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19세기 후반,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서 노동자들은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오로지 생존을 위해 일하다 다치고 병들면 버려지는 것이 그들 인생의 전부였다. 날이 갈수록 빠르게 돌아가는 기계에 맞춰 단순 노동을 반복해야 했던 노동자들과 달리, 자본가들은 전에 없던 산업화의 풍족한 과실을 누렸다. 빈부격차가 극에 달하던 1864년, 마르크스가 창립 선언 규약을 저술한 제1인터내셔널(국제노동자협회)이 런던에서 출범하며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외침이 역사에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계급의식을 바탕으로 노동절은 전 세계에 자리 잡았다. 19세기 노동자들의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었던 식민지시대 조선노동자들 역시 계급의식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에도 노동절이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굴곡진 근현대사의 풍랑 속에서 노동절은 독재정권의 어용노조에 의해 본질을 왜곡 당했다. 1957년, 이승만 정권이 노동절을 5월 1일에서 대한노총의 창립일인 10월 3일로 옮겨버린 사건이 대표적이다. 1963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노동절이라는 이름마저 ‘근로자의 날’로 개명된 이후에는 노동자라는 주체 대신 성실한 국민으로서의 산업일꾼만이 남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준수를 외치며 분신하는 사건을 계기로 70년대 노동운동이 전개된다.
투쟁 끝에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으로나마 기념할 수 있게 된 것은 1994년이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진정한 노동절을 되찾는 길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2007년 제정된 ‘근로자의 날 관련 근로기준법 적용지침’에서는 노동절을 유급휴일로 지정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은 부지기수다. 노동자를 위해 마련된 일 년에 단 하루뿐인 날에도 대다수 노동자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1890년 5월 1일, 전 세계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며 인간다운 삶을 향해 거리로 나섰다. 그로부터 123년 뒤인 2013년 대한민국의 노동자들 에게 노동절은 어떤 의미일까. 노동절을 기점으로 진행된 행사에 직접 참여해 알아봤다.