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수선관 별관 5층 게시판에 '퀴어홀릭' 포스터가 붙어있다./김신애 기자 zooly24@
퀴어홀릭은 2000년 7월 ‘성퀴인’이란 이름으로 창립된 이후 우리 학교 인사캠과 자과캠에 걸쳐 성소수자 학우들의 친목모임으로 자리 잡아왔다. *LGBT 운동이 활발하던 2000년대 중반에는 △고려대 퀴어영화제 △동성애자 인권캠프 △타 대학과의 연합 세미나 △퀴어 퍼레이드 실무단 등에 참여했고, 2007년에는 당시 성소수자 운동의 화두였던 ‘차별금지법 상 성적지향 조항 삭제에 대한 성소수자 인권모임 연합 공동성명’을 함께 발표하는 등 인권운동에 힘썼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LGBT 운동이 힘을 잃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친목 단체의 길을 걷게 된다. 2008년에 모임 명칭을 ‘퀴어홀릭’으로 바꾼 뒤, 그 다음해에 첫 회지 <S-quire>를 발간했다. 재작년 12월에는 2호 회지 <퀴어홀릭>을 제작, 배포해 학내에 퀴홀의 존재를 알리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 직접적인 홍보 활동은 3년 전 학내에 ‘퀴어홀릭’ 이름표를 붙인 것이 전부였다.
퀴홀이 유례없는 전면적 홍보에 나선 까닭은 중앙동아리(이하 중동) 진입 문제 때문이다. 2007년에도 중동 진출을 시도한 바 있지만, 이사회의 저지로 무산됐으며 재작년에는 인사캠 총여학생회(이하 총여)와 함께 ‘LGBT 인권위원회’ 설립을 시도했으나 총여 선거가 무산되면서 백지화됐다. 현재 재학생 인원만 58명이고 활동 중인 졸업생까지 합해 회원 수가 100여 명에 달하는 퀴홀은 역사와 규모, 활동 면에서 건실한 중견 모임이다. 그러나 중동 진입을 장담할 수만은 없다. 성소수자 동아리의 특성상 *아웃팅의 위험 때문에 동아리연합회에서 중앙 동아리 가입을 위해 요구하는 회원 명부를 넘길 수 없어서다.
타 대학에서는 이러한 성소수자 동아리의 특성을 고려해 △동아리원 명부 실명 미기재 △동아리 연석회의 불참 △동아리 방 명패 미부착 등을 조건부 용인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유형석(경영10) 인사캠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아직 내부 논의된 사안은 아니지만, 성소수자 동아리의 특성을 고려해 동아리 신청 시 동아리원 명단 작성 없이 서면 발의를 대신해 줄 수 있다”며 “다만 전동대회에서 타 동아리 회장들과 논의해 중동 심사를 거치는 절차는 따라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중동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시작한 이유는 모임의 활동 방향과도 관계가 있다. 퀴어홀릭의 경우 회지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매년 △영화제 △퀴어축제 △회지 발간 등의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타 대학과 비교할 때 활동이 빈약한 수준이다. 2010년에는 총여의 배려로 회지 발간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당장 다음 회지의 발간도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다. 퀴어홀릭 측은 동아리로 지정돼 활동비를 받게 되면 정기적 사업을 중심으로 좀 더 안정적인 동아리 운영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활동까지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아리방 역시 중동 인준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 ?랑?의 편집장 모리(가명) 씨는 “우리 사회에서 게이가 희화화되고 개그 코드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상황을 생각할 때 성소수자들은 일반인들과의 공간에서 폭력에 노출된 상태”라며, 특히 "대학 내 동성애자 모임이 동아리로 인정받는 것은 학내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의 의의를 설명했다. 작년 퀴어홀릭 회장을 역임한 제이미(가명) 씨는 “중앙 동아리 가입에 대한 구성원들의 요구가 모였다”며 “세부 의견을 수렴해 늦어도 올해 9월에는 중앙 동아리 가입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LGBT=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합쳐서 부르는 단어

아웃팅=타인의 성적 취향이나 성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혀지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