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엄보람 기자 (maneky20@skkuw.com)

40대 주부 정00씨는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A와 B를 만났다. “페북 보니까 너도 XX 하더라?” A가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 이름을 대며 정씨에게 물었다. 친구등록을 마친 둘은 서로의 마을을 방문해 필요한 아이템을 교환하며 게임 노하우를 공유했다. B가 호기심을 보이자 정씨는 적극적으로 SNS 가입을 권유하고 손수 게임을 다운로드해주었다. 셋은 스마트폰 속 작은 마을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akiko @flickr
스마트폰 게임이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처음으로 포터블 게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서더니만, 현재는 전체 게임시장의 10%를 차지할 만큼 그 입지를 공고히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그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모바일 게임회사는 물론이거니와 넥슨, NHN 등 대형 회사들까지 앞 다투어 새로운 스마트폰 전용 게임을 개발하기에 여념이 없다. 스마트폰 보급 2천 만 돌파가 무색치 않게 소비자들의 다운로드 횟수 또한 그에 화답하고 있는 요즘. 심지어 월 매출액 또한 인기게임의 경우 ‘억’ 단위를 훌쩍 뛰어넘는 쾌거를 이뤘으니 바야흐로 호황기를 맞았음에 틀림없다.
스마트폰 게임. 그야말로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임’에 불과해 보일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그가 불러온 변화는 남다르다. 이미 일반 PC와 같은 고기능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지난 한 해 현대인의 생활양식 변화에 크게 일조했다. 그와 맞물렸다고는 하나 종전의 피처폰(스마트폰 이전의 휴대전화), 온라인 게임 등에 지니는 차별성이 무엇이기에 △높은 매출 △이용 연령층의 확장 △폭발적인 시장의 성장과 같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일까?

스마트 사전에 한계란 없다!
기존의 휴대전화에 비해 스마트폰이 기술적 발전을 거둔 부분은 △고사양의 장치 △네트워킹 기능의 탑재 △각종 특수기능 접목 등으로 다양하다. 먼저 스마트폰은 △메모리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카메라 화소가 피처폰과의 비교가 무색할 만큼 개선됐다. 이와 같은 장치 사양의 발전은 PC 온라인 게임과 비디오 게임이 경쟁력으로 내세우던 고성능의 3D그래픽, 대용량의 프로그램 운용을 가능케 했다. 게임 회사들은 자사의 인기 온라인 게임들을 속속 스마트폰 전용 버전으로 출시하면서 이에 대응했고, 소비자들은 거의 모든 인기게임을 휴대전화 안에 담아 즐길 수 있게 됐다. 즉, 사양의 한계라는 모바일 게임 장르의 고질적 장애가 깔끔히 무너진 것이다.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 또한 스마트폰 게임 성장의 원동력임은 당연지사. 물리적으로 고정된 상황에서만 즐기던 가상세계를 이동 중에도 ‘함께 들어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접속 횟수가 잦을수록 경험치 획득이나 시설 경영에 유리한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이는 반가운 자유다. 탑재된 범용 운영체제를 통해 어플리케이션 사이트에 간편히 접속한 후, 마음대로 게임을 설치하고 삭제할 수 있다는 개방성도 중요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는 다양한 스마트폰 게임을 거부감 없이 맘껏 체험하고 취사선택한다는 자유를 사용자에게 선사하고 있으며, 높은 접근성과 간편한 접속 덕분에 구매와 효과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밖에 각종 특수기능들의 공로도 컸다. 기존의 게임들은 △마우스 △조이스틱 △키보드 등 신체의 한정된 동작만을 요구하는 인터페이스(서로 다른 두 장치를 연결하는 부분)를 사용했다. 여전히 손동작에 집중 돼있긴 하지만 △음성인식 △중력 센서 △터치 센서 △풍압인식 등의 기능들은 스마트폰으로만 맛볼 수 있는 색다른 방식의 게임을 탄생시켰다. △앵그리버드(Angry Bird) △탭소닉(Tap Sonic) △템플런(Temple Run) 등은 엄지손가락의 속도와 방향, 동작 수행 범위를 수치화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섬세한 조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묘미로 꼽히며 각종 스포츠 종목 게임에도 자주 등장한다.
중력 센서를 이용한 게임은 댄스댄스레볼루션(Dance Dance Revolution)과 로데오(Rodeo)를 예로 들 수 있다. 화살표가 타겟을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 휴대전화를 수직으로 올리거나, 기울기를 조정해 성난 소 위에서 균형을 잡는 식이다. 한 때 선정성 논란을 겪었던 ‘입김으로 치마 들추기’ 게임은 풍압인식 기능이 적용된 예다. 이와 같이 신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체감형 게임은 일반 게임에 비해 흥미와 일체감을 강하게 유발한다. 여기에 더해 적절한 시기나 충돌음에 맞춰 기기에 진동을 주는 방식 또한 스마트폰 게임에서만 가능한 매력 요소다.

SNS와 연계 “임자 만났네”
발전을 거듭하며 개성으로 중무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와 손을 잡으며 물 만난 고기가 됐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장점과 게임의 재미를 융합한 서비스를 소셜 네트워크 게임(SNG), 줄여서 소셜 게임이라 일컫는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발표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애플스토어의 전체 앱 상위 20위 중 소셜 게임이 7개나 포함됐다. 매출 또한 2년 새 10배에 가까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이미 스마트폰 게임 중에서도 노른자위를 차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셜 게임은 그 목적이 게임 자체라기보다는 ‘사회관계’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재미를 심화한 형태보다는 게임을 이용해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조작 방식을 단순화하고 인맥 활용의 비중을 키웠다. 덕분에 이제까지 주요 게임 이용자층이 20대 남성 중심이었던 점과는 달리 여성과 고 연령층에서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놀라운 변화를 주도했다. 이로써 포화에 이르렀다는 게임이용률은 새 임자를 맞아 다시금 증가하고 있다.
소셜 게임이 남녀노소를 불문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게임시장의 황금어장으로 떠오른 주된 원동력은 ‘지인’이라는 요소 덕택이다. 기존의 온라인 게임이 불특정 타자와 함께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형태를 띠었다면, 소셜 게임은 아는 사람들과 이웃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경영해가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현실 속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과시욕, 경쟁심리 등이 게임에 몰입하는 효과를 야기하는 것이다. 게다가 넓은 인맥이 실리적인 도움을 준다는 세상의 법칙 또한 소셜 게임 속 가상세계에서 고스란히 재현된다. 왕국을 건설하는 위룰(We Rule)의 경우 추가한 친구의 건물을 통해서 경험치를 받을 수 있으며, 베이커리 스토리(Bakery Story)는 제과류나 음료를 만들어 친구끼리 선물로 줄 수 있어 손쉬운 레벨 업이 가능하다. 타인과의 영역 싸움을 하는 크라임씨티(Crime City)는 퀘스트 과정에서 친구를 추가할 수 있도록 설정했으며, 친구 수가 증가할수록 동맹이 강해지고 영역 확장에 유리하다.

①새를 날려 건축물을 부수는 게임 앵그리버드(Angry Bird) / ②농장을 경영하는 게임 타이니 팜(Tiny Farm) / ③정지 없이 달리며 장애물을 피하는 게임 템플런(Temple Run) / ④카페를 경영하는 게임 베이커리 스토리(Bakery Story)

부분유료화?
문턱은 낮게, 유혹은 강하게
소셜 게임의 인기 비결에는 ‘프리-투-플레이(Free-to-Play)’라 불리는 부분유료화 모델의 도입도 빼놓을 수 없다. 프리-투-플레이를 도입한 게임들은 다운로드는 무료지만 편의성 아이템 등을 캐시아이템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는 초기 이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필요에 따라 아이템을 소비하며 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해 공급자와 수요자 쌍방에 장점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국내 SNG 농장경영게임에 해당하는 타이니팜(Tiny Farm)은 △가축의 성장 △작물 재배 속도증가 △가축 교배시간 단축에 필요한 아이템에 한해 유료화를 실시하고 있다. 무료로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유료 아이템 구입 시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부분유료화 방식이 소셜 게임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대 99.99달러에 달하는 아이템 결제에 있어 통제수단이나 환불규정의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5살짜리 딸이 가지고 놀다가 5만 5천 원을 결제해버렸다”, “환불받는 데에 6개월 걸렸고, 환불 가능 여부도 회사마다 다 다르다”는 항의가 하루 몇 십 건에 달하고 있다. 이는 비단 소셜 게임 뿐 아니라 결제가 간편한 것이 장점이자 맹점인 스마트폰 게임 전체의 시급한 과제다.

쑥쑥 성장, 단단 성숙으로 이어져야
<게임동아>는 “국내 게임 시장의 허리가 약하다”는 점을 우려하며 중견 게임회사들이 분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스마트폰 게임 산업이 빠르게 변화, 성장해 가는데 있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또한 스마트폰은 PC를 비롯한 여타 게임기기에 비해 화면이 매우 작기 때문에 실감 나는 그래픽과 현장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공간 경영 장르의 스마트폰 게임들이 3/4 정도로 비스듬히 기울여 화면시점을 표현하는 쿼터뷰(Quater View) 형식을 채택하는 이유도 작은 화면 안에 입체감을 불어넣기 위한 자구책이다. 인기 게임 중에서도 순수 국내 스마트폰 게임이 빈약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받고 있다. 외국 게임회사의 한국법인 형태를 띠고 개발되는 게임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보다 독창적인 게임 개발과 시장형성이 요구된다.
몇 가지 개선할 점을 차치하면, 스마트폰 게임의 등장은 가히 게임 시장의 생태계를 뒤흔든 혁신이라 할만하다. 스마트폰 게임 개발은 일반적으로 △개발비 300만~400만 원 △개발자 5~10명 △기간 6~8개월 정도를 요하는 데 비해 그 수익률이 높다. 더불어 혹시나 실패했을 경우에도 손해와 위험부담은 크지 않다. 부분유료화 방식이 억대 매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현재,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신개척지인 것이다.
정보 교환을 위한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블로그를 비롯한 무수한 모임의 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SNG 속 친교활동이 현실 세계에서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주객전도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스마트폰 게임이 이미 현대인의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증거들을, ‘게임’이라는 단어의 개념을 새로이 정의해야 할 때가 왔다는 신호들을, 당신도 보고 느끼고 있지 않은가? 손바닥만 한 게임 화면 안에 청년실업 해결의 실마리가 숨어 있다는 희망찬 시각까지 등장하고 있는 요즘. 지난 한해, ‘쑥쑥’ 성장을 보여준 스마트폰 게임이 오는 2012년에는 ‘단단’ 성숙을  이뤄가길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