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사람을 이해시켜라
디자인, 사람을 이해시켜라
  • 강도희 기자
  • 승인 2015.11.02 17:10
  • 호수 15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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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요 버스 손잡이에서 노트북 밑에 깔린 전공 책까지...

이른 아침 인사캠으로 등교하는 당신은 피곤함을 쫓아내며 셔틀버스를 탈 것이다. 당신이 잡은 ‘타요’ 버스의 손잡이는 모서리가 곡선인 삼각형으로 손으로 잡기 편하게 밑변의 가운데가 살짝 올라가 있다.

중앙학술정보관 크리에이티브존 안의 ‘빈백(bean bag) 의자’.
ⓒ안상훈 tkd0181@skkuw.com

수업이 끝났다면 중앙학술정보관으로 가자. 아마 당신은 크리에이티브 존의 ‘빈백(bean bag) 의자’에 앉아 수업 때 다 못 잔 잠을 보충할지도 모르겠다. 비닐 안에 발포성 폴리스틸렌 알을 채워 넣은 이 의자는 천이백만 개의 알을 넣어도 6킬로그램이 채 안 된다. 1968년에 이탈리아에서 고안된 이 의자가 지금까지도 인기가 있는 이유에는 가벼움 뿐 아니라 앉는 사람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하는 무정형성도 한몫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카페에 간 당신은 커피를 시킨다.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컵 위에 덮는 플라스틱 뚜껑은 1986년 미국 솔로 트래블러 사에서 만든 디자인에서 출발한 것이다. 뚜껑에 새긴 작은 구멍은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일일이 뚜껑을 여는 일을 막아주고, 컵 가장자리에서 약간 올라온 돔 모양은 카푸치노나 라떼와 같은 거품 있는 커피를 담기에도 적합하다.

삼성학술정보관 안의 ‘빨간 의자’.
ⓒ안상훈 기자 tkd0181@skkuw.com


이처럼 학교생활 중에도 우리는 수없이 많은 디자인을 마주친다.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우리는 왠지 모르게 세련돼 보이는 것들에 “디자인이 좋네.” “디자인적 감각이 있네.” 따위의 수식어를 붙인다. 심지어 청춘이나 노후를 잘 디자인하라는 말도 듣는다. 그런데 디자인이 대체 무엇일까. 디자이너 앤드루 블라우벨트는 산업디자인을 다룬 다큐멘터리 <Objectified>에서, “모든 제품은 이야기가 있다. 모든 제품은 어떤 결정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즉 디자인은 제품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제품이 무엇이냐에 따라 디자인의 분야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은 △산업 △시각 △환경 디자인으로 나뉜다. 산업 디자인은 소품, 패션 등 다양한 제품 디자인을 다루지만, 시각 디자인은 광고, 포장, 편집 디자인 등 상업 미술과 연관된다. 환경 디자인은 실내 장식에서부터 도시건축까지 인간을 둘러싼 환경의 조성이 이뤄진다.
디자인의 시작을 이해하려면 17세기 유럽의 산업혁명 때로 가야 한다. 이전에는 소수의 장인에 의해 제품의 맞춤 제작이 이뤄졌으나 기계화로 제품의 대량생산이 행해지면서 설계와 제작이 분리됐다. 이 설계가 디자인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미술이나 음악처럼 디자인도 시대에 따라 사조가 변해왔다. 아르누보,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이 그것이다. 사조는 결합과 분리를 통해 더 다양한 사조를 만들어냈다. 오늘날 디자인은 회사에 따라, 문화에 따라 저마다 무궁무진한 특성을 가진다. <Objectified>에서 영국 디자인비평가 앨리스 로손은 “예전에는 형태가 기능을 따랐다면 오늘날엔 기능이 형태를 따른다.”고 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회사가 애플이다. 조너선 아이브를 수석으로 한 애플 디자인 팀은 사용자가 디자인을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의 단순함을 추구한다.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용자를 유익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 디자이너 디에터 람스 역시 “훌륭한 디자이너는 사람들을 이해시킨다”고 했다.

투명 비닐로 된 가방 앞면을 사진과 그림으로 채운 가방. 디자인은 이렇듯 우리 손에서도 쉽게 이뤄진다. 
ⓒ안상훈 기자 tkd0181@skkuw.com


한편 디자인이 반드시 전문 디자이너의 손에서만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디자인학회 진선태 이사는 “디자인이라고 하면 ‘전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설계도에 따라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물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이 기성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일반인도 조형을 생각하여 사물을 창작하고, 기성품을 다르게 변형하여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필통이나 가방에 스티커를 붙여서 꾸미거나 두꺼운 전공 책을 노트북 받침으로 쓴다면, 당신은 이미 디자이너의 자질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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