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책의 반란, 읽지 말고 들어보세요
듣는 책의 반란, 읽지 말고 들어보세요
  • 박수빈 기자
  • 승인 2021.02.22 21:12
  • 호수 16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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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오북의 최대 강점은 멀티태스킹
“향후 맞춤 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주세요. 우리는 어느 이야기의 문이든 열 수 있어요.” 재생 버튼을 누르면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배우 김태리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연재 중인 ‘김태리의 리커버북’은 약 14만 명의 구독자에게 알베르 카뮈, 조지 오웰 등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고전을 배우의 음성으로 소개한다. 독자들은 오디오북 플랫폼에서 시와 에세이, 현대 소설 등을 다양하게 청취할 수 있다. 새로운 독서 방식으로 떠오른 오디오북은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오디오북
오디오북이란 말 그대로 귀로 들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주로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돼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자칫 생소한 문화로 비칠 수 있지만, 사실 오디오북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우리 학교 국어국문학과 천정환 교수는 “문자 문화와 구술 문화는 문명을 통틀어 언제나 상호보완적인 관계였다”며 “근대에 들어 시각 문화가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청각 문화가 희미해졌을 뿐, 구술 문화는 근대 이후에도 시대에 맞춰 변용되고 살아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오디오북이나 ASMR 등의 청각 매체가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랜드뷰리서치의 ‘오디오북 시장 규모 및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26억 7000만 달러에 이르며, 2027년까지 약 24.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국내 오디오북 플랫폼인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약 4000개의 채널 운영과 함께 2만여 권의 오디오북을 공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밀리의 서재, 윌라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종이책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오디오북을 제공한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비대면 콘텐츠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서울시립도서관을 비롯한 공공 도서관은 이용자가 대여할 수 있는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공급을 확대했다. 한편 우리 학교 학술정보관에서도 ‘오디언도서관’ 앱을 통해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담원(경제 20) 학우는 “원하는 도서를 검색해 다운로드하기만 하면 별도의 지출 없이 바로 들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며 오디언도서관을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 학술정보관 자연학술정보팀 박민호 직원은 “오디오북이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앱 이용률도 꾸준하다”며 “다양하고 질 높은 자료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듣는 독서, 독자를 사로잡다
독자들이 오디오북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글을 읽어야 하는 전통적인 독서 방식과 달리, 오디오북은 책을 듣는 동시에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지희(경영 20) 학우는 “주로 이동하는 시간에 오디오북을 자주 듣는다”며 “자투리 시간에 부담 없이 독서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오디오북은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낭독으로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한다. 배우 한지민이 낭독한 법륜 스님의 행복은 약 56만 회 재생됐다. 하지만 오디오북은 낭독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원작 소설을 각색해 제작한 오디오 드라마가 그 예다. 실제로 네이버 웹소설 구르미 그린 달빛을 각색한 오디오 드라마는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을 적절히 활용해 독자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오디오북은 시각장애인과 같이 책을 읽기 힘든 이들에게 문화 접근성을 높여 정보격차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 2018년 한국장애인재단은 롯데홈쇼핑과 함께 ‘드림보이스 시즌2’ 사업을 진행하며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해 보급했다. 이는 문학뿐만 아니라 교과서의 참고 도서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시각장애아동의 교육에 이바지하기 위해 시행됐다.

한편 오디오북은 전통적인 방식의 독서가 주는 경험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인천대 문헌정보학과 이문학 교수는 “종이책과 오디오북을 대립시키는 시각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라며 “각각의 독서 방식이 갖는 매력과 우수성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사람의 목소리를 대체한다?
오디오북은 사람이 직접 녹음하거나 문자를 목소리로 변환하는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다. 특히 음성 합성 기술의 경우 과거에는 미리 녹음된 단어를 이어붙이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에는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사람과 같이 사고할 수 있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녹음하지 않은 문장까지 예측해 제작할 수 있다. 유인나 오디오북 노인과 바다는 음성 합성 기술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오디오북으로 58만 회가량 재생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처럼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면 성우를 고용해 개별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우리 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권상희 교수는 “오디오북은 향후 사용자에 따른 맞춤 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도 예측된다”며 음성 합성 기술이 적용된 오디오북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딥러닝(Deep Learning)=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의 한 종류로, 컴퓨터가 학습을 통해 사람과 같이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오디오도서관 실행 화면
오디오도서관 실행 화면
ⓒ오디언도서관 애플리케이션 캡쳐
배우 한지민이 법륜 스님의 행복을 낭독하는 중이다
배우 한지민이 『법륜 스님의 행복』을 낭독하는 중이다
ⓒ출판사나무의마음 네이버 블로그 캡쳐
오디언도서관 오디오북 재생 화면
오디언도서관 오디오북 재생 화면
ⓒ오디언도서관 애플리케이션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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