 해당 조항은 주취자의 안전 상태 판단을 지역경찰의 몫으로 맡긴다. 이에 김 교수는 “주취자 대응으로 인한 지역경찰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시민의 안전 상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상습 주취자의 경우 구속이 가능하도록 법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박 교수는 “교대근무의 형태로 인한 어려움과 같이 조직의 환경에서 비롯되는 문제는 고정형 교대근무를 고려하는 등 환경 전체를 바꾸는 개입 방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지역경찰에게 피로감을 주는 교대 순찰근무는 인력난 때문이다. 일례로 일본은 이러한 지역경찰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작은 지역 단위로 설치되는 코반과 주재소 소속 경찰에게는 △각종 상담 △유실물 처리 △지리 안내 등의 업무만을 담당토록 하고 순찰과 방범 업무는 경찰서 지역과 소속 경찰의 역할로 두는 효율적인 지역 치안 업무 분담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역시 역할 재편과 인력 확충 등 조직 전체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정이 넘어서도 불이 켜져 있는 경기도 소재의 한 파출소. 사진 | 이경수 기자 nwjns@
자정이 넘어서도 불이 켜져 있는 경기도 소재의 한 파출소. 사진 | 이경수 기자 nwjns@

 

◆주야휴비=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 동원이 불가능한 휴무와 긴급 동원이 가능한 비번이 반복되는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