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곧, 인간학입니다"
"인문학은 곧, 인간학입니다"
  • 강신강 기자
  • 승인 2015.03.22 13:27
  • 호수 15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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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국문학과 황호덕 교수. /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국문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결정적 이유는 국문학이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보여준 비판력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 마다 가장 빠르고 격하게 저항하면서 현장의 중심에 있었다. 이처럼 문학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일 뿐만 아니라, 실제 일어나는 현실 속으로도 언제나 뛰어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에 이끌려 문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
 
요즘 문과생은 취업을 못한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학교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인문학을 하는 학생들이 결코 취업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인문학이 겪는 실제의 위기와 다른 것의 위기를 인문학의 위기로 호도하는 전략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취직이 힘든 이유는 인문학을 전공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발전 동력을 상실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즉, 취직할 수 있는 틀 자체가 작아진 것이다. 경제적 실패로 인해 생겨난 것을 인문학의 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다. 취업률은 경제가 결정하는 것이지 전공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풍요로워지지 않았나. 경제적 실패라고 할 수 있나.
비교 대상이 무엇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우리가 갖고 있는 환상 중 하나는 과거의 사람들이 현대인보다 불행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가 진보해나가고 있다는 환상은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과 무관하다. 우리는 각자의 행복도를 과거와 비교해서 평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금 현재의 삶 속에서 비교대상을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다 같이 행복한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 말은 곧, 균등에 문제가 생길 때 행복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다. 인문학의 역할은 이러한 것을 생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인데, 이 점에 있어서 한편으론 인문학 스스로가 위기를 자초한 면도 있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우리 학교 국문과의 대응은.
인문학이 쓸모없다는 주장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들이 인문학을 고정적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 학교 국문과는 과거의 것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국문과에서는 신문이나 잡지 같은 미디어 매체 안에서 존재하는 담론과 그 안에 배치된 문화 등을 연구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순수문학만 연구했지만 지금은 문학이 다루는 텍스트의 범위가 상당히 확대됐다. 인문학은 인간을 둘러싼 세계가 바뀜에 따라 변화해나가며 새로워지는 것이지,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새로운 것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대중 인문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중 인문학이 단순히 공허함을 느끼는 대중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 대중 인문학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방향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대중 인문학은 대학에서 어떤 것을 다루고 있는지를 시민들에게 전파해야한다. 한편으론 대학 교수들이 일반인의 삶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쌍방향의 과정이 되어야한다. 대중 인문학자들이 대중을 하나의 덩어리로 봐서는 안 되고, 각각의 사람들로 봐야한다. 대중 인문학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야 한다.
 
학문에 접근하는 국문학자의 태도와 국문학의 특징은 무엇인가.
국문학자는 당당해져야 한다. 한국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한 한국 문학의 역할은 크고,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도 크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속에서 고유한 것의 위치를 물을 수 있고, 동시에 스스로가 하고 있는 이 언어와 문학을 폭 넓게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문학은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를 보다 높은 단계로 고양시키고자 할 때 만나는 첫 번째 문이다. 또한 마지막까지 그들의 손을 붙잡고 있는 것도 문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은 항상 이런 약자들을 다뤄왔다. 역사는 ‘승자의 역사’이자 ‘왕조의 역사’이며, 철학은 사고할 여유가 있는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문학은 약자의 편에 서 있었다. 국문학자들 역시 이러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
 
끝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각자에게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이런 말은 모두에게 하고 싶다. 인문학을 선택한 학생들이 다른 것을 못해서 인문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이 좋아서 선택한 것인데,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상당한 특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자부심과 동시에 사회에 대한 부채감을 갖고 공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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