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원식 기자 (wonsik0525@skkuw.com)

ⓒ희망의 우리학교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초·중·고교생 7만 6489명이 학업을 중단했다. 하루 평균 209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12년 동안 남들보다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1등이라도 더 오르기 위해 공부만 하는 것이 정말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 반기를 든 학생들이 있다. 소모적이고 비교육적인 입시경쟁교육을 거부하는 학교, 진정한 배움을 찾기 위해 학생들 스스로 만든 세계 최초의 대안 학교인 '희망의 우리학교' 학생들이다.

 희망의 우리학교는 '학생이 주인이 되는 교육'을 실현하 기 위해 지난 5월 12일 개교한 대안 학교다. 현재 학교에는 기존의 수동적이고 경쟁적인 교육 제도에 반기를 든 18살의 학생 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답답한 교육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학생들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배우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학교에 들어왔다. 학교 설립을 주도한 최훈민 군은 "기존의 교육 제도에 대해 비판하면 많은 분들이 '그럼 너희가 한번 만들어봐라. 그게 쉬운 줄 아느냐'고 말씀하셨다"며 "이 말을 듣고 '대체 우리가 학교를 못 만들 이유가 뭐가 있지?'라는 생각에서 학교 설립을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훈민 군을 비롯한 학생들은 지난 3월 조계사 불교대학에서 첫 설립준비모임을 가졌다. 학교를 만드는 게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학생들이 직접 뛰어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고, 전문가들에게 멘토로 활동해주기를 부탁했다. 정윤서 양은 "어른들의 별다른 도움 없이 우리가 학교의 기초를 만들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됐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입시경쟁교육을 반대하는 1인 시위, 학교 홍보 활동 등의 결과 사람들은 이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계사는 교육 공간을 무료로 제공했고, 취지에 공감하는 각종 시민 단체와 많은 사람들이 후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직접 멘토가 돼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도 나타났다.
희망의 우리학교는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든 수업은 학생들의 논의를 통해 정해지게 되며, 재능 기부의 형식으로 멘토 선생님들의 참여를 요청한다. 현재 희망의 우리학교에는 △공동체 예술 △길 위에서 길을 찾다 △독서 토론 △사회 토론 △안드로이드 앱(Application) 개발 △1인 1강 등의 수업이 개설돼 있다. 사회 토론은 청년 유니온이, 독서 토론은 휴직 중인 교사가 재능 기부로 수업을 진행한다. 독서 토론 수업을 진행 중인 김원영 멘토는 "자유롭다는 점이 일반 학교와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이라며 "다양한 주제, 방식의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만족을 드러냈다. 김예슬 길잡이는 "학교의 모든 수업이 학생이 배움의 중심이 된다는 목적에 맞게 정해진다"며 "1인 1강의 경우 포토샵, 철학, 역사 등 학생 한 명이 원하는 주제를 직접 다른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전문가 강연, 전시회와 음악회 관람, 체험 학습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비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들은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학교의 문을 열려고 한다. 곧 발행될 '희소식'이라는 소식지는 외부에 희망의 우리학교와 그들의 생각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희소식은 학생들이 직접 쓴 글로 채워진다. 열린 회원(가칭) 제도도 검토 중에 있다. 정윤서 양은 "학교의 정식 입학생이 아니더라도 열린 회원(가칭)들이 몇 가지 수업만이라도 참여해 우리의 생각에 공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방학 중에는 학교에 참여하고는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희망의 우리학교와 함께하는 캠프 등을 계획하고 있다. 희망의 우리학교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묻는 말에 최훈민 군은 "잘하는 것을 기대하려면 우선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우리는 청소년들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길잡이=희망의 우리학교의 행정 업무, 수업 조율 등을 담당하는 구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