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공은 딜레마 입니다”
“우리의 전공은 딜레마 입니다”
  • 나다영 기자, 강신강 수습기자
  • 승인 2014.06.02 23:23
  • 호수 15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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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인문학을 배운다는 것

문과대 학우들은 대학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 그 이유와 인문학 수업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현재 문과대 총 재적생 2757명 중 1492명인 54.1%가 복수전공을 하고 있었으며, 이 중 50% 이상이 경영학(29.8%)과 국제통상(24.2%)을 전공하고 있었다.(성균관대 문과대 제공) 문과대 학생 1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대중 인문학과 대비되는 대학 내 인문학 위기의 원인으로 ‘실용 전공 중심의 대학 구조’(37%)를 뽑았다. 전공강좌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로 높았으나(85%) 전공 수업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적 있다는 비율도 절반 이상이었다.(58%) 그 이유로는 △교수 의견 중심의 일방적인 수업 태도(27%) △텍스트 독해 위주의 수업(24%) △현실과 괴리된 수업 내용(20%) 등이 뒤를 이었다. 인문학을 전공으로 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도 44%에 이르렀다.
학생사회와 대중에게 외면당하는 대학 인문학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문과대와 유학대에서 오랫동안 학회활동을 하거나 학생자치를 맡고 있는 △국문 △러문 △사학 △유동 △중문 △철학 각 과의 학우들과 지난달 30일 호암관 306호에서 대학의 인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가독성을 위해 대담학우 소속 학과로 정리했으며, 대표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최근 유행하는 ‘강신주 철학’과 대학 교재로 쓰이기도 하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대중 인문학은 공감도가 높은 반면 여전히 대학의 인문학은 현실과 괴리된 듯한 느낌을 준다. 대학 인문학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학문의 근간을 만들어야하는데,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철)
인문학에는 딜레마가 있다. 벽이 없으면 대중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지만 피상적인 이야기밖에 하지 못하게 되고, 벽이 있으면 대중들은 쉽게 다가올 수가 없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대중인문학을 판타지라고 느꼈다면, 대학 인문학은 현실 같은 것이다. 대중인문학으로 접근하는 건 쉬운데, 그 학문에 흥미를 가지고 현재의 대학인문학에 접근하기는 좀 어려운 감이 있다. 그 사이의 어떠한 연결지점을 찾기 힘들다.
중) 중문과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취업이 목표이기 때문에 중국어 실력 향상보다는 HSK 자격증 획득을 우선 목표로 한다. 회화, 문법 같은 수업은 항상 꽉 차지만, 원전을 읽기 위해 필요한 강독 수업이나 문학수업은 잘 듣지 않는다. HSK 6급을 딴 이후부터는 중국문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기 보다는 오히려 경영학과 같은 다른 실용학문으로 손을 뻗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 자체가 무엇을 배우고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인식이 좀 부족한 것 같다. 
유) 대학에서 듣고 싶은 과목을 들을 수가 없다. 정부가 실용성을 기준으로 인문학과를 평가하고 지원을 하지 않으니 대학에서 인문학 관련 수업이 살아남기가 힘든 것 같다. 유학과 사회주의를 접목한 수업이 듣고 싶은데 개설되지 않는다. 유학대가 과거엔 한국철학과, 중국철학과, 유학동양학로 나눠어 있었는데 하나로 통폐합되니 수업이 다양하지 않다. 들을 수 있는 수업 수를 줄여버리고 ‘너가 하고 싶은 학문을 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중) 들을 수업이 많이 없다는 의견에 깊게 공감한다.

 

설문조사에서 수업방식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50% 이상이다. 대중 인문학과 다른 대학 인문학의 수업방식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 사항이 없는가.
철) 대학 시스템 내에서만 본다면 국내 순수학문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에도 문제가 있다. 텍스트를 번역해놓은 책을 찾기가 힘들다. 번역하고 연구하는 인재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철학과는 서양에서 받아들인 학문으로 수업을 하는데, 번역된 도서도 많이 없고 번역본도 번역의 질이 아쉬운 경우가 많다. 철학과에서 배우는 텍스트의 원전은 독일어나 불어, 영어로 쓰였는데, 번역된 것이 아니면 읽을 때 많은 부담을 느낀다.
유) 올해 처음 전공을 듣는데 너무 힘들다. 자연에 13학번들을 고학번들의 먹이로 다 풀어주는 느낌이다. 수업의 난이도가 너무 달라서 따라가기 힘든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수업이 교수님 강의가 아닌 학생발표로 진행된다.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철) 설문 항목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일방적인 강의 시스템’이다. (도표참고) 그런데 차라리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독하고 인문학이란 무엇인지 설명한 걸 듣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학부시절 아는 게 적은 상황에서 텍스트만 던져주고 혼자서 강독을 하라고 하면 매우 당황스럽다. 교수가 던져준 주제에서 자기가 생각을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질문을 제한하는 방식의 일방적인 태도는 개선해야 할 것 같다.
국) 교수님들의 문제라고 한다면 몇 년 째 같은 강의를 하시고 시간이 흘러도 강의내용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 일례가 아이캠퍼스 문제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이 매년 한 학기마다 있어주면 좋겠다. 이건 문과대학이 아니라 모든 대학 교육의 문제다.

문과대 학생 절반 이상이 위기의 대안으로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 왜 복수전공을 하는가?
러) 국제통상학을 복전으로 하고 있는데 실습이나 현실적인 강의가 상당히 도움이 된다. 러시아에서의 무역에 관심이 많은데 확실히 러시아의 문화나 지역에 대해 알고 배우면 이해가 잘된다.
국) 원전공인 국문과에서 글을 읽고 쓰는 창작활동을 하는 것이 좋아 기술을 배워 영상으로 그 내용을 발현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어떤 연결고리를 찾기가 힘들었지만 이제는 둘 다 동등한 비중으로 중요하게 느끼고 있다.

모두 복수전공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국) 잘 모르겠다. 인문학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갖고 있는데, 점차 무엇을 위한 학문이 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모르겠다.
중) 경영을 복수전공으로 하다가 올해 다 포기하고 단일 전공을 선택했다. 복수전공을 하면 전체 이수 학점이 줄어들어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결과가 나와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싶었다. 지금은 상경계열을 복전하지 않으면 취업을 못하는 분위기라서 모두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사) 시야를 넓히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 아닌가 싶다. 모든 학문이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일반 대중들과 유리되기 시작했다. 인문학은 다른 학문에 대한 접근성이 그나마 편리해 분화된 학문을 연결해줄 수 있는 고리가 아닌가 싶다.

학문 간의 융합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고 들었다.
철) 융합이라는 개념이 일반 대중에게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학문과 학문 사이의 심도 있는 이해나 엄밀한 분석이 없으면 결국 피상적인 접근에 지나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융합과 관련해 최근 읽은 저서에서는 환원주의적 오류에 대해 말한다. 학문에 대한 엄밀한 연구 없이 서로 피상적인 것만을 보고 섣불리 융합하려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대학 인문학이 개선될 수 있는 방향이 있을까
중) 전공학점을 늘려줬으면 좋겠다. 교양과 전공 모두 각 60학점인데, 솔직히 인문학과는 전공수업이 교양수업의 내용인 경우가 많아 전공학점이 부족하다. 또 교수님들이 수업을 열 때 꼭 들어야 할 기본적인 수업 몇 개만 개설하셔서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차라리 교양을 줄이고 전공을 늘려줬으면 좋겠다.
국) 궁극적으로 졸업 학점이 높여졌으면 좋겠다. 우리학교는 현재 서울시에서 졸업 이수 학점이 가장 낮은 120학점이고, 최대 들을 수 있는 학점도 15학점으로 가장 적다. 당연히 심화된 교육이 안 될 수 밖에 없다. 경제논리에 따라 수업이 개편되는 느낌이다.
철) 차라리 최대한으로 들을 수 있는 학점을 주고 최소학점을 정해주면 좋겠다.
러) 학점을 무조건 높이는 것보다 학교 수업 구조를 개편했으면 좋겠다. 인문학 수업이 교실안에만 갇히지 않았으면 한다. ‘한?러청소년 포럼’이나 러시아 관련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더 유익하고 배우는 것이 많다.
철) 그런 대외활동과 수업을 제휴해서 학점을 대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인문학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학에서 말이다
철) 대학인문학이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이 살아남아야 할 당위성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까지 철학을 공부한 건 개인적으로 재밌어서 한 거지 어떤 당위성을 확실하게 제시할 순 없는 것 같다.
러) 다른 학문과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것만이 살길인 것 같다.
국) 대학원생들이 만든 인문학 협동조합이나 공부모임, 우리학교 오거서와 같이 자치적인 스터디가 활성화돼야 한다. 인문학의 자유는 ‘자치성’이라 강의실에서는 최대 40%밖에 배울 수밖에 없다. 인문학도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타전공생과 차별화되는 비판능력과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대학 인문학의 위기라는 주제로 열린 대담에 참여한 학우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아라(철학11), 서다인(중문10), 김지환(사학13), 강태권(러문08), 김병준(국문08), 신민주(유동13). 정현웅 수습기자 webmaster@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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