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어깨동무하는 광고
예술과 어깨동무하는 광고
  • 황여준 기자
  • 승인 2020.09.07 17:15
  • 호수 1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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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와 예술, 기능과 메시지 표현 방식에서 매우 유사
광고와 예술은 수직 관계가 아닌 상호 발전하는 수평적 관계로 봐야

과거로부터 예술과 광고는 그 위계가 뚜렷이 구분됐다. 예술은 고급스럽지만, 광고는 저급하고 대중적이라는 인식이 그 벽을 드러낸다.

이로 인해 광고는 예술성을 추구할지라도 언제나 예술 작품보다 평가 절하당해왔다.

그렇다면 광고는 예술보다 가치가 떨어질까? 광고와 예술의 속성을 비교하고 둘이 함께해온 역사를 되짚으며 알아보자.

회화와 광고는 같은 언어를 쓴다
광고와 예술의 본질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광고는 소비자의 욕망과 소비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제품 구매를 유도한다면, 예술은 미를 추구한다. 그러나 그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은 사뭇 유사하다. 건국대 영상디자인전공 이용우 교수는 논문 예술광고에 관한 탐색적 연구에서 “설득 메시지를 위해 예술적 표현은 필수적이며, 예술기법을 사용하지 않는 광고작품은 이 세상에 거의 없다”며 표현 기법 측면에서 광고와 예술 간의 밀접성을 강조했다.

예술과 광고의 유사한 표현 기법에는 남녀 모델을 다루는 방식이 있다. 전통 서양 회화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델의 포즈가 상이하다. 여성 모델은 일반적으로 몸을 손으로 감싸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한 포즈를 취할 때가 많다. 반면 남성 모델은 주로 손을 허리에 올리고 타인을 응시하는 듯한 주체적인 자세다. 이 같은 양상은 광고에서도 유사하게 이어진다. 소주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은 골반과 허리 라인을 강조하기 위해 몸을 S자와 같이 만들 거나, 가슴을 부각하기 위해 앞으로 기울이는 포즈를 종종 취한다. 반면 남성 모델은 자동차에 손을 올리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는 등 당당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포즈가 많다. 회화는 미를, 광고는 이윤을 각각 추구하지만 목표를 이루는 수단으로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이용한다는 면에서 유사하다. 

사물의 배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회화와 광고는 일맥상통한다. 회화에서 오브제를 사용한 정보제공은 흔히 나타난다. 카라바조의 정물화 <과일바구니>는 시들어가는 과일과 잎사귀를 배치하여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차 생기를 잃어가는 인생을 표현한다. 기업도 사물의 시각적 배치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의류 브랜드들은 설치미술과의 협업을 통해 *플래그십 스토어를 디자인해 브랜드 메시지를 전한다. ‘빈폴’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유럽풍의 건물 외관과 깃발, 차양을 사용해 영국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를 지향하는 브랜드 스타일을 드러낸다.

광고와 예술이 함께 걸어온 길
오랜 시간 동안 예술과 광고는 여러 표현 기법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해왔다. 알폰스 무하는 예술가로서 광고 제작에 직접 참여해 광고의 미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아르누보(Art Nouveau) 사조의 선구자인 무하는 공연 포스터, 자전거 광고 등을 제작하며 자신의 화풍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당시 포스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광고의 표현 기법을 예술가가 차용하기도 했다. 한림대 광고홍보학과 윤태일 교수는 팝아트를 “광고적 표현 문법을 적극적으로 차용해 광고에 다가간 대표적 시도”로 정의했다. 팝아티스트는 기존 예술계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광고와 기성품을 소재로 삼아 예술의 엄숙함, 엘리트주의를 비꼬았다. 미술품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한 이들은 실크스크린 복제 기법으로 같은 기성품, 광고물을 여러 번 찍어내어 대량생산·소비의 리얼리즘을 반영했다.

하나의 작품이 광고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의 위계에 도전하기도 했다. 미국의 화가 조지 로드리게는 <푸른 개>를 그려 복사기 광고를 제작하고 다시 그 광고를 화랑에 전시해 예술 작품으로 삼았다. 광고의 예술을 쓴 베리 호프만은 이 같은 예술과 광고의 상호침투를 근거로 둘 사이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보았다.

21세기 브랜드와 예술가의 협업
광고와 예술 간의 협력은 오늘날에도 빈번히 이어지고 있다. 2017년 LG 그램 광고에서는 5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하나의 노트북으로 충전 없이 릴레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이는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작업해도 전원이 유지된다는 제품의 기능적 측면을 부각하면서도 시청자에게 심미적, 오락적 즐거움을 주는 영리한 광고로 볼 수 있다.

윤 교수는 "광고와 예술의 만남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이 예술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며 또한 "광고 업계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해 광고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서로를 통해 새로운 가치와 감성을 만들어 낼 광고와 예술의 만남을 기대한다.

플래그십 스토어=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특정 상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

아티스트 5명과 협업하여 만든 LG 그램 광고 장면
아티스트 5명과 협업하여 만든 LG 그램 광고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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