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의 망상』, 알리스터 맥그라스

기자명 진가연 기자 (iebbi@skku.edu)

  
철학사와 세계사를 걸쳐 ‘신’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100여년 전  종지부를 찍었을 것 같던 신에 대한 논쟁은  찰스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으로 인해 다시 불붙었다. 그리고 얼마전, 도킨스의 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도킨스의 망상』이 출판되면서 이 논쟁은 ‘2라운드’에 다가가고 있다.

도킨스와 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여행을 해왔다. 하지만 이 두 여행의 원인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었다. … 중략 … 그러나 동일한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과 분석에 근거하여 우리는 신에 대해 완전히 다른 결론에 이르렀다.

맥그라스는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대한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그는 도킨스를 ‘반종교적 선동가’로 표현하며, 도킨스의 논리는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증거를 무시해 버림으로써 성립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도킨스는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없는 틈새로부터 신을 제거한 과학의 진보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과학을 혐오하는 바보’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만들어진 신』에서 주장하고 있는 핵심 논지 역시 과학을 통해 신이 없음을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을 계속 믿는 사람들은 미신적인 반동주의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맥그라스는 ‘과학적 이론으로 세계 전체를 설명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반론한다. 즉 세계는 유신론적, 이신론적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과학적 이론 역시 그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맥그라스는 도킨스가 ‘종교’와 ‘신에 대한 믿음’, 이 둘 간의 중요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도킨스는 종교에 대한 논의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고, 이러한 제한된 논의는 여러 층위들을 가진 종교의 의미를 정당하게 다루는 것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신에 대한 순수한 믿음을 외면한 종교적 개념이나 사고방식들을 논증하는 데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이 책은 도킨스의 독자적 해석에 의한 무신론을 반박하며 논리적 허점과 비일관성을 짚어내고 있다. 그러나 맥그라스가 그만의 독특한 철학과 증거를 제시하는 데 있어서는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 또한 도킨스의 무신론적 해석에 대한 치명적 결함을 피력하면서도 반박할 증거보다는 수사적인 표현들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만들어진 신』에 대한 신뢰할 만한 평가를 찾던 사람들에게 가장 최적의 도서이며 이 책의 논의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만들어진 신』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