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요소 지닌 아르바이트 … 정당한 권리 보장은 물음표

기자명 김원식 기자 (wonsik0525@skkuw.com)

 

 아르바이트의 뜻은 ‘여가를 이용해 갖는 직업’이다. 많은 대학생들은 방학 때엔 힘든 일을 뒤로하고, 여행, 자기 계발 등 학기 중에는 쉽게 하지 못했던 자유롭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꿈꾼다. 하지만 자유로운 방학에도 굳이 ‘직업’을 구해 일을 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왜 방학에도 일을 하려는 걸까?

 

주된 이유는 돈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 점차 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해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재학생 또는 휴학생 253만 명 중 약 21%인 54만 명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러한 현상은 방학 때 더욱 심해진다. 한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가 전국 대학생 2천4백7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약 55%의 대학생이 이번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겠다고 대답했다. 주된 이유는 용돈 마련과 다음 학기 등록금 충당이다.
하루에 평균 8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는 임지연(신방11) 학우는 “등록금에 보태고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여행도 가고 싶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싶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니 여유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중앙대 학생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학기 중에 공부에만 집중하려면 방학 때 돈을 많이 벌어놓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인문계 △자연계 △예체능계 등을 모두 포함해 올해 4년제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은 한 학기당 약 3백97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저임금 4천5백80원으로 따졌을 때 약 866시간, 한 달 정도를 쉬지 않고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노동자연대 다함께 정병호 학생조직자는 “고액의 등록금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 외에도 높은 생활비, 청년실업 문제 등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돈 외의 다양한 이유도 있어
단지 돈뿐만이 아니라 사회 경험을 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도 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박지영(행정11) 학우는 “아르바이트생의 입장에서 많은 손님들을 대하며 사람 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며 “이 외에도 직접 돈을 벌어 쓴다는 보람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얻는 등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아르바이트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희망 직업 분야를 미리 체험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도움이 된다. 대학생 구직자는 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그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요소가 적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아르바이트와 같은 사회 경험을 중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 학교 김석호(사회) 교수는 “요즘과 달리 옛날에는 아르바이트가 20대의 낭만으로 생각되기도 했다”며 “비록 현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된 이유가 ‘돈’이 됐다는 점이 아쉽지만, 이것이 주는 사회 경험, 직접 돈을 버는 보람 등의 긍정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보장되지 않는 그들의 권리
현재 최저임금 4천5백80원은 생활비로 쓰기에도 빠듯한 돈이지만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중 많은 이들은 그만큼의 권리도 존중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지난 6월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 39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8%가 △임금 체불 △무수당 연장 근로 △폭언 또는 욕설 등의 횡포를 경험했다. 야간노동과 연장근무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최소 1.5배 이상을 받게 돼 있지만, 그만큼의 수당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은 많지 않다. 또한, 고용노동부 권고지침에서 야간근무시간은 근무시간 가운데 간이수면 시간을 포함해 8시간 이내로 규정돼 있지만, 이것이 지켜지고 있는 일자리는 거의 없다. 대학생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다 해고된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생활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은 대학생들이 △보이스 피싱 △불법 다단계 △애인대행 △유흥업소 도우미 등 불건전한 아르바이트를 택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한 대학생은 “높은 임금 때문에 이곳을 택한 것이 사실”이라며 “다음 학기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청년노동조합 청년유니온 김형근 사무국장은 “대부분 대학생들이 한 끼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기계발, 여가 생활 등을 위해 생활비 이상이 필요한 그들의 현실 상 어쩔 수 없이 불건전한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대학생들이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도적 보완책의 미비와 참여 의식의 부재 때문이다. 대부분의 20대 아르바이트생은 노동조합에 속하지 않고, 행정 부처에서도 아르바이트 실태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용주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굳이 정당한 대우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20대 스스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납득한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많은 대학생들이 임금체불, 연장 근로 등에 대해 자신이 어리기 때문에 겪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요구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다”며 “과거에 비해 많은 대학생들이 현실에 순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실에 관심을 갖고, 지금 내 생활이 왜 이런지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