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교육권에 대한 낮은 인식, 정부 지원도 미흡해

기자명 김청용 기자 (hacar2@skku.edu)

추운 겨울, 찬 바람이 부는 마로니에 공원 한복판에 작은 천막 한 채가 쓸쓸히 서 있다. 제대로 된 난방은 커녕 공원의 소음조차 차단되지 않는 이곳은 노들장애인야간학교(이하:노들)가 61일째 수업과 투쟁을 병행하고 있는 ‘교실’이다. 비록 시설은 열악하지만 천막 안의 열기만은 뜨겁다. 교사의 질문에 대답하려 힘쓰는 학생들의 눈은 형형히 빛나고 있다.

책임회피에만 열심인 관계당국
장애인의 권리 수호와 저항권을 교육하던 노들은 지난 12월 정립회관 측의 퇴거요청으로 마로니에 공원에 천막을 치고 임시학교를 세우게 됐다. 정립회관 백승완 관장은 “재정문제 뿐 아니라 고유사업의 활성화로 인한 공간 부족” 때문에 퇴거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장애인 복지시설을 표방하는 정립회관이 오히려 장애인을 내쫓은 격이 됐다.


이들은 공원에서마저 쫓겨나지 않기 위해 교사들이 순번을 정해 밤새 천막을 지키고 있다. 천막이 종로구청에 건물로 등록돼 있지 않아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을 뿐더러, 장애인들을 데리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교육부 측에 지원 요청을 했지만 서울시는 교육부 소관이라며 책임을 넘겼고, 교육부 측은 이미 서울시 교육청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들의 애처로운 사정이 언론에 잇달아 보도되자 최근에야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정민학교에 특수학급을 설치해 노들야학 학생들을 수용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들은 “장애인 교육권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않은 채 ‘보여주기식’ 장소만 제공해 여론을 무마하려 한다”며 이를 거부했고 지금도 묵묵히 마로니에 공원을 지키고 있다.

장애인 교육권의 봄은 언제 올까
한편 오는 5월 정기국회에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공포될 예정이지만, 간단한 법안 하나로 일거에 장애인 교육권 문제가 해결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인 장애인의 42.5%가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했다는 통계로 미뤄봤을 때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및 대책 마련에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성인 장애인 교육기관이 야학 15곳을 포함해 상당수 있지만 이 시설들이 초등교육조차 받지 않은 약 1백만 명의 성인 장애인들을 수용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그나마 체계적인 교과과정으로 운영되는 몇몇 야학마저도 만성적인 재정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노들의 저항은 장애인 교육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 주소를 상징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들 심정구 교사는 “우리의 저항을 노들 자체만의 문제로 편협하게 보면 안된다”며 자신들의 투쟁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노들마저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공부하라는 말입니까” 노들 총학생회장 임은영 씨는 공부를 ‘갈망’하는 장애인들의 처지를 외면하지 말아달라며 이렇게 절규했다. 그러나 노들은 여전히 정착할 장소를 찾지 못해 새로 시작되는 학기에도 천막에서 수업을 해야 할 처지. 우리나라의 모든 장애인은 언젠가 일반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지만, 일반학교는커녕 대안기관으로서의 야학조차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과연 봄은 언제쯤에나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